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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사 ‘기문’ 논란…지역민 이해구하기 위한 방안 필요”

남원 유곡리·두락리 가야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과정을 두고 벌어지는 지역 사회의 소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대시기 남원 지역을 <일본서기> 등에 나온 기문(己汶)으로 비정한 가야사 연구자들을 향해 “임나일본부설을 따르는 식민사학자”로 오해하며 비난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공론화 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북 연구자의 학문교류 및 지역학 연구 방향 모색을 위한 제1회 전북학대회가 지난 22일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전북학대회에 참가한 학자들은 ‘고대사를 계승하는 창조와 혁신’등 5개 주제를 두고 심도 깊게 논의했다.

 

전북지역 가야 세계유산 추진 과제

전북 가야사 관련 발표에서는 그 동안 발굴된 역사적 실체 파악과 세계유산 등재 추진 과제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전북 지역 가야역사의 부각과 가야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활용’을 발표한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전북 지역 가야의 실체에 대해 아직 고대사학계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북 일부 학자들은) 동부에서 발견된 봉화로의 종착지가 장수군 장계분지라는 점과 <일본서기> 에 나온 봉후 기록을 비교한 뒤, 반파를 장수로 보고 있다”며 “반면 다른 가야사 전공자들은 봉수의 실체와 <일본서기> 가 가진 상징성을 문제로 반파의 위치를 여전히 경상권에서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고고학 유적조사와 문헌사학계와의 긴밀한 연구를 통해 전북 가야의 실체와 위상 찾기 노력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유철 전라문화유산연구원장은 “남원을 ‘기문’으로 비정한 가야사 연구자를 식민사학자로 비판하는 상황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원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와 합리적인 보존·관리·활용을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견훤에 대한 근거 없는 악의적 인식 타개해야

‘전북 후백제 연구의 쟁점과 지향점’을 발제한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고려시대에 쓰인 <삼국사기> 는 견훤을 ‘천하에서 가장 흉악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승자의 기록에서 나온 왜곡된 평가인데, 이는 후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엄밀한 사료 비판과 연구를 통해 ‘악인’이란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안 도통리에서 발굴된 청자에 대한 시기 규명도 문제로 제기했다. 이 교수는 “진안 도통리 외궁리 가마(사적 제551호)는 유일하게 후백제 영역에 속하고, 이곳에선 고려와 후주 외교의 산물인 초기 백자가 출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곳에서 출토된 청자를 ‘고려청자’와 ‘후백제 청자’ 중 어느 것으로 불러야 하는 지 고민스럽다”며 “운용주체가 후백제일 가능성이 높은데 논의가 계속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백제가 존재했던 시대를 구분하는 문제도 대두했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는 “보통 통일신라 후기, 고려초, 나말려초(신라말~고려초)로 구분하는 데 후백제가 존재한 시대를 정확하게 명명할 필요가 있다”고 “후삼국 시대를 역사 시대구분론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북을 중심으로 볼 때는 ‘후백제 시대’로 명명하는 것도 시도해 볼만 하다”고 했다.

 

마한의 역사문화권 지정 문제

지난 2019년 발의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마한의 역사문화권을 영산강 유역으로 한정하는 데에 따른 문제가 제기됐다.

이문형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전북의 관과 학계에서 마한문화권을 영산강 유역으로 한정하는 것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다”며“그럼에도 아직까지 국회 문체위에 계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법안을 대표발의한 도내 국회의원(이상직 의원)마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마한이 영산강 유역에만 존재했던 역사로 잘못 인식될 수도 있다”며“민관학이 함께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대 마한문화권에 걸쳐있고 관련 유물유적이 발굴된 완주, 익산, 고창, 정읍, 부안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에 있는 마한시대 고분군의 위상 승격도 거론됐다. 이 교수는 “마한 고분군은 국가 지정 문화재로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승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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