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전주에서는 전북도립국악원의 초청으로 남도의 대표적인 전통예술 ‘씻김굿’이 국립남도국악원에 의해 공연되었다. 지난해 전북도립국악원과 국립남도국악원은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예술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상호 지역의 예술을 선보이는 사업을 추진하였는데 미리 계획되었던 국립남도국악원의 ‘씻김굿’은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젊은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의식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굿에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굿이 있다. 드넓은 바다와 바다로 나간 이들을 위한 별신굿, 지역의 수호신을 모시고 마을의 평안과 생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대동굿 그리고 돌아가신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씻겨주는 씻김굿. 모두 각각의 특성과 예술적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음악과 행위가 보존하고 있다. 씻김굿은 특히 돌아가신 분을 위한 굿으로 돌아가신 분의 액을 풀어주고 축원을 담은 해원의 주술적인 의식으로 알려져 있다.
‘씻김굿’은 서남 해안지역에서 행해지는 굿으로 전남 지역의 깊은 소리와 한의 정서를 담은 남도전통예술의 정수이다. 불교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굿의 내용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게 행해졌다. 초상이 났을 때 고인의 옆에서 하는 곽머리씻김굿, 돌아가신 후 1년이 되는 날 하는 소상씻김굿, 돌아가신 후 2년이 되는 날의 대상씻김굿, 집안에 병자나 좋지 않은 일이 많을 때 벌이던 날받이씻김굿 등 여러 갈래의 씻김굿은 각각의 소원을 담아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고 산자의 희망을 바랬다.
씻김굿의 순서로는 조상께 굿하는 것을 알리는 ‘안땅’을 시작으로 길에서 죽어 떠도는 혼을 불러들이는 ‘혼맞이’,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들이는 ‘초가망석’, 불러들인 영혼을 즐겁게 해주는 ‘쳐올리기’, 천연두 신인 마마신을 불러 대접하는 경우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 즐겁게 해주는 ‘손님굿’, 불교적인 ‘제석굿’, 원한을 상징하는 고를 풀고 영혼을 달래주는 ‘고풀이’, 이승에서 맺힌 원한을 모두 풀어주는 ‘넋풀이’, 죽은 사람의 한이 풀어졌는가를 보는 ‘넋올리기’, 좋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깨끗이 닦아주는 ‘길닦음’ 등 돌아가신 영혼의 아픔을 달래주고 살펴주는 사설과 선율로 한의 예술을 절실히 담고 있다.
씻김굿의 음악은 육자배기토리 선율로 슬픈 계면조 중심으로 되어있다. 피리와 대금, 해금, 장고, 징으로 구성된 삼현육각 반주로 이루어지며 아쟁이 60년대 함께 편성되면서 한의 소리를 더욱 깊게 자극하게 되었다. 무녀는 흰색 옷, 다홍색 띠를 걸치고 죽은 사람의 한을 풀어주는 소리와 애절한 춤도 춘다. 무녀의 소리는 홀로 부르는 통절(通節)형식과 선소리를 메기고 뒷소리로 받는 장절(章節)형식으로 되어있지만, 악사와의 교감을 통한 한(恨)의 소리 구성은 여느 타 지역 굿보다 애절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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