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란
소문 없이 스며들어
열꽃 피워대던 갈증
굽이마다
부풀어 오른 물집 속
내 것 되지 못한 물방울들이
몸 밖으로 빠져 나오려
겹겹 비가 내린다
봄 여름 지나
뼈마디 다 녹아
불구 된 자벌레 한 마리,
푸른 문장들 이끌고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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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가득한 푸른 문장은 누가 쓸까? 세상에서는 별 쓸모없어 보이는 자벌레가 쓴다.
제 생을 관통해 오느라 불구가 된 자벌레가 온몸으로 이끌고 가야 비로소 써지는 문장이다.
오늘도 “겹겹 비가 내린다” 진즉에 감당할 수 없는 열꽃으로 피어나 시인의 몸에 물의 집을 짓고 살았던 눈물이 끝내 터져버렸다. 겹겹 내리는 빗속에 자벌레 한 마리가 놓쳤던 문장을 다시 쓰기로 한다. 세상이 더 푸르러질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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