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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과 공무원의 영혼

공무원 정치적 중립, 소신 행정 필요
변화.혁신에 적응, 능력.자질 갖춰야
일로 평가받는 공직문화 정착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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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석 논설위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정부 고위 공무원의 입에서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지난 2008년 1월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나온 얘기다. 당시 국정홍보처 간부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했다는 이 말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 공무원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말에는 권력 앞에서 자존심을 팽개친 공직자의 모습과 권력 앞에 무력한 공직자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소신있는 행정보다 권력자에 대한 충성 만을 요구받는 현실에서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을 지키기 어렵고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인식이 무뎌진 공무원의 모습을 대변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라는 청와대와 장관의 지시를 수행해야 했던 전북 출신 보건복지부 고위공무원 A씨는 이 사건으로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 몰려 옷을 벗었다. 당시 A씨가 복지부 연금국장이 아닌 다른 자리에 있었다면 훗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발탁된 전북 출신 장·차관 명단에 이름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세상의 비판과 공직사회의 자탄은 민선 자치시대가 시작된 이후 중앙과 지방 공무원 모두를 향한 말이 됐다. 민선시대 들어 지방에서도 단체장 권력에 길들여지는 공무원과 공무원 스스로의 단체장 눈치보기와 줄서기 등이 만연하고 있다.

전주시장과 전북도지사를 각각 8년씩 지내며 16년 동안 도정을 펼친 김완주·송하진 전 도지사 시절 총애를 받거나 눈 밖에 나 고초를 겪은 공무원들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현안 보고를 수시로 요구해 ‘보고서 도정’으로 불린 김완주 전 지사는 간부회의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간부를 “귀하”로 불렀고 이 호칭을 받은 간부는 그 순간부터 피곤한 공직생활을 해야 했다. 이와 달리 행안부의 B국장처럼 보고에서 신임을 얻으며 동료들에게 부러움과 시새움을 함께 받은 간부도 있다.

송하진 전 지사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업무 스타일이었지만 인사에서는 애증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김완주 도정에서 신임 받았던 B국장은 송 전 지사 재임 8년 동안 고향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송 전 지사가 전주시장 재임시절 역점을 둔 탄소산업에 비협조적이었던 김완주 지사 체제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던 행안부 C국장(교육파견중) 역시 같은 신세였다.

그러나 송 전 지사 역시 총애한 간부도 있었다. 송 전 지사는 전주시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행안부 D과장을 도에서 3급에서 2급으로 파격 승진시켜 행안부로 전출보냈다. 시·도 공무원의 행안부 전입시 직급 하향(강임)을 고려한 특별 배려였지만 오히려 다른 간부들의 사기를 꺾고 D과장을 행안부 내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됐다. 행안부 내에 이미 특혜 소문이 퍼져 D과장은 내부 인사에서 차별을 감수해야 했다.

일반적 상식에 맞지 않는 공직 인사는 내부에 또 다른 시그널을 준다. 공직자들을 눈치보기와 줄세우기로 내몰거나 열정과 의욕을 꺾어 영혼 없는 공무원을 만드는 나쁜 신호다.

영혼 있는 공무원은 단체장과의 합작품으로 탄생한다. 줄서기와 눈치보기가 아닌 일로써 평가하는 공직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단체장의 의지, 변화와 혁신에 적응하고 능력과 자질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공무원의 열정이 함께 해야 가능하다.

‘함께 혁신’을 도정 슬로건에 담은 김관영 지사는 19일부터 실국장이 아닌 과장·팀장의 업무보고를 시작했다. 행정가이자 정치인 출신으로 현장과 실용을 중시하는 김 지사의 중간 간부에 대한 사실상의 면접평가 자리다. 김관영 도정에서는 영혼 있는 공무원들이 넘쳐나길 기대한다. 그것이 새로운 전북, 성공하는 전북을 향한 첫 걸음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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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주 #송하진 #김관영 #공무원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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