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중소상인들과 신뢰 쌓은 모범사례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 중소상인들에게 감사패 받기도
2012년 12월 15일 코스트코 매장에서 열린 개장식은 광명시 관계자들과 코스트코-이케아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치러졌다. 만일 상생협약이 원만하게 타결되지 않았다면 대책위 관계자들은 개장식에 참석하는 대신 코스트코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개장식 역시 제대로 치러질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신세희 기업경제과장, 민문식 중소상인지원팀장 등 광명시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신세희 과장과 민문식 팀장은 중소상인들을 보호하면서 이들에게 유리한 상생협상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직접 코스트코 관계자들을 만나 광명시 골목상권과 중소상인 보호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바탕에는 이들을 발탁한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의 용인술이 한 몫을 했다. 공무원들의 업무 능력을 파악하고 인사에 반영한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의 합리적인 인사정책이 빛을 발한 것이다. 공무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능력을 제대로 잘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인사의 가장 기본이면서도 핵심이다.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의 말을 들어보자.
“신세희 과장은 조용하면서 과묵한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걱정을 했어요. 그런데 조용하게 잡음없이 대책위를 설득하는 능력을 보여준 거죠. 중소상인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신 과장에게 담당업무를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담당업무가 맞지 않는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능력을 감안한 인사정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스트코 개장식 이후에도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중소상인 지원 의지를 보였다. 2012년 12월 26일 광명시는 광명시장상점가진흥사업협동조합, 광명시슈퍼마켓협동조합과 ‘전통시장 활성화 및 중소유통산업발전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광명시가 이들을 정책적으로 계속 지원한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또한 광명시가 광명시 중소상인을 보호하고 육성하겠다고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알맹이 없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내세운다면 정책지원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광명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광명시와 중소상인들이 한 상생협약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광명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광명시는 광명전통시장에 고객쉼터 설치, 전통시장 이용고객을 위한 주차시설 확보, 공동집배송센터 건립 및 지원, 기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지원을 하기로 했다.
광명시는 골목상권과 중소유통업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광명시슈퍼마켓협동조합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중소유통 공동물류센터 건립 및 지원, 중소유통업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예산 지원 등이다.
2013년 1월 1일 코스트코는 광명시와 협의한 대로 본사를 서울 양평동에서 광명시로 이전했다. 이제 광명시가 중소상인들과 협약한 내용을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실제로 광명시는 중소유통 공동물류센터 건립, 광명전통시장내 고객쉼터 조성 및 주차타워 건설을 순차적으로 추진해 중소상인들과 한 약속을 지켰다.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그 때를 돌아보며 중소상인들과 코스트코의 상생협상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광명시와 중소상인들에게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협상과정을 통해서 광명시와 중소상인들은 협상 방법을 배웠고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중소상인들이 이케아와 상생협상을 할 때도, 롯데쇼핑과 상생협상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광명시 전통시장과 슈퍼마켓협동조합이 연대하는 기틀을 마련, 이들이 이케아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입점 저지 활동에 나섰을 때 업종이 다른 중소상인들의 연대 확산을 이끌어냈다. 광명시 중소상인들은 외국 대형 유통기업 유치를 계기로 업종과 관계없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다.
광명시와 중소상인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효과도 얻었다. 지역마다 대형마트나 아울렛 등이 입점하면 중소상인들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은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법령과 규정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런 경우 해당 지역 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은 중소상인들의 신뢰를 잃을 뿐만 아니라 적대적인 관계가 되기 일쑤다. 하지만 광명시는 달랐다. 과감하게 골목상권과 중소상인 보호에 앞장서서 신뢰를 쌓았다. 의미 있는 모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노력 때문에 양기대 당시 광명시장은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상인과 상생협약이 끝나고 협약내용을 실천에 옮긴 후 중소상인들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코스트코와 상생협상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이케아가 광명시와 중소상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산봉우리를 하나 넘었더니 그보다 더 높은 산봉우리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코스트코-이케아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는 이케아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로 전환, 이케아 입점 저지에 온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시 광명시의 고민이 시작됐다. 이번에도 중소상인들에게 유리하게 상생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이다. /양기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광명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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