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숙 배화여대 교수
중년의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보니 ‘중년’‘노년’을 내세운 단체에서 간혹 강연 의뢰가 들어온다. 이번에는 ‘노인학대 예방의 날’에 기념 강연을 해달라고 한다.
내가 노인 전문가도 아니고 노인에 관해 연구한 적이 없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 그 이유는 내 어머님이 70이 되셨을 때부터 90으로 작고 하셨을 때까지 어머님을 모시고 목욕탕에 다니면서 어머님이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봤고 마지막 1년간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늙어감을 직접 봐왔기 때문에 노년에 대해서 몇 마디 할 말이 있을 것 같았다.
늙어서 노인이 된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나는 ‘수분감소’로 즉답할 것이다. 싱싱한 무가 수분이 빠지면서 구멍이 숭숭 뚫렸다가 결국 먹을 수 없게 되는 것과 사람의 체중이나 머리의 크기가 늙어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줄어드는 현상은 결국 수분감소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구순이 되신 어머님은 내가 육십만 됐어도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해보겠노라고 노래를 하셨었다. 어머님은 가시고 그의 막내딸은 그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했던 육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 인생에 육십이라는 글자가 있으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숫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늙는다는 것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며칠 간 내가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은 병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기력이 없어져서 걸음도 못 걸으면 어떻게 하지 등등의 온갖 걱정과 불안이 엄습해왔다. 학문적으로는 그러한 증상을 이미 노화 불안이라 칭하고 있는 것을 보니 늙음에 대한 불안은 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었나 보다.
2025년에는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한다. 그 20% 안에 내가 포함된다. 국가에서 노인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인이 되어본 사람들의 조언은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노년을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신체적으로는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제일 기본적인 것은 움직임이다. 마땅히 움직일 일이 없으면 산책 등의 운동도 좋다. 과도한 음주, 과도한 흡연도 줄이라고 한다. 젊었을 때 입에 좋은 것들만 찾았다면 몸에 좋은 음식을 애써 찾아서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경제적인 문제는 퇴임과 더불어 경제적 소득은 줄어드는데 질병이 발생 등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에 대한 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년이 되면 체력이 감소하고 질병이 증가하며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됨은 당연한 현상이다. 자녀들은 모두 짝을 찾아 떠나니 빈 둥지에 남겨진 부모님들은 공허감과 허탈함에 우울한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날 갑자기 준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계획적으로 심도 있게 미리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육십을 앞둔 나는 늙어감에 조금 더 관대해지고 싶다. 늙는다는 것이 쇠약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 한 사람이 일생을 통해 터득한 경험과 지식으로 뭉쳐진 지혜의 보고가 될 수 있다.
동양고전 중 하나인 <맹자 양혜왕> 편에서 “내 노인을 노인으로 섬길 뿐만 아니라 남의 노인까지 섬기고 내 어린이를 사랑하고 남의 어린이까지도 사랑할 수 있다면 천하를 손바닥에 놓고 움직일 수 있다”라고 했다. 우리가 인문학 특강을 듣기 위해 찾아다니는 내용은 모두 선인들의 지혜를 배워 ‘온고지신’하자고 한 것 아닌가. /신계숙 배화여대 교수 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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