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취수보 철거 후 지하수 급감
겨울철 수막재배 상추농사 큰 타격
추운 겨울철에도 따뜻한 지하수를 끌어올려 상추, 참나물 등을 생산하는 ‘수막재배농사’로 유명한 완주군 용진읍 하이리 일대 주민들이 “당국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겨울 농사를 망치고 있다”며 시급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전주시, 완주군이 마을 주민들 의견을 무시하고 마을 주요 지하수원인 소양천 검정보와 대악보를 철거하는 바람에 겨울철 상추·나물농사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니 취수보를 다시 설치해 달라는 것이다.
하이리에서 상추와 참나물 등을 재배하는 김용근씨(84)는 지난 29일 “수막재배 하우스 2개동 중 1개 동에 재배하던 나물이 거의 죽어버렸다”며 “마을 옆 소양천에 물이 고이지 않고 모두 하류로 흘러가는 바람에 우리 마을 지하수가 고갈돼 벌어진 피해”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란히 설치된 김씨의 수막재배 하우스 2개 동을 확인해 본 결과, 한 동에서는 나물이 풋풋하게 자라고 있었지만 다른 동 하우스의 나물은 시들어 죽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 다른 마을 주민 황우영씨(80)도 “하이리는 겨울 수막재배 상추농사를 처음 시작해 크게 성공한 마을이다. 지금까지 수 십 년 동안 수막농법으로 추운 겨울철에도 상추와 나물, 파 등을 재배해 왔는데, 근래 지하수 물이 나오지 않아 큰 일”이라며 “당장이라도 국가가 철거했던 소양천 취수보를 다시 설치, 농민들이 수막재배로 원예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산국토관리청 등에 따르면 용진읍 하이리마을 남단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소양천에는 검정보와 대악보 등 2개의 농업용 취수보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2012년 무렵 익산국토관리청이 소양천을 정비할 당시 이들 2개의 보가 모두 철거됐고, 대악보 자리에 징검다리가 설치됐다. 국토관리청은 “2개의 보를 지자체가 철거해 달라고 요청, 전주시와 완주군 양측 협의를 거쳐 철거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2개의 취수보가 철거된 후 하이리마을 쪽 지하수 수량이 크게 줄었고, 소양천변에 자리잡은 상삼리, 하이리, 구억리 등 8개 마을 300여 농가들이 수 십 년 간 겨울철에 해 왔던 수막재배 농사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하수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마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취수보를 섣부르게 철거하는 바람에 보 주변 마을의 지표수가 크게 줄었고, 수막재배법으로 겨울철에 난방비 걱정 없이 수 십 년 동안 영위해 온 상추·나물 농사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이와관련, 익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취수보 설치는 완주군과 농어촌공사에서 처리할 사안”이라며 “설치 요청을 하면 적극 검토할 것”이란 입장이다.
완주군 관계자는 “교량과 취수보 설치는 예산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관정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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