최근 전북 국외소재문화재 환수활동 지원 조례 제정
정확한 실태 파악 안 돼… 일부 연구자, 단체서만 관심
“전북 부안군 개암사(開巖寺)의 5층 석탑은 총독부 조사계에서 조사해 ‘고적급유물’로 등재해 보존하려던 중에 종적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1932년 4월에 군산 일본 요리점 하나쓰기(花月)의 정원에서 발견됐다. 최학수 옥구군수가 하나쓰기 요리집의 정원에 있는 석탑이 개암사의 탑이라는 것을 알아본 것은 최 군수가 옥구군수로 부임해오기 전에는 부안군수로 있었기 때문에 이 탑을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당시의 신문 기사에는 탑을 매수해 개암사로 보내기로 했다는데, 이후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 수 없다. 현재 개암사에는 1932년 4월에 찾았다는 탑은 보이지 않는다.”
해외로 반출된 전북지역 문화재의 환수 활동을 지원하는 ‘전북 국외소재문화재 환수 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공포된 가운데 도내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확한 현황 파악을 통해 실질적 환수뿐만 아니라 ‘학술적 환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로 반출된 도내 문화재의 현황과 반출 경위 등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일부 연구자와 단체가 부분적으로 자료를 조사했을 뿐이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국외문화재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등에 8만1889점(42.40%),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에 5만3141점(27.52%), 중국 베이징고궁박물관 등에 1만2984점(6.72%), 독일 쾰른동아시아박물관 등에 1만2113점(6.27%) 등 21개국 19만3136점에 달한다. 다만 지역별 출처를 따로 조사하지 않아, 지역 현황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화유산회복재단 전북본부에 따르면 도내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임진왜란 당시 반출돼 현재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된 금산사 향로를 비롯해 현재 일본 도쿄대에 소장된 남원 출토 도자와 기와,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완주 보광사 석탑과 사리함 등이 있다. 이외에도 전주 회암사 불상, 순창 구암사 불상, 부안 개암사 석탑, 정읍 망제리 석탑 등도 소재가 불명하다.
재단 전북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문화재가 소실됐는지 유출됐는지 하나도 정리가 안 된 상태이다. 대략적인 추정치로만 파악하고 있을 뿐”이라며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자치단체 중심으로 향토사학자, 관련학과 교수 등과 연계해 정확한 현황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지역적 자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관련 조례가 제정된 만큼 도내에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 활동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조례는 국외소재문화재 환수 활동 지원에 관한 계획 수립과 실태 조사를 위한 조사단 구성, 환수된 문화재의 관리 등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된 이후 광역 자치단체 7곳, 기초 자치단체 1곳이 국외소재문화재 환수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충남도의 경우 도 차원의 환수추진단을 조직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자치단체 최초로 국외소재문화재 보호, 환수 활동에 직접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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