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성심당 본점·부띠끄 튀김소보로·딸기시루 등 구매 '열풍'
-찐빵집부터 시작된 '나눔' 가치 현재까지 이어져
"네가 튀김소보로를 맡아, 난 딸기시루 사올게!."
주말인 이달 21일 오후 1시 대전 은행동의 성심당 앞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 배를 채우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곳곳에는 캐리어를 끌거나, 배낭을 멘 관광객들이 담을 거리를 고민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기자도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카레 고로게, 소금 크로와상 꼭 사세요"라며 메뉴를 추천, 고민 해결에 힘을 보탰다.
인근 '성심당 부띠끄'의 대기 줄을 고려, 가족·친구간 케이크와 빵을 구매하는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다.
대기 1시간 뒤 수 많은 인파를 뚫고 성심당 입구에 들어서자, 빵 냄새가 온 몸을 휘감았다. 사람들은 빠르게 집게를 들고, 머릿속으로 '성심당 Wish list'을 되새기며 식판대에 빵을 한 가득 담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이 거쳐가는 필수 코너가 있었다.
바로 대전의 명물로 불리는 '튀김 소보로'다. 고소한 튀김 냄새에 흠뻑 빠진 사람들은 긴 기다림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긴 줄이 사라지고 순서가 오자 6개에 1만 원인 튀김소보로 상자를 고민 없이 집어 들었다. 튀김 소보로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은 마치 기계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지난해 기준 튀김 소보로 누적 판매량은 9600만 개에 달했다.
이런 끊임없는 인기의 배경은 튀김 소보로의 유래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성심당은 1950년 대흥동성당에서 원조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대전역 앞에 차린 찐빵집이 시작이다. 수십 년 고진감래를 거듭하면서 은행동에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튀김 소보로는 창업주 故 임길순·故 한순덕 씨 부부 아들인 임영진 대표의 추억 속에서 싹을 틔웠다. 어릴 적 맛보던 단팥빵의 달콤함을 추억 속에서 꺼내고 싶었던 임 대표의 고민과 노력에 도너츠의 바삭한 느낌까지 어우러져 태어나게 된 것.
한 입 머금는 순간 느껴지는 따뜻함과 고소함이 어릴적 고향집에서 나누던 달콤함을 전한다고. 여기에 세련된 도시의 맛까지 보태지는 느낌에 한 번 맛 본 사람들은 쉽게 잊을 수 없다는 귀띔이다.
경기 시흥시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모(27) 씨는 "입소문으로만 듣다가 맛이 너무 궁금해서 여행까지 왔다. 둘이 합쳐서 5만 원치를 샀는데 담은 양에 비해 저렴하기까지 해서 먹기도 전에 만족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심당의 人心(인심)은 케익부띠끄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케이크 '딸기 시루'를 맛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발디딜 틈조차 찾기 힘들었다. 대기 줄 앞에 설치된 '딸기 시루 판매는 1인 당 1개로 한정돼 있다'는 안내는 거만해보이기까지 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긴 줄에 늘어선 손님들은 '내 순서가 되기 전에 매진되면 어떻게 하지… 제발 1개라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아쉬운 동동거렸다.
출입구에 차례를 안내하는 직원의 도움으로, 대기 시간 30분 만에 달콤한 딸기 시루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일단 안도의 한숨…
매장 왼쪽 구석을 한 가득 채운 케이크 포장 대기줄이 한 눈에 보였는데, 대부분 딸기 시루를 구매한 고객이었다.
딸기 시루는 딸기 제철을 노리고 나온 딸기 생크림 초코 케익으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싱그러운 딸기와 풍부한 생크림, 초코 반죽이 듬뿍 들어갔다. 2.3㎘ 기준 4만 5000원이라는 점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케익부띠끄 직원은 "금, 토는 1200개씩 팔리고, 월·화·수·일요일에도 기본 300-500개는 팔린다. 손녀 사준다는 어르신부터, 결혼 기념일 챙기는 부부까지 연령층이 다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성심당과 케익부띠끄는 아낌 없이 나눠주는 마음 하나로 운영되고 있었다. 찐빵집 운영 당시 목척교 아래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주던 마음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이는 성심당이 대전만을 고집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임 대표는 로컬기업을, '그 도시에 토착화된 기업으로서 시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며, 사회적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지역 기업으로서 나눔을 실천하고, 전 국민이 찾아주는 따뜻한 사랑을 발판으로 나눔의 지역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오래전부터 실천해오던 나눔의 삶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빵을 사고 나오는 발걸음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케익을 맛본다는 기대와, 나눔의 온정에 작은 보탬이 됐다는 뿌듯함으로 가벼웠다.
성심당은 한결같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다시 찾는 발걸음이 하나 둘 모인다면, 모든 방문객들의 마음에는 대전의 나눔 정신이 담긴 맛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대전일보=최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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