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청소년 글로벌 역량 강화
각 시‧군별 경험, 노하우 공유
사업 취지‧목적 제대로 살려야
“아이들에게 바다 밖 세상을 보여주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어느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전주교육지원청의 학생 해외연수 확대 계획에 적극 동조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맞다. 글로벌 시대, 해외연수는 청소년들이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도전정신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를 수 있는 기회다. 해외에 나가 견문을 넓히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주장을 부인하기 어렵다.
‘좋은 게 좋은 것이다’는 관용구가 있다. ‘다소 미흡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면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는 의미가 있다. 학생 해외연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꼭 그렇다. 사업을 시행하는 교육청도, 수혜자인 학생‧학부모도 모두 만족스러워 한다. 사업의 효과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포장해도 반박하기 어렵다.
21세기 대한민국에 해외연수 열풍이 불었다. 정치인‧공무원‧시민단체‧언론계‧농어민까지 너도나도 명분을 만들어 해외로, 해외로 나갔다. 모든 난제의 답이 바다 밖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꼭 필요한 경우도 있었겠지만 ‘연목구어(緣木求魚)’도 적지 않았다. 결국은 스스로 문제점을 드러냈고, 관행이 된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학생 해외연수는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공약사업으로 올부터 본격 시행됐다. 올해는 도교육청과 각 시‧군교육지원청에서 약 2500명을 해외로 보냈다. 최근 진행된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시‧군교육지원청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단연 해외연수가 화두였다. 하지만 의원들의 관심은 업체 선정과 관련된 낙찰차액 등 예산 집행 문제에 집중됐다. 해외연수의 취지 및 성과와 관련된 프로그램의 적절성과 사업 추진 방식은 관심 밖이었다. 예상했던 일이다.
사실 학생 해외연수 지원사업은 전북도가 10여년 전부터 시행해 왔다. 당시 김완주 전 지사의 ‘글로벌 인재양성’ 공약에 따라 출연기관인 전북인재육성재단이 2007년부터 각 시‧군과 함께 시행한 ‘글로벌체험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다. 지역사회의 관심이 대단했던 만큼 연수생 선발과 업체 선정, 연수 프로그램, 연수생 사후관리 등을 놓고 잡음도 많았다. 어쨌든 이 사업은 2019년까지 시행된 후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다. 그리고 올해 전북교육청이 학생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역점 시행하면서 전북도는 사업추진의 명분과 동력을 잃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1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오면서 해외 교육기관과의 교류협약을 비롯해 학생관리 등의 분야에서 노하우와 인프라가 쌓였을 것이다. 이 같은 소중한 자산을 지자체가 교육청에 제대로 전수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해마다 전북지역 초‧중‧고교생 수천 명이 해외로 나가게 된다. 전북도의 글로벌체험 해외연수가 그랬듯이 여러 잡음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상치 못한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만족도가 높다고 해서 수혜 학생 늘리기에만 치중할 일이 아니다. 우선 학생 안전과 효육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해외연수 지역 교육기관과의 교류협약(MOU)부터 서둘러야 한다. 절차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교육기관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연수를 해마다 진행해서야 되겠는가. 또 각각의 방식으로 해외연수 사업을 시행해 온 시‧군교육지원청의 관계자들이 모여,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문제점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교육청 담당자가 열정적으로 나서 해외 교육기관과 직접 MOU를 체결하고 홈스테이를 성사시키면서 업체의 역할을 최소화한 모범사례도 있다.
아울러 10여년 전 각 시‧군마다 우후죽순으로 세워놓고, 해외연수 대체 프로그램까지 운영했지만 이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버린 영어체험학습센터 활성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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