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면 반드시 지게 되고, 밀물이 들어오면 반드시 썰물이 돼 나가게 됩니다. 우리의 마음도 같습니다. 즐거움이 있으면 괴로움이 있고,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있습니다. 그래서 즐거움과 괴로움, 행복과 불행의 질량은 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배제한 것을 중도(中道)라고 합니다. 우리는 중도심을 가져야 합니다.”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우리 스스로가 좋고 나쁨을 가리는 ‘분별심’을 없애고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대로 사부대중이 ‘이고득락(離苦得樂·고통을 버리고 기쁨을 얻어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라는 뜻)’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우스님은 또 “모든 괴로움과 근심 걱정은 감정에서 비롯된다. 감정을 순일하게 하는 것이 명상”이라고 강조하고 “스스로 절제하는 힘을 갖고 있으면 좋은 말, 좋은 행동, 이성적인 생각이 저절로 나온다. 정치인들은 마음을 고요히 해야 한다”며 최근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에 명상을 권하는 촌철살인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전북일보를 비롯한 한국지방신문협회 회원사 취재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특별 대담 형태로 진행됐다.
27일이 불기 2567년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먼저 사부대중에게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코로나 감염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온전한 부처님 오신날을 3년 만에 맞이했습니다. 서로의 건강을 위해 방역 지침을 지키며 함께 했던 모든 국민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 공동체와 이웃을 위하는 그 마음이 바로 부처의 마음이며, 아기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마음의 평화를 찾아 진정한 주인공으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종단 사상 처음 합의추대 방식으로 총무원장에 선출된 이후 소통·포교·교구를 종단운영 기조로 삼으셨습니다. 이 세 가지를 꼽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의 생활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 우리는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외로움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들이 아픔과 피곤함, 외로움 등을 치유하고 평안하게 할 수 있는 포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소통하고 교구가 함께 포교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기조로 삼았습니다.”
3대 운영기조를 진행하기 위해 수행, 교구, 포교, 교육, 승가복지, 문화, 사회 등 7가지를 중점분야로 선정 추진해오셨는데,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 4일부터 조계종단 내 60개 사찰에 대한 입장료 무료 감면과 함께 ‘소중한 문화유산, 국민에게 가까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고, 승려복지 안정화를 위해 한국불교 최초의 승려전문 요양병원인 안성 아미타불교요양병원 개원했습니다. 또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캠페인과 함께 현대인들의 사고와 정서에 맞는 선명상 프로그램 개발도 그런 성과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취임법회에서 신뢰받는 불교, 존중받는 불교, 함께하는 불교를 만들겠다고 취임 일성으로 밝히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이제 종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하여 변화해야 할 시기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런 기조 속에 종단이 불교중흥을 위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한 결과 신뢰와 존중, 함께하는 불교라는 기조를 통해 열린 마음으로 사부대중께 다가가야 한다고 판단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방향이 실현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지요. 신뢰와 존중의 관계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교문화에 대한 국가적 선양, 명상을 통한 현대인과의 소통강화, 승가 내부 공동체 안정화 등을 핵심과제로 중점적으로 해결해 나가고자 합니다.”
종단차원에서 이태원 참사 등 각종 사고현장을 방문하는 등 소통 강화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도 새로워 보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종단 차원에서 추모재, 49재 등을 봉행했습니다. 또 종교지도자협의회 등 종교간의 연대 활동을 통해 희생자 추모에 나서기도 했지요.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발생 당시에는 적극적인 모금활동과 구호활동을 전개했는데, 함께하는 불교를 만들겠다고 천명한 만큼 앞으로 지속적으로 종단이 나서 사회소통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명상을 대중화하는 작업도 진행중이시지요.
“그렇습니다. 국민들 개개인의 마음의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와 공동체 의식을 고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요. 특히 최근 빈부의 격차, 계층 양극화 등 사회적 갈등 지수와 함께 국민들의 사회적 스트레스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사람과 사람, 자연 뭇 생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서는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의 성숙한 인식이 토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명상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함께 실천함으로서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신도와 출가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출가자 감소는 전반적인 사회적인 불교에 대한 신뢰와 깊이 연관되어 있어 범 종단적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출가자’에 대한 전반적인 통계 분석을 통해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출가의 사유, 출가를 마음먹었으나 다시 하산하는 사유, 출가 초기 요구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분석을 진행하여 각 단계별로 필요한 제도를 개선하고자 합니다. 출가 홍보 방식도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5㎝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주 열암곡 마애불 바로세우기 불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입니까.
“(열암곡 마애불은) 600년 가까이 넘어진 채로 있었습니다. 불자된 입장에서 그대로 방치하는 불경을 저지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바로세우기 불사를 시작했습니다. 5.6m 80톤에 달하는 부처님이 조성할 때의 본 모습을 찾게 된다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열암곡 부처님을 빨리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불교문화유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시한번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이외에도 조계종단에서 사회 통합과 타협을 위해 진행하고 계신 프로젝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종단은 사회공동선 실현을 위해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다방면에서 진행해오고 있어요. 코로나19 위기 때 정부의 방역 활동에 불교가 앞장서 국민들의 협조를 끌어왔듯이 국가의 정책집행과 국민의 눈높이를 조율하고 통합을 위한 촉진제로써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사회통합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활동하는 화쟁위원회, 사회노동위원회, 종교평화위원회, 환경위원회를 비롯, 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재단과 공익기부재단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자율적으로 본연의 사명의식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갈등과 반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반목이나 대립, 투쟁 등은 필연적으로 발현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스스가 양보와 배려의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바로 불교가 품고 있는 자비와 상생, 자리이타(自利利他· 자신을 위할 뿐 아니라 남을 위하여 불도를 닦는 일)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입니다. 방법론에 있어 스스로의 감정을 절제하고 제어하도록 하는 ‘명상’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사부대중에게 던질 ‘화두’ 한가지 부탁드립니다.
“중국 당나라 때 임재선사가 남긴 말씀 중에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대로 해석하면 '어느 곳에서든 내가 주인공이 되어라'인데, 내 마음에 걸림이 없는, 괴롭거나 불편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항상 편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인과(因果)로 돼 있습니다. 좋은 것을 분별하면 싫은 것이 똑같이 생겨나고 그것은 계속 반복됩니다. 그것에 머물러 있으면 괴롭지 않은 사람이 없지요.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데 지금도 불편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질에서 행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자기 마음을 평안하게 해줄 수 있는 길을 찾아라, 이것이 종교인으로서 던지는 화두입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취재=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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