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국민청원 직접 답변…대통령집무실 이전 등 7건
MB사면 “찬성도 많아…사법정의·공감대 살필것”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꼭 이전해야 하나”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또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선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사면 단행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MB 사면 반대’를 비롯한 7건의 국민청원 답변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것은 지난해 8월 19일 4주년 특별답변 이후 두 번째이다.
문 대통령이 답변한 국민청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2건) △ 제주 영리병원 국가 매수 등 총 7건이다.
문 대통령은 영상 답변에서 “국민청원의 마지막 답변만큼은 직접 하기로 했다”며 “답변하기가 조심스러운 청원도 있지만 현재까지 20만 명 이상 동의하신 국민청원에 대해 모두 한꺼번에 답변을 드린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MB 사면’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
먼저, 문 대통령은 지난 5년간의 국민청원 운영 성과와 의미에 대해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이웃의 호소에 대한 뜨거운 공감은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문제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고, 법과 제도 개선의 동력이 돼 우리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청원은 국민과 정부의 소통창구로서 우리 정부의 상징이 됐다”며 “국민청원권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고, 어느 정부에서든 국민의 호소에 귀 기울이며 성심껏 답하고 국정에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MB 사면 반대’ 청원에 대해 문 대통령은 “청원인과 같은 의견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 반면 국민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며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정치부패범죄에 대한 관용 없는 처벌의 필요성과 함께 아직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고 소개하면서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찬성 의견도 많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정치권에선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국가 백년대계, 토론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 위한 것이라니”
‘윤석열 당선인 집무실 만들고자, 국가안전 중추인 국방부를 강압 이전해 국민의 혈세 수천 억을 날리는 것을 막아달라’는 청원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청원 내용에 공감한다”며 “원래 공약했던 광화문 이전이 어렵다면, 그런데도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을 해야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한다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고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꼭 고집한다면, 물러나는 정부로서는 혼란을 더 키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안보 공백과 경호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입장에 양해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가 한때 구중궁궐이라는 말을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계속해서 개방이 확대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역사”라며 “우리 정부에서도 청와대 앞길이 개방됐고, 인왕산과 북악산이 전면 개방됐으며, 많은 국민이 청와대 경내를 관람했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집무실 이전으로 ‘청와대 시대가 마감된다’는 것에 대해 “무언가를 청산하고 바꿔야 한다는 대상으로 여긴다면 저는 그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곧 물러나게 될 저까지 역대 대통령은 모두 공과 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방 이후 우리 역사를 총체적으로 평가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오히려 성공한 역사를 단절시키지 않고 축적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26일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도 “개인적으로 저는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며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인데 어디가 적절한지 등을 두고 여론 수렴도 해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퇴임 이후에도 국민 성원 잊지 않을 것”
문 대통령은 ‘의료 민영화를 우려해 제주 영리병원 국가 매수를 요청하는 청원’에 대해서는 “의료민영화의 우려에 대해 공감한다”며 “청원인이 언급한 병원은 소송이 진행 중으로 최종 사법적 판단을 지켜봐야 하며, 국가 매수 방안도 아직은 말하기에 이른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문재인 케어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크게 높였고, 코로나 방역과 치료도 건강보험과 국가재정으로 전적으로 책임지다시피 했다”며, “공공의료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계속 전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물 학대범 강력 처벌과 동물보호 강화 요구 청원’에 대해서는 “동물보호 청원에 대한 답변이 이번으로 열다섯 번째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높고 법·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동물 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관행과 문화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는 청원에 대해 “지난 5년 동안 언제나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셨고, 위기와 고비를 맞이할 때마다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주셨다”며 “퇴임 이후에도 국민의 성원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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