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곤 논설위원
개혁 공천은 여야가 선거 때마다 부르짖지만 매번 말 잔치로 끝났다. 최근 이준석 바람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전북을 텃발이라고 여기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욱 큰 위기감이 감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선거공학적 인식이 혁신 공천을 가로막았다는 데 따른 것이다. 공천 도전자들이 몰리면서 국민 눈높이 보다는 당심을 최우선 순위로 선택했었다. 그만큼 새로운 인물에 대한 목마름이 덜하다 보니 지역 정서나 충성도에 의존하기 일쑤였다.‘뽑아 놓고 후회하는’이른바 발등 찍기 투표 행태는 이같은 안이함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준 유권자의 비뚤어진 애정이다.
선거 때만 되면 전북은 민주당의 전리품으로 전락한다. 30년 넘게 이어진 민주당에 대한 묻지마 투표는 뿌리 깊은 투표 매너리즘 탓이다. 작년 총선에서도 10군데 중 9곳을 싹쓸이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도 시장 군수 14곳 중 10군데. 도의원 39석 중 35석을 쓸어담았다. 영호남 지역 감정에 따른 노골적 소외와 홀대 속에서 선거 때만 되면 투표를 통해 이를 분풀이한 것이다. 그런 프레임에 갇히면서 후보자 검증이나 사람 됨됨이 평가는 소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에 와서는 이런 투표 행태가 지역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한다. 살아남기 위한 경쟁 구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여야 모두 절실하게 노력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북의 정치 환경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민주당 독점 체제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 외로 만만찮다. 국회의원 시장군수 지방의원이 권력축으로 묶여 기득권 지키는 데만 몰두한다. 지역 현안은 챙기는 시늉만 하는 꼴이다.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서 전북 현안 6개중 겨우 1개만 반영되고, 전주-김천 동서횡단 철도는 15년째 추가 검토사업으로 남아 있다. 남원 공공의대와 군산 조선소 재가동뿐 아니라 새만금개발 핵심 법안 등이 터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물밑에서는 내년 선거승리 방정식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상태다.
여야 지금은 혁신 경쟁이 한창이다. 유권자를 끌어안기 위한 무한 변신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효과로 2030 세대의 당원 가입이 자발적으로 늘면서 한껏 들떠 있다. 민주당도 뒤질세라 청년층 공략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달에는 내년 지방선거 때 탈당 경력자 25% 경선 감점과 부동산 투기의혹 관련자 페널티 부과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후보자 개혁 공천이야말로 혁신 경쟁의 핵심이다.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인물을 정치권에 수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는 일이 과제다. 지금같이 권리당원에 목 매는 상황에서의 경쟁은 정치 불신만 부채질한다. 정치 혐오증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집단 이기주의에서 출발했다. 그런 만큼 함량미달 후보자 공천은 유권자의 냉철한 표심으로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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