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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작가 - 단요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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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요 - <다이브> 표지/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2057년 물에 잠긴 서울

2020년,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혼란과 긴장의 연속선상에서 펜데믹 상황에 처한다. 준비되지 않은 펜데믹은 두려움과 공포를 가져왔고, 방향을 잡지 못해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을 만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게 되고 그 틈바구니에서 작은 해결의 불빛을 잡아나갔다. 

<다이브>는 2057년 홍수로 물에 잠긴 서울을 배경으로 물꾼 소녀 ‘선율’과 삶과 죽음을 겪어본 기계 인간 ‘수호’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 물속으로 나서는 이야기이다. 미래의 서울이 물속에 잠겨 있고,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난민처럼 살아간다. 

생존을 위해 물에 잠긴 도시에서 물건을 건져 올리는 아이들 ‘물꾼’. 기계를 고치며 아이들을 돌보는 삼촌, 그러다 물꾼인 ‘선율’이는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와 물속에서 건져온 물건 중 최고를 가리는 내기를 한다. 쓸만한 물건을 찾기 위해 바닷속 깊숙한 건물 안에서 기계 인간을 발견하게 된다. 기계 인간의 이름은 ‘수호’이다. 수호의 마지막 기억은 2038년에 머물러 있다. 지금은 2057년. 세상이 지금과 같이 바뀐 것은 15년 전이다. 그 시간을 제외하면 기억이 멈춘 4년의 공백이 생긴다. 수호는 그 4년의 기억에 집착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기 위해 기억되지 않는 과거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소설 속 배경은 현재를 살아가는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자연재해로 물에 잠긴 도시 서울, 인간의 욕심으로 발명된 기계 인간 ‘수호’ 등 미래 아이들이 바라본 한국은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소설 속에서, 지금 우리는 현재를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고 있는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냥, 그런 세상이 있었던 거야. 없어진 것도, 아주 먼 곳에 있는 것도 눈앞에 불러낼 수 있었던 세상이. 그게 너무 당연해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간직할 필요가 없던 세상이.”  -<다이브> 본문

이처럼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세상의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어버리고, 단지 추억의 대상화로만 남아 있다.

또한 ‘수호’가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애쓰지만, 또 다른 인물들도 불편한 과거의 기억 때문에 힘들어한다. 가족의 죽음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혼자서 감당해내며 스스로를 깊은 수렁 속으로 빠뜨린다. 어른도 아이들도 이러한 불편한 기억 때문에 괴로워한다. 잠시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의 기억을 유지하고 살아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생하게 기억되는 과거의 행적도 있지만 대부분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또 기억해 낸 과거의 일들이 얼마나 많은 왜곡으로 둘러싸여 있는지 알 수 있을까? 결국 현재 자신의 실존에 유리한 기억들로 채워지고, 각색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계 인간인 ‘수호’의 등장으로 꾹꾹 눌러두었던 잘못된 기억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어지는 계기를 마련한다. 치유되지 않은 기억을 안고 갈등을 피하기 위해 모른 척하며 외면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 오른다. 잘못 저장된 기억들을 숨긴다고 상처가 아무는 건 아니었다. 상처는 밖으로 꺼내 드러내 보이는 것, 그것이 상처를 제대로 바라보고 치유할 수 있는 과정이지 싶다. 

작가는 물에 잠긴 서울을 배경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삶을 통해 기억이라는, 과거라는 걸 찾아나서며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왜곡된 기억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디스토피아를 다룬 거라고 여겼지만, 인간이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은 재난 속에서도 끊임없이 실존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며 고뇌하는 모습 속에서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봤다. 이러한 재난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인간은 늘 막다른 길에 서서도 돌파구를 마련하며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두 번째 짝>으로 등단했다. 발간한 책으로는 장편 동화 <달려라, 달구!> 등이 있다. 지난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사업, 올해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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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 #단요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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