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숙닥종이인형연구소 박금숙 대표의 작품
소설 쓰고 있었을 최명희 떠올리며 작업한 결과물
“한지를 붙이고, 두드리고, 말리고, 풀에 적신 색한지를 구겨 말리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여고생 최명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들뜨고 두근거렸습니다. 겹겹이 쌓인 닥종이의 두께만큼 관람객의 눈에 오래 머물며 긴 여운을 주는 작품이길 바랍니다.”
최명희문학관(관장 최기우)이 소설 쓰는 여고생 최명희의 모습을 형상화한 닥종이인형 한 점이 상설 전시된다고 19일 밝혔다.
닥종이인형은 닥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를 재료로 만든 인형이다. 가느다란 전선에 한지를 덧붙여 뼈대를 만들고 닥종이를 한 장 한 장 붙이고 말리는 오랜 과정 끝에 탄생한다. ‘소설 쓰는 여고생 최명희’를 만든 것은 유럽ㆍ미국ㆍ일본 등 닥종이인형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는 박금숙닥종이인형연구소의 박금숙 대표다. 그는 지난 1964년 나무 책상에 앉아 공책에 ‘아름다움이 서렸다.’라는 문장을 쓰고 있었을 여고생 최명희를 떠올리며 작업했다.
박 대표는 “단순히 한지를 덧붙이는 것만이 아니라 색을 입히고 정교하게 인형을 다듬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과 공력, 손길 하나하나에 머무는 온 정성이 가득해야 거둘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명희 작가는 기전여고 재학 당시 모교의 교지 ‘기전4호’(1964)에 <공작새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발표했다. 원고지 33장 분량의 이 작품은 ‘최명희’란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낸 소설이다. 최명희 작가는 소설 속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를 말했다. 최명희 작가의 소설에 자주 등장한 가족의 해체는 이 작품부터 시작됐다.
박금숙 대표는 소설 쓰는 여고생 최명희, 책을 사랑하던 최명희를 나타내고자 닥종이인형 뒤에는 작은 책장도 만들었다. 이 책장에 최명희 작가가 고교 시절 읽었을 책도 미니어처(실물과 같은 모양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은 모형)로 만들어 꽂았다.
최기우 관장은 “전주시의 대표 콘텐츠인 한지를 이용해 소설가 최명희를 소개하고 싶었다. 최명희의 삶과 작품이 전주 한지의 따듯하고 부드러운 질감처럼 시민의 삶에 올곧게 스미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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