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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가 폐지될 수 밖에 없던 이유

▲ 김세희 정치부 기자
▲ 김세희 문화·교육부 기자

“역사는 사건들의 객관적인 나열이 아니라 기록자인 사관에 의해 해석되고 서술된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H.Carr)가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 써놓은 구절이다. 결국 역사 서술은 사료를 해독하고 분석하는 역사가의 관점이 반영된다.

조금 더 범주를 확장하자면 ‘팩션’(faction) 사극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합성한 장르인 팩션은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재창조한다.

그러나 최근 SBS 팩션사극 <조선구마사> 는 역사왜곡 논란 끝에 폐지됐다.

단순한 고증의 오류나 대중들의 예민함에서 비롯된 폐지가 아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킹덤> 의 흥행에서 볼 수 있듯이 대중들은 이미 팩션에 익숙하며, 적극적으로 즐긴다.

그렇다면 폐지된 이유는 무엇일까. 제작진이 팩션의 범주를 너무 관대하게 판단한 탓이다.

<조선구마사> 의 경우는 도를 지나쳤다. 이미 사료와 역사 연구로 검증된 인물의 명예를 훼손시켰다. 조선 태종은 환상을 보고 백성을 살육하는 학살자로, 훗날 세종이 되는 충녕대군은 6대조 할아버지를 욕하는 패륜아로 묘사됐다. 장소는 중국풍으로 꾸며진 조선의 기생집이 나오고, 상에는 월병, 피단, 중국식 만두 등장했다.

대중들은 이를 두고 납득하지 못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동북공정 논란이 다시 일었고, 조선왕조 가문인 전주 이씨 종친회는 반발했다

결국 <조선구마사> 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뼈 아픈 교훈만 남았다. 허구적인 상상력을 가미한다고 해도 이미 고증된 사실조차 외면하거나 마음대로 역사를 왜곡할 수 있는 면죄부는 없다는 교훈이다. 게다가 대중이 수용할 수 있는 역사적 상상력의 범주가 제한된다는 사실이다.

이동희 전 전주역사박물관장은 지난 28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사실을 생명으로 합니다.”

이 말을 사극 제작진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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