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고속도로 휴게소, 이제 집 앞 일반도로 타고 간다.’ 톨게이트를 통과한 고속도로 이용자들에게만 출입이 허용돼 지역사회와는 철저하게 단절돼 있던 고속도로 휴게소가 뒤쪽으로 새 진입로를 낸다. 휴게소를 지척에 두고서도 접근하기 어려웠던 인근 주민들이 국도나 지방도를 통해, 또는 도보로 들어가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지역사회에 문을 연 ‘개방형 휴게소’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변화를 거듭했다. 단순한 휴식‧식사공간을 넘어 쇼핑과 레저‧문화‧식도락 등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진화한 것이다. 고속도로 개방형 휴게소 조성 사업은 지역소멸 위기 대응책의 하나로 추진됐다. 인구절벽 시대, 식당과 카페‧편의점‧주유소‧전기차 충전시설 등 주민 편의시설 및 휴식공간을 두루 갖춘 휴게소를 인근 주민들에게 개방해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다. 또 지자체에서는 개방형 휴게소에 농특산물 판매장과 지역특화 체험시설 등을 개설해 주민 소득증대와 농촌관광 활성화, 지역 이미지 개선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이유로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각 지자체와 한국도로공사가 협약을 통해 개방형 휴게소 조성사업을 속속 추진하고 있다. 경북 달성군의 논공휴게소(광주∼대구고속도로)와 경기도 이천시의 덕평휴게소(영동고속도로) 등이 개방형 시설로 이름나 있다.
전북에서는 순천~완주고속도로 남원 춘향휴게소(완주 방향)가 개방형으로 바뀔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와 남원시가 지난달 28일 개방형 휴게소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정읍시와 도로공사는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통해 호남고속도로 정읍휴게소(천안 방향)를 개방형 휴게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후 올 4월 초 국도에서 휴게소에 접근할 수 있는 별도의 주차장과 진입로 조성 공사에 착수했다. 당초 올 6월 말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공사기간을 맞추지는 못했다. 어쨌든 전북지역 최초의 고속도로 개방형 휴게소는 조만간 호남고속도로 정읍휴게소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과 함께 12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국토공간의 효율적 성장전략 지원’을 역점 과제에 포함했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이 과제는 그간의 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한국도로공사는 국토부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이행과제 중 하나로 ‘개방형 휴게소 조성 사업’을 선정해 역점 추진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대낮에도 인적을 찾기 힘든 농어촌 지역에서 고속도로 휴게소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도시 번화가에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이 공간은 아쉽게도 지역사회와는 철저히 분리돼 있었다. 붕괴 위기에 놓인 지역공동체를 향해 문을 활짝 연 고속도로 휴게소가 침체된 지역사회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는 활력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