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도로’라 오명이 붙은 국도 26호선 진안-전주간 보룡재(일명 소태정재) 구간. 이 구간의 도로를 개량하는 것은 진안·장수·무주 등 소위 전북 동부권 지역 주민들의 오랜 염원, 즉 숙원이다.
올해 전라북도가 정부의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에 반영하고자 도내 사업 12개를 기재부 심사 대상에 올렸지만 지난달 25일 심사에서 4개가 탈락했다. 4개 중 하나가 보룡재 터널화 사업이다.
보룡재 터널화 사업의 예타 통과에 전력하면서 잔뜩 기대를 걸고 있던 전춘성 진안군수를 위시한 공직사회와 김광수 의장을 비롯한 진안군의회 군의원 전원 등 지역정치권은 물론 지역 전체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역 정치의 한 축으로 진안군의회를 이끌면서 지난달 31일 공식적으로 예타 탈락에 유감을 표명한 군의회 김광수 의장을 지난 3일 만나, 보룡재 예타 탈락에 대한 자세한 입장과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보룡재의 터널화 추진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사실, 보룡재는 신설 때부터 터널을 뚫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백안시됐다. 그 후 보룡재 길은 사고다발 구간으로 악명을 떨치면서 이 목소리가 탄력을 받았다. 그리하여 이젠 지역 최대의 숙원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터널화 사업이 공식 추진된 것은 박민수 국회의원 때부터다. 하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기회가 될 때마다 정부의 국도·국지도 건설계획 심사 대상에 올랐으나 번번이 탈락했다.”
보룡재 구간 4차선 도로는 어떻게 탄생했나
“보룡재엔 원래 차량통행 도로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1997년 무주·전주동계U대회를 앞두고 국도 26호선 전주-무주간 도로를 4차선으로 확포장하면서 진안 부귀면 봉암리(시작점)와 완주 소양면 화심리(끝점)를 잇는 4차선 포장도로 보룡재 구간이 신설됐다. 보룡재는 완주 소양 쪽 진입지점이 기존 통행로인 2차선 모래재(완주 소양면 화심리) 도로와 동일하다. 하지만 진안 부귀 쪽 진입지점은 모래재(부귀 세동리)와 다르다. 수 킬로미터(km) 떨어져 있다. 또 다른 고개(보룡재 또는 소태정재)에 새로운 길을 낸 까닭이다. 4차선 보룡재 길은 기존에 2차선 모래재 길에 부여돼 있던 국도 26호선이라는 이름까지 챙겨갔다. 이후 본격적인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출퇴근 시간대에 통행량이 폭주했다.”
터널화가 필요한 이유는
“빈발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보룡재 도로는 단기간에 건설되는 바람에 졸속을 면치 못했다. 시간에 쫓겨 건설하다 보니 터널을 뚫어야 할 구간에 굴곡이 심한 ‘산비탈 깎은 도로’를 임시방편에 가깝게 만든 곳이 많다고 본다. 이로 인해 보룡재 구간은 4차선 국도 건설 기준(시속 70~80km)에 한참 미달하는 시속 60km 도로가 됐다. 이에 따라 사고가 빈발하면서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정부는 이 사업을 하루속히 국도·국지도 계획에 포함시켜야 한다.”
예타 탈락은 정치권의 노력 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
“정치권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100% 수긍한다. 군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우선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해 군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 진심어린 사과를 드린다. 전춘성 군수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이 안호영 국회의원 등 지역 출신 중앙정치인과 손을 맞잡고 예타 통과를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본다.”
그 한계가 뭔가
“심사 기준이다. 보룡재에 터널을 만드는 것은 도로신설이 아닌 도로개량으로 보아야 옳다. 그런데 정부는 이를 도로신설로 보았다. 도로신설로 본다면 심사 배점이 경제성 60%, 정책성 40%이기 때문에 B/C비율(투입비용 대비 발생편익)이 낮게 나오는 이 구간은 예타 심사에서 굉장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로개량으로 볼 경우는 이와 다르다. 경제성 30%, 안전성 40%, 정책성 30%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이 기준으로 심사하면 충분히 예타를 통과할 수 있다. 기재부 예타 심사위원회가 보룡재 터널화를 ‘도로신설이 아닌 도로개량’으로 보면 좋겠다. 정부의 시각 변화를 요구한다.”
터널화 사업을 계속 밀어붙여야 하는가
“그렇다. 이번 제5차 국도·국지도 건설 계획에서 탈락했지만 차후 5년 뒤 제6차 계획에는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군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부터 앞장서겠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없어지지 않는 한 국도 26호선상 보룡재는 진안지역을 비롯한 동부산악권 주민들이 전주를 넘나들 때 애용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죽음의 구간’ 보룡재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위험천만한 이 구간에는 터널이 반드시 뚫려야 한다.”
터널이 뚫리더라도 내리막 일방향만 터널화가 된다는데
“맞다. 내리막길만 터널화 하고 오르막길은 기존 도로를 활용한다. 반쪽짜리 터널이다. 하지만 뚫리는 게 중요하다. 한쪽 방향으로 일단 터널이 뚫리면 양방향 터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2차선 도로였던 것이 나중에 4차선이나 8차선으로 확포장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사고가 집중되는 내리막길이라도 하루속히 터널화해야 한다.”
정부 기준이 이대로 간다면 터널화 사업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보룡재 터널화 사업은 674억원이 필요한 사업이어서 예타 심사를 받았다. 사업비가 500억원 이상 투입되면 정부의 예타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이 1000억원쯤으로 상향 조정돼야 옳다고 본다.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기준 수치는 변하기 마련이다. 예타 기준 액도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기준은 변할 것이다.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확보가 쉬운 ‘선형개선’이
‘터널화’보다 더 현실적이고 빠른 대안 아닌가
“선형개선도 그리 나쁜 답은 아니라고 본다. 선형개량과 터널화, 이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어느 하나를 결정해 동부산악권 전체와 전주시, 완주군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진안군의회가 적극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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