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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교사 월급’ 저출산 직격탄 맞은 어린이집 현장 ‘참담’

익산 황등 A어린이집, 정원 60명인데 현원 9명뿐
최후 보루 인건비 지원마저 끊겨 연일 노심초사
고정비 지출·업무량 별반 차이 없어 갈수록 힘들어지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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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에 찾은 익산시 황등면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의 2층 교실. 아이들이 없어 이 텅 비어 있다./사진=송승욱 기자 

“앞으로 몇 달은 어떻게든 버텨 보겠지만 여기서 1명이라도 더 줄어들면 정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이들이 졸업을 하거나 이사를 간다고 할까봐 하루하루 노심초사입니다.”

“만 5세반의 경우 졸업 후 초등학교에 적응을 잘 하라고 1학년 교실처럼 20평 규모로 만들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비어 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음속이 타들어갑니다.”

26일 오전 10시 익산 황등의 한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

한창 정신없고 북적여야 할 시간임에도 어린이집은 한적했다.

7개의 교실 중 2곳에서만 이따금씩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 왔다.

평소대로라면 30~40명 아이들이 각 교실에서 뛰어놀고 곳곳에서 보채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기 위해 원장의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이어졌을 테지만, 어린이집은 조용하기만 했다.

반별 행사가 빼곡히 적혀 있어야 할 일정표 칠판도 아주 기본적인 사항 외에는 텅 비어 있었고, 2층 교실 앞 신발장은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교실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이 가득한 반면, 원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정원이 60명인 이곳의 현재 원아 수는 9명이다.

0~1세반은 2명으로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 기준을 겨우 맞췄지만, 2명뿐인 1~2세반과 5명이 있는 3~5세반은 재원아동 기준을 채우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원을 받고 있는 0~1세반도 2명 중 1명이라도 어찌되면 지원이 끊기는지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년에 현재 아동 중 3명이 졸업하면, 5명 이상(농어촌)이 기준인 원장 인건비 지원마저 위태위태해져 점점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근처로 영유아 가정이 이사를 오거나 재원 상담이 이뤄지는 경우가 간헐적으로 있지만, 그런 상황이 오히려 희망고문처럼 느껴진다는 원장의 넋두리도 이어졌다.

이곳 원장은 지난 4월부터 통학차량 운전을 직접 하고 있다.

전기나 수도 등 뭔가 이상이 생길 경우 이를 고치고 관리하는 잡무도 전부 그의 몫이다.

주위 대부분의 어린이집 상황도 마찬가지.

재원아동이 10명이든 20명이든 상관없이 냉난방비나 유지관리비처럼 꾸준히 발생하는 고정비를 어떻게든 줄여야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유료 대신 자치단체나 지역 내 기관·단체에서 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찾아 진행하고 있는데, 한계를 보이고 있어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이들이 줄어들어도 각종 서류 작업이나 행정의 현장 평가 준비 등 교사들의 기본적인 업무량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기존 10명이 하던 일을 현재 남은 3명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 업무 과부하가 교사의 이직 고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원장은 “지금 정부의 입장은 물에 빠져도 허우적대지 말고 반듯하게 버티고 있으라는 식인데, 일선 어린이집들이 영유아 보육이라는 국가의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면서 “특히 다른 유형과는 달리 출구가 막혀 있는 사회복지법인 어린이집의 경우 자부담 출연이라는 태생적 특성을 고려해 운영비·인건비 지원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원아동의 아빠가 승진해서 이사 간다는 얘기를 듣고 축하는커녕 그런 일이 생길까 무서워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베풀어야 하는 것이 보육인데, 지금으로선 빚을 내서 선생님들 월급을 줘야 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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