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절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감정을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 특별한 감정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다. 한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가까운 관계가 된다는 건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아름다운 사랑인가. 그런데 그 사랑의 대상이 사람들의 통념과 다르다면, 동성을 사랑한다면 세상의 시선은 어떨까?
<햇빛 속으로>는 십 대 퀴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수민’이가 화자가 되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담긴 어두운 자아를 발견하고, 밖으로 끄집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퀴어 청소년의 커밍아웃, 섬세한 사랑의 감성, 자신의 진짜 모습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통해 퀴어에 대해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중학생 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주인공 ‘수민’은 친구 ‘희수’에게 고백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이상한 놈, 더러운 새끼”라는 말을 듣고 자신의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까 봐 공포감을 느낀다.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는 자기 자신을 마음속 지하실에 가두게 된다. 세상에서 통용되는 이성과의 사랑이 아니라 동성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수민’의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해져 아릿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수민은 고등학생이 되어 연극반 ‘목소리’에 가입한다. 그곳에서 예술 특기 강사이자 극단 배우인 ‘예쌤’을 만나면서 숨겨 두었던 감정이 다시 꿈틀거린다. 하지만 ‘수민’은 중학교 때 ‘희수’로부터 받은 경멸의 눈빛이 스치고, 결국 세상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예쌤’에 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애쓴다. 그렇다고 그 애틋한 감정이 숨겨질 리가 있겠는가. 사랑의 감정을 이성으로 누르기에는 수민의 사랑은 통제되지 않았고, ‘예쌤’이 출연하는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을 다섯 번이나 보게 된다. ‘예쌤’은 수민의 마음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숨 쉬어. 숨 쉬어야 살아. 그래야 살 수 있어.”
늘 조바심을 안고 살았던 수민에게 ‘예쌤’의 말은 알에서 깨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고,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한다.
“세상, 사람, 참 무섭다. 네가 가려는 길이, 나도 모르는 길이고,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네 잘못이 아닌 것 알고, 너도 어쩔 수 없다는 것 아니까, 더 이 아빠 마음이….”
수민이가 말했을 때 아버지의 반응이다. 필자도 두 아들이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라면 어떤 말이 먼저 나왔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세상의 통념과 상식의 기준을 넘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작가는 수민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빛을 향해서 나가라고 주문한다.
수민도 다짐한다.
‘앞으로도 한순간, 한순간, 이 순간을 살아갈 것이다. 내 진실에 온 힘을 다해 응답하면서.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그래서 내 삶을 사랑하는 길일 테니까.’
우리 사회에서 소수로 살아내는 건 모든 존엄을 내려놓으라고 강요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아직 지하에 웅크리고 있을 수많은 ‘수민’이가 이 소설을 통해 당당하게 햇빛 속으로 걸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경옥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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