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선거에 대해 지난달 당선인 무효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9월 치러진 제12대 중앙회장 선거에서 이상한 모양으로 접은 투표용지와 특정 부분에 기표한 투표용지가 다수 발견된 것을 문제 삼아 김태경 전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이 제기한 소송에서 김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이같은 기표 방법으로 투표한 행위는 무기명 비밀선거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소송을 제기한 김 전 회장은 당시 선거에 출마해 서울시회장 출신 후보와 경쟁했지만 석패했었다. 대의원 162명 가운데 73표를 얻어 88표를 얻은 경쟁 후보에 15표 뒤졌다. 선거이후 대의원들의 이탈 방지 및 색출 수단으로 경기도회는 투표용지를 대각선 방향으로 두 번 접고, 인천시회는 투표용지 오른쪽 위 귀퉁이에 기표하도록 담합했다는 소문을 접한 김 전 회장은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법원 판결로 전문건설협회 중앙회장 재선거 가능성이 높아졌고 김 전 회장의 재도전이 예상된다. 11·12대 전북도회장을 역임한 김 전 회장은 지난해 “30년 동안 서울 출신이 중앙회장직을 장기 집권해 지방은 소외받고 정책 참여에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지방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변화와 혁신을 꾀하겠다”며 중앙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었다.
전국 5만여 전문건설회사를 대표하는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 1985년 설립 이후 비수도권 출신이 회장을 맡았던 적이 없었다. 40년 가까이 넘지 못했던 수도권의 벽을 깨보겠다며 지방 가운데도 세가 약한 전북회장 출신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고 선전했다.
전북 출신의 중앙무대 도전은 지난 2020년에도 있었다. 6선 조합장 출신인 정읍농협 유남영 조합장이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나서 결선투표까지 갔지만 아쉽게 패배했다. 유 조합장은 10명의 후보자 가운데 2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수도권(경기 판교낙생농협 이성희 조합장)의 벽을 넘지 못했다. 농협중앙회 62년 역사상 최초의 전북 출신 중앙회장에 도전한 유 조합장은 “농도 전북의 자존심을 찾겠다”고 각오를 밝혔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의미있는 도전이었다.
전북 경제계의 중앙무대 도전과 달리 전북 정치계는 조용하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에는 모두 25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전북 지역구 의원의 도전은 전무했다. 전북 정치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는 “실패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태경 전 대한전문건설협회 전북도회장의 중앙회장 재도전 성공으로 전북의 위상과 자존감이 새롭게 각인되기를 기대해 본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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