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봉구
깊은 밤
깊은 눈이 내려
잠 못 이루는 불구자에게
들려오는
저 강설의 진군 소리
가슴을 에우고
어깨를 에는 눈보라
칼날보다 매서운
더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짓눌리는 나뭇가지들
누가 백설에 갇힌 온 산을
아름답다 이르던가.
목이 부러지고
팔이 부러지는
아아 생목生木들의 밤
잠 못 이루는 불구자에게
들려오는
저 뼈아픈 신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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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다가 가슴이 아릴 때가 있다. 마음을 건드리는 시는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잠 못 이루는” 밤에 몰래 꺼내 보면 어떨까. “저 뼈아픈 신음소리”는 내가 체험하지 않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래, 팔과 목이 부러지지는 나뭇가지처럼 생의 끄트머리에서의 절망적인 통곡을 들어 보았는가. 소리도 멈춘 떨림. “아름답다‘라는 말 함부로 하지 마라. 아름다움의 그림자도 밟지 말지어다. ”강설의 진군 소리“는 군홧발이 아니다. 사뿐히 다가오는 그리움의 발자국이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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