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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명분과 명분과 협치協致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로마 황제 프레데릭 2세의 일화이다. 그는 평범한 어느 날 초콜릿 음료 한 잔을 마시려고 옆방으로 갔다. 그런데 마침 손수건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나서 그것을 가져오려고 침실로 건너갔는데 그때 천장에서 거미 한 마리가 떨어져 음료 속으로 빠져 버린다. 황제는 다시 한 잔을 주문했고 초콜릿 음료를 기다리는 순간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황제의 편견으로 가득 찬 왕실의 요리사가 황제을 독살하려고 초콜릿에 독을 넣은 것이었는데 다시 음료를 올리라는 지시에 그 계획이 탄로 난 것으로 착각하고 자살한 것이다.

모든 상황에는 진실이 있고 당위성이 존재함으로 그러한 상황에서는 앞뒤를 잘 살펴 정도正道의 삶을 살아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 무시하고 개인의 주장을 권리인 양 호들갑스럽게 떠벌리며 상대방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하려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 사사로운 개인의 주장과 행위로 인해 자신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의문의 피해자와 조직은 고통과 시련을 겪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해가 되거나 득이 될 일이라면 한 번 더 확인하고 충분한 명분과 이유가 되는가 판단할 필요가 있다. 자신과 소속된 공동체에 직결된 일이라면 더욱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서두름은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허둥대게 한다. 늘 서둘러 말하는 사람, 서둘러 행동하는 사람이 실수를 한다. 또한 면죄부를 특정 지어 특권인 양 이야기하며 공론화하여 자가당착에 빠져 그러한 자신만의 판세를 만들고 이어가려 한다. 자신의 존재감과 명예, 자만심에 눈멀어 조직과 타인이 어찌 되든 피해와 당혹감을 안겨준다면 그것이 올바른 삶의 방향일까 의심스럽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남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의 의도와 견해는 무시되고 더 나아가 소문을 왜곡하게 되며 서로 간의 이견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개인과 조직의 능률을 떨어뜨리게 한다. 그러므로 주어진 현실을 자세히 판단치 못하고 무조건 자기 방식으로 비판하며 협치하지 않으면 조직과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문과 아픔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의 진실이 그러한 개인의 경거망동으로 더욱 판단하기 어렵게 와전되어 다시 담을 수 없는 허물로 남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우리 모두, 신뢰받는 명분과 협치協致 그리고 자기에게 맞는 삶의 속도와 리듬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남에게 득이 되는 삶은 아니어도 해가 되지 않는, 그래서 남을 배려하고 아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잘못하고 뒤늦게 반성하며 후회하는 그런 못난 삶은 살지 않았으면 더욱 좋겠다. 더불어 사는 세상은 배려하고 함께하는 삶이다. 나는 곧 당신이며 당신은 바로 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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