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관계 없는데 악의적 프레임 기승
국민연금 수익률이 지난해 역대 최저 수익률 –8.22%를 기록하면서 그 원인이 ‘기금운용본부 소재지 탓’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에 소재한 민간 퇴직연금 수익률(원리금 비보장 기준)은 국민연금보다 더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급격한 글로벌 금리상승 속에 상반기 전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주식과 채권은 물론 부동산 가격마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민간, 기관투자자들의 저조한 성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급격한 금리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투자심리를 악화된 것도 금융시장의 악재였다.
일각에선 수익률 악화의 원인이 국민연금 전주 이전 이후 우수인력이 이탈하고, 국내외 글로벌 운용사와 네트워크 단절이 운용실적 악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는 전무하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되려면 통계 비교 시 과학적인 상관관계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과 수익률 간 유의미한 관계를 도출하려면 서울에 있는 연기금이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내야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익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서울에 소재한 민간 금융사의 실적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선진국 연기금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부 언론과 정부 인사들은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 딱 하나의 데이터만 가지고 불필요한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들의 주장의 핵심은 서울에서는 더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달랐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퇴직연금 수익률 비교 공시에 따르면 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 등 5대 시중은행의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 마이너스(-)수익률을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상품은 DB(확정급여형), DC(확정기여형), IRP(개인형퇴직연금)으로 나뉜다.
특히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DC형과 IRP의 경우 수익률이 국민연금보다 저조했다. DC형의 경우 하나은행의 수익률이-17.71%로 가장 낮았고 이어 신한은행(-15.72%), KB국민은행(-15.71%), 우리은행(-15.16%), NH농협은행(-13.66%) 순이었다. IRP에서는 KB국민은행의 수익률이 –16.04%로 가장 낮았고 하나은행(-15.77%), NH농협은행(-14.65%), 우리은행(-14.35%), 신한은행(-13.90%)이 뒤를 이었다. 퇴직연금의 손실은 소재지 문제가 아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방식의 포트폴리오에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난해 5대 은행의 원금보장 기준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DB형 1.64%, DC형 1.88%, 개인형 IRP 1.67%에 불과했다. 은행 정기예금이 평균 3%대임을 고려하면 퇴직연금 상품보다 예·적금 통장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낫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원금 보장형 상품은 안전자산에 기초해 매우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즉 상품에 따른 투자 포트폴리오의 차이가 수익률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 어느 도시에서 투자했느냐가 원인이 되긴 여렵다는 의미다.
지난해 세계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연기금 뿐만 아니라 '큰 손'으로 불리는 각국의 국부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손실 규모도 커졌다.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이 겪은 특수한 경우가 아님에도 이를 침소봉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CNBC는 지난해 10월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급히 100조원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며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도 영국 연기금들의 지급 불능 위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지시간 기준 지난해 9월 BOE가 총 650억 파운드(약 100조 7000억원)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을 결정한 것에 관해 "은행의 이례적인 발표의 중심은 연기금의 패닉"이라며 "연기금이 보유하던 있던 채권 중 일부가 며칠 만에 약 절반의 가치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은 명실공히 서울 뉴욕 다음가는 금융도시다. 세계 1위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노르웨이투자청(NBIM)도 비슷한 기간 14.4%의 손실을 냈다. 세계적으로 보편적 현상을 우리나라 국민연금에만 대입하는 것은 침소봉대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