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청년들이 정규 프로그램·소규모 모임 통해
지역민과 의견 교환 등 사랑방 역할⋯소통 공간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탈하는 인구소멸 위기 속에서 완주군 고산면에 자리잡은 청년거점공간 ‘청촌방앗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완주군이 ‘청년의 도시’로 각인돼 가는 비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어서 청년인구 감소에 고민하는 농촌지역 지자체들의 관심이 기대된다.
실제로 완주군의 18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인구는 지난 1월 말 현재 1만 9659명. 이는 1년 전인 2021년 말(1만 9118명)보다 541명, 2.8% 증가한 것이어서 청촌방앗간은 청년인구 유출에 애타는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완주군 고산면 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위치한 청년거점공간 ‘청촌방앗간’은 지역 내 2030세대 젊은층의 수다스런 사랑방이다. ‘와니니 협동조합’이 지난해 완주군으로부터 민간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곳이다.
지난 9일 ‘청촌방앗간’에서 조아란 매니저(30)와 완주로 귀농귀촌한 홍미진(35)·윤지은(33)·김태수(34) 씨 등 청년들과 자립모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홍 씨는 “시골에서 책방을 열고 싶다는 생각에 6년 전에 완주 이주를 결심했다”며 “책방만으로는 먹고살기 어려워 뜻 맞는 친구들과 함께 1900㎡ 규모의 복합문화공간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조금과 지원 사업이 많은 완주에서 자부담 100%의 새로운 비즈니스 정착 모델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라며 “초기 정착을 위해 지원도 필요하지만 청년 스스로 지역에 깊이 뿌리내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씨는 6년 전 인천에서 귀촌했다. 그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귀농한 대학친구 집에 놀러 왔다가 고산면에 눌러 앉았다”며 “도시의 삶은 경쟁하고 지치고 힘들지만 여기에서는 여유를 갖고 지인들과 교류하며 즐겁게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4년 전에 온 조 매니저는 “처음엔 청년 쉐어 하우스(share house)에서 1년 5개월 정도 살아봤는데, 이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자연이 좋아 아예 주소를 옮겼다”며 “청년들이 청촌방앗간에서 소통하며 필요한 정보도 얻고 정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청촌방앗간’은 ‘청년들의 촌살이를 응원한다’는 뜻의 ‘청촌’과 과거 마을의 소통공간이 ‘방앗간’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만들어진 조어(助語)다. 지역의 청년들이 책방과 휴게 공간을 관리하며 정규 프로그램이나 소규모 모임을 갖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교환하는, 이른바 사랑방 역할을 하는 소통 공간이다.
방앗간을 방문해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알려주면 주기적으로 소식을 전달하고 원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원하는지 귀담아 적극 반영한다. 벽면을 장식한 공유책장은 주민들의 책들이 진열돼 관심 분야를 공유하고 서로 이야기하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 운영한 ‘방앗간 식탁’ 프로그램은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농촌 현실을 감안해 저녁시간에 청년들과 지역민들이 모여 밥을 같이 해먹으면서 자신의 특화된 장점을 소개하고 일거리로 연계해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필요 없는 물건을 교환하는 ‘되살림장터’도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강명완 완주군 지역활력과장은 “주민들의 참여가 늘며 청촌방앗간이 청년들의 공간을 넘어서 마을주민의 공간으로 확대 활용되고 있다”며 “완주군에서 청년들이 정착하고 성장해 나갈 있는 생태계 조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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