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새해의 지킴이는 청룡이다. 60갑자 중 갑진년(甲辰年)은 천간(天干)인 '갑(甲)'이 오행으로는 나무(木)이고, 오방색으로는 청색(靑色)에 해당되어 '청룡의 해'가 된다.
용은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문화적 동물이다. 용은 인간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동물이지만,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을 못 그린다’라는 속담까지 생겨날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정형화된 뚜렷한 형상을 지니고 있다. “머리는 낙타 같고 뿔은 사슴 같고, 눈은 토끼 같고, 귀는 소와 같으며, 목은 뱀과 같고, 배는 신과 같고, 비늘은 잉어와 같고, 발톱은 매와 같으며 발바닥은 범과 같다. 그리고 등에는 81개의 비늘이 있어 9․9의 양수를 갖추었으며…”라고 『본초강목』에서 용을 설명한다. 여러 동물이 가진 최대의 강점들만을 모았으니 이만하면 최고의 존재가 되고도 남음이 있다. 용은 날짐승, 들짐승, 물짐승의 복합적인 형태와 능력을 갖추고 기상천외한 모습과 천변만화하는 조화 능력을 가졌다. 용은 뭇 동물 중의 우두머리요, 힘과 조화의 최고자(最高者)이다.
△제왕(임금)·왕권, 씨족시조의 상징
용이 가진 장엄하고 화려한 성격 때문에 흔히 용은 위인과 같은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로 비유되면서 왕권이나 왕위가 용으로 상징되기도 하였다.
신화 속의 수신(水神)인 용은 혼인을 통해 국조(國祖), 군주, 씨족조(氏族祖) 등 귀인의 어버이다. 석탈해는 용성국 왕과 적녀국 왕녀간의 소생이고, 백제 무왕(武王)인 서동은 어머니가 과부로 서울 남지변에 살던 중에 그 연못의 지룡과 교통하여 출생하였고, 후백제 시조 견훤은 광주 북촌의 부잣집 딸이 구렁이와 교혼하여 낳았다. 고려 태조 왕건은 작제건과 용녀의 소생인 용건의 아들이다. 창녕 조씨의 시조 조계룡은 용의 후예라고 하는 씨족의 시조 신화로서 나타난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임금의 덕을 용덕(龍德), 그 지위를 용위(龍位)라 하였고,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龍床)·용좌(龍座), 임금이 입는 의복을 용의(龍衣)·용포(龍袍), 임금이 타는 수레를 용가(龍駕)·용거(龍車), 임금이 타는 배를 용선(龍船)이라 하였으며, 심지어 임금이 흘리는 눈물을 용루(龍淚)라 하였다. 특히 임금이 즉위하는 것을 용비(龍飛)라 하였다.
불교에서도 지혜와 덕망이 높은 고승을 용상(龍象)이라 하고 그런 인물이 머무는 사원을 용상굴(龍象窟), 법력을 용상지력(龍象之力) 등으로 불렀다. 불상을 모신 감실은 용감(龍龕), 사원을 용궁(龍宮), 부처의 좌세(坐勢)를 용좌(龍座)라 하는 것을 보면 부처님을 용으로 비유한다.
용은 운행운우(運行雲雨)를 자유롭게 하는 물의 신으로서, 불교의 호교자로서, 그리고 왕권을 수호하는 호국용으로서 기능을 발휘한다. 나라를 지키는 호국신(護國神), 불교를 지키는 호법신(護法神)으로서 용 상징은 우리나라의 톡특한 역사 문화적 소산이다.
△물의 신, 용
용의 상징적 의미가 아무리 상이하고 다양하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용은 물과 관련된다. 용은 물에서 산다. 그래서 용은 물이 되기도 한다. 물이 바다이든 연못이든 우물이든 샘이든 대소를 가리지 아니하고 용이 산다. 용은 ‘물의 원리를 표상화한 것’ 또는 ‘물을 상징한 것’이다. 용의 변화무쌍한 형체는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물의 능력을 관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용은 물에서 살며 물을 지배하는 신으로 받들어졌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부터 일반 민간에 이르기까지 용신제, 용왕제 등을 올리며 용의 조화로운 능력을 믿고 의지하고자 하였다. 풍작을 염원하는 농민들의 마음과 안전한 항해 및 풍어를 바라는 어민들의 소박하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용을 위하는 의식과 신앙으로 전승되어 오고 있다.
△물의 신으로서 불(화재)을 막는 용
한국 전통 건축물들은 대부분 목조건물이다. 목조건물은 특히 화재에 약하다. 화재를 막고 집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지책을 써왔다. 경복궁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7년 11월 경복궁 경회루 연못 정비작업 중 동으로 만든 용이 발굴되었다. 이 용은 경회루를 중건하면서 목조건물의 화재를 막기 위해서 넣은 두 마리 중 하나이다. 2001년 경복궁 근정전 중수공사 때 발견된 화재 예방을 위한 부적 2점이 발견되었다. 하나는 붉은색 장지에 작은 크기의 ‘龍’ 글자 1000여 개 정도를 써서 크게 ‘水’자 형태가 되도록 만든 부적이다. 다른 하나는 같은 붉은색 장지에 발톱이 다섯 개 달린 오조룡(五爪龍)을 그린 부적이다. 목조건물인 경회루, 근정전을 불로부터 재앙을 막으려고, 물을 다스리는 용의 힘을 빌린 것이다.
△태몽으로서 최고, 용
해마다 봄철이 되면 황하 상류인 용문협곡에서 뭇 잉어가 모여 급류를 타고 뛰어 오르는데 이때 성공한 잉어가 용이 된다. 이는 곧 경쟁을 물리치고 과거에 급제하여 신하가 되어 나라에 충성한다는 뜻으로 어변성룡(魚變成龍)이다. 한국인은 꿈에 용을 타거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면, 고위관직에 올라 만인을 호령하게 되고, 자신이 용이 되면 성공을 암시하는 길몽으로 여겼다. ‘용꿈을 꾸고 자식을 얻으면 훌륭하게 된다’라는 말처럼 장차 크게 이름을 떨칠 자식을 낳게 될 꿈이 바로 용꿈이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날면 입신출세한다, 용을 타고 하늘을 날면 승진하고 벼슬에 오른다'는 속담처럼 용은 훌륭한 사람에 비유되며 용이 승천한다는 것은 입신출세, 곧 등용(登龍)을 뜻한다.
한국인이 꾸는 동물 꿈 가운데서 용꿈은 돼지꿈과 더불어 최고의 길조(吉兆)이다. 훌륭한 아들을 낳는다는 용꿈은 태몽으로서 최고의 꿈이다. 장차 크게 이름을 떨칠 사내애를 낳게 될 꿈이 바로 용꿈이다. 『홍길동전』에서는 아버지 홍판서의 꿈에 용이 나타나서 홍길동의 탄생을 점지해주고 있다. 사임당 신씨가 용꿈을 꾸고 율곡선생을 낳은 오죽헌의 방 이름은 “몽룡실(夢龍室))”이다.
△용, 꿈을 꾸다
변화와 조화의 용은 바람을 부르고 구름을 일으키며 비∙천둥∙번개와 함께 하는 장엄한 비상과 승천에 있다. 용이 갈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일이다. 새해에 모든 이들이 바람을 이룰 수 있게 승천하는 청룡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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