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순
때도 없이 약주 드신 목소리로
나를 찾는다.
기분 좋아 며느리인 나를 부를 양이면
주순아, 이놈아! 이내 껄껄 웃으신다.
우울한 날의 술은
아가야, 보고 싶다고 울먹이신다.
당신의 아들 때문에 나, 속상한 날에는
에미야, 너도 그 애 누이도 되었다가
아내도 되었다가 때로는 당신의
딸도 되어 달라시던 어느 날
술기 하나 없이 에미야, 보고 싶구나!
언제 올래? 묻던 아버지,
다음 날 홀연히 먼길 떠나셨다.
지구 끝까지 간들 당신의 음성
다시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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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으신 날은 “주순아, 이놈아!”하고 부르시고, 우울한 날에는 “아가야”라고 부르신다. “에미야”라고 부르셔서 당신의 아들도 부탁하시고, 당신의 딸도 되어달라고 부탁하시던 아버님은 우리들의 보통의 아버지 모습이다. “에미야, 보고 싶구나!/언제 올래?”하고 묻는 물음을 마지막으로 남겨 놓으시곤 시인의 시아버님은 먼 길 가셨다. “언제 올래?”라는 말이 환청처럼 남아 시인은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가 아버님의 음성을 듣고 싶지만,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아버님의 음성. 오늘은 부모님께 살가운 자식이 되고 싶다. 전화로라도 부모님 음성을 들어야겠다. /김제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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