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논설위원
완주-전주 통합 문제는 지역의 뜨거운 감자다. 세 번이나 통합 시도가 무산된 탓인지 이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하지만 전국 광역단체들의 행정통합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 불랙홀에 맞서 싸워야 하고 지역간 생존 경쟁이 불을 뿜다 보니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완주-전주 통합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초 잠시 반짝했던 통합 얘기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자취를 감췄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전주 지역 인사 100여 명으로 구성된 ‘통합 추진협의회’가 닻을 올려 주목을 끌었다.
통합이 무산된 지 7년 만에 꺼져 가는 불씨를 되살리려는 집념의 일환이다. 뼈아픈 실패를 겪은 만큼 이번엔 3전 4기 성공신화를 만들어 가자는 일종의 출정식인 셈이다. 지난 2009년과 2013년 통합 무산의 결정적 패인은 완주지역 정치권의 반대였다. 그런 만큼 이들을 설득하는 게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전제조건이다. 2009년 당시 통합 추진위원장이었던 권혁남 전북연구원장은 연초 본보 칼럼에서 완주지역 정치인 설득이 통합 관건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위해 그들에게 통합시의 요직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오죽했으면 이런 제안까지 했을까 공감을 하면서도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다.
무엇보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완주 군민의 마음을 보듬는 게 첫 걸음이다. 당시 그들은 통합이 되면 전주만 좋아지고 완주는 세금 폭탄에 주민 기피시설만 들어선다는 소문에 혼란을 겪어야 했다. 미래지향적인 지역 통합 문제가 정치권 선거 이슈로 악용되면서 왜곡된 것이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지역의 녹록치 않은 현실이 통합 당위성을 높여주고 있다. 완주도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포함된 데다 고산·운주·동상·화산·비봉·경천면 등 산간부는 고령화·저출산에 신음하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전주시와 접해 있지 않아서인지 소외는 물론 상대적 박탈감도 큰 편이다. 2013년 통합 때 이 곳에서 유독 반대 표가 많이 나왔다.
실제 도농복합 성공사례로 꼽힌 완주군이야말로 65만 인구의 배후 도시 전주와는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다. 이들 두 지역을 포함한 전북 경제 규모는 호남에 함께 묶여 있는 광주에 비해 절반, 전남 지역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작년 특례시 추진에 올인했던 김승수 시장의 판단 착오가 아쉽기만 하다. 실질적 메리트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75만 명의 서명을 받아 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차라리 완주군과의 통합에 집중했더라면 그의 정치적 입지는 지금보다 훨씬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메가시티를 꿈꾸는 다른 시도의 역동적 흐름에 한 번 뒤처지면 낙오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완주군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통합 논의는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갈수록 쪼그라들며 지역소멸 운운하는 이 때, 과거 실패를 딛고 통합의 고삐를 다시 죄야 하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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