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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위도 띠뱃놀이’를 해체 재구성해 삶의 존엄성 구현한 수준작

전북도립국악원무용단 제32회 정기공연 ‘고섬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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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섬섬 무대사진/사진=김경애 대표 제공

전북도립국악원무용단(예술감독 이혜경)이 제32회 정기공연으로 ‘고섬섬-그 소망과 바람을 보듬다’를 올렸다.(12월 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용단과 국악관현악단, 창극단 등 도립국악원의 역량이 망라된 악가무의 역작이다. 토속 제의를 해체 재구성해 춤과 라이브음악, 영상 등 무대 제반요소가 함께한 총체극이라 명명할 수 있다. 고섬섬은 현재 부안군을 행정구역으로 한 위도의 옛 이름으로 이번 기획은 부안군의 우수한 문화자연의 중요성을 부각하려는 뜻으로 전북도립국악원무용단과 부안군이 창작 협업을 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위도 띠뱃놀이’는 바다라는 대자연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망과 바람을 담은 제의이다. 

이번 이혜경 안무 ‘고섬섬’은 원당마누라가 등장하는 위도(고섬섬)와 칠산바다, 대월습곡 이미지의 1장, 원당마누라의 분신격인 본당마누라가 이끄는 춤으로 신과 인간의 경계에서 매개로서의 무당과 그들의 영역인 하늘과 바다와 섬을 그려낸 2장, 바다 위에서 열렸던 파시를 상징하는 풍요와 번성과 활기를 무대 위에 펼쳐놓은 3장, 고기판을 든 무용수들의 춤. 거센 바람과 파도의 일상과 삶을 영위해야 하는 어부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 이미지의 4장까지를 하나의 서사로 구성했다. 5장은 원당제와 굿을 바탕으로 바다의 노여움을 달래는 소망을 담은 이 시대의 새로운 ‘풍어제’를 무대에 올린다. 즉 ‘위도 띠뱃놀이’의 현대적 재구성으로 바다와 섬, 신과 인간이라는 이미지에 담아 또다른 풍속을 만든 것이다. 위도의 상징인 소나무로 마감을 한다.  

풍어제 ‘띠뱃놀이’는 원당 마누라와 본당 마무라가 핵심이다. 안무자는 주신인 원당마누라, 주신의 분신인 본당마누라, 무당을 중심에 놓고 어부와 어부 마누라의 장면을 만들었다. 기존무대 위에 사각 무대를 이중으로 만들어 무대 전체가 섬이 되었다. 무용수의 춤은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자연을 재현하는 수준 높은 창작력을 보인 영상이 무대 전면에 투사된다. 군무에서는 이혜경의 개성을 뚜렷이 볼 수 있다. 직선의 라인 구도, 역동성, 속도감 강한 움직임과 함께 재현되는 신이 이끄는 또다른 자연이다.

이 가상의 인공섬은 환타스틱한데, 이 환상을 현실로 돌리는 핵심 장면이 어부의 죽음이다. 예술감독 이혜경의 총지휘 아래 수준급의 스태프들이 만들어낸 이 총체극의 그 중심에 어부와 어부마누라가 있다. 죽음으로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어부 송형준의 춤열연은 탁월하다. 전후의 풍어제 등의 이미지를 자신을 중심으로 틀어쥔다. 어부가 만들어내는 강한 힘이 연출된 이 장면이 있어 볼거리로 흐를 수도 있는 여흥을 휴매니즘, 즉 삶의 존엄성을 메시지화하는 문학성을 담는데 성공한다. 어부는 갔지만 그 후손인 아이의 등장도 미래를 약속하는 놓치지 않은 섬세함이다. 이 장면은 생명력이라는 것을 긍정하는 이혜경 등 제작진의 뚜렷한 가치관을 보여준다.  

이번 제작은 무대미술, 조명, 영상이 어우러지는 세련된 색감 그 위에 주역인 원당, 본당, 무당, 어부 등 솔로에게 안무자는 장면장면을 세우는 막강한 역할을 주문했는데, 송형준, 배승현, 이은하, 오대원, 윤이담의 완숙한 솔로가 군무진을 이끌며 수준높은 무대를 만들어냈다.

/ 김경애 춤평론가, ‘댄스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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