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이후 전주에서 스타리아를 조금이라도 생산하기 위한 노노 간 노사 간 합의는 일단 잘한 일이고 후한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못내 아쉬운 건 합의 내용에 울산공장의 물량이 떨어지면 전주에서 생산하는 스타리아를 도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이 담긴 것이다. 또한 의아스러운 건 합의를 이뤄냈다는 구성원들 간의 무표정한 얼굴이다. 경직된 자세로 회의에 임했던 기사 사진 한컷이 모든걸 함축하고 있다. 지난 여름만 하더라도 임금단체협상에서 끈끈한 동지애를 발휘했던 노조원들이 싸울 때 싸우더라도 훗날을 기약하고 돌아서기 전에 악수라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좋았을텐데. 어찌 합의는 합의인데 불안한 합의처럼 보이는 건 기우일까. 과잠바 대신 빨간 머리띠, 방탄소년단 대신 민중가요가 울려 퍼지던 그 시대.
요즘 대중은 모를 수도 있지만 과거 노동 현장에서 민중가요를 부른 황현 씨가 지난 2일 별세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 노조 간 물량이관으로 맞설 때이다.
전주에서 태어났다는 고인은 대학 노래패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중음악을 불렀다고 한다.
그 중 대표곡이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 속에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투쟁 현장에서 동지 의식을 불러 일으킨 이 민중가요는 시위의 고단함을 덜어주는 동력이 됐단다.
최근 현대차 노사의 스타리아 협상 과정을 바라봤던 전북도청의 어느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참 어렵네요."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닫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멈출 당시 산업 파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그도 현대차 협상을 바라보며 참으로 어렵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물론 울산도 나름대로 충청이다 전라도다 지역 산업을 지탱하는 일거리가 하나둘 빠져나가 피해의식이 커질 수도 있겠다는 이해가 된다.
어찌됐든 울산에서 전주로 스타리아 일부 물량이라도 오기까지 이제 산 하나를 넘었다. 이번 합의가 불안한 합의가 되지 않도록 스타리아 물량 이관이 경상도 말로 단디 지켜졌으면 좋겠다.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대 민중가요의 한소절처럼 현대차 노조가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가면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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