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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대통령이 풀어야 할 ‘소통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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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률 우석대 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열린 소통을 강조했다. 거의 매일 언론과 마주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징적인 변화다. 출근길 문답이다. 하루짜리 중단 소동이 있긴 했다. 프레스센터가 대통령 집무실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국민제안’이 개설됐다. 온라인 대국민 소통 창구다. ‘102 전화 안내’도 등장했다. 윤석열의 ‘열’에서 10, ‘귀 이(耳)’에서 2를 따왔다.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다. 소통의 뼈대는 만들어졌다. 문제는 조금씩 벌어지는 이음매에 있다.  

 

인사가 만사라 하지 않는가. 검찰 편중 인사는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졌다. 부실한 검증은 잇단 장관급 낙마를 불러왔다. 급기야 사적 채용 논란까지 이슈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언어는 거칠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 즉흥적 감정 표출, 특유의 직설화법이 그것이다. 어설픈 실언이 설화로 눈덩이가 됐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들도 한 몫을 거들고 있다. 윤 대통령의 표현처럼 대통령을 처음 해본 것이기 때문일까. 하루가 멀다시피 사건들이 꼬리를 물었다. 어수선한 가운데 훌쩍 취임 두 달이 지났다. 탈권위의 신선한 파격이 생경한 걱정거리가 된 형국이다.  

 

집권 여당 내부의 권력 싸움은 임계점을 넘었다. 볼썽사나움 그 이상이다. 성상납 의혹을 받는 대표는 징계로 떠돌이 신세가 됐다. 윤핵관과 당권 주자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치열하다. 문재인 정부와의 갈등 지수는 급상승 중이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제대로 얽혔다. 그야말로 정치가 민생 경제를 덮어버렸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 코로나 19는 재유행 국면에 진입했다. 모든 영역이 끓는점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만이 데드크로스를 지나 ‘자유낙하’ 중이다. 대통령이 불안한 뉴스메이커가 되고 있다.  

 

소통의 힘은 뼈대가 아닌 이음매에서 나온다. 갈라진 틈을 메우고 하드웨어가 무너지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야 한다. 빗물이 새면 아무리 좋은 벽지라도 얼룩이 생기기 마련이다. 소통의 소프트웨어는 윤 대통령이 내건 공정과 상식이다. 대통령의 ‘통(統)’은 통치를 의미한다. 일방향이다. 통(統)한다고 통(通)할 수 없다. 통(通)해야 통(統)할 수 있다. 통(通)은 쌍방향이다. 국정운영의 방점을 소통에 둬야 하는 이유다. 민주 국가에서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구성하는 세 개의 축이 있다. 권력-언론-국민이다. 대통령의 언행, 언론의 보도 양태, 여론지지율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흔들리면 곧바로 위기 국면이 조성된다. 

 

고작 두 달이 지났는데 레임덕에 빗댄 ‘취임덕’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감의 ‘쩍벌’이 오만한 독선으로, 불안한 ‘도리도리’가 준비 안 된 산만함으로, 힘찬 ‘어퍼컷’ 이 안하무인의 무모함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성찰해야 한다. 수학계 최고상인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수학은 어렵기 때문에 재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소통도 수학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나 문제를 풀면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윤 대통령 앞에 놓인 소통 방정식에는 해법이 있다. 손에 손잡는 덧셈과 서로를 끌어안는 곱셈을 디딤돌로 활용하는 것이다. 상대를 외면하는 뺄셈과 갈라치는 나눗셈은 걸림돌일 뿐이다. 

/박종률 우석대 교양대학 초빙교수

△박종률 교수는 제 43대·44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언론중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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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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