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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협 공동기획 팔도 핫플레이스] 사계절 낭만과 힐링 모두 사로잡은 대구 구미 지산샛강생태공원

맨발길 신드롬의 중심, 사계절 팔색조 매력 넘치는 생태공원으로 탈바꿈 '큰고니벅스' 카페 편의시설 구축, 다양한 야간조명등 설치로 야간명소로 우뚝 지산샛강생태공원은 도심 속 힐링공간으로 경북 구미시 지산동에 있다. 지산의 명물인 샛강을 보다 쾌적하고 건전한 휴식공간으로 만들고자 구미시가 조성한 공원으로 구미의 유일한 습지다. 봄엔 아름다운 벚꽃산책길, 여름엔 연꽃 군락지, 겨울엔 철새 보금자리로 사계절 즐길거리가 많고, 도심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황토맨발길·황토볼장 등 다양한 맨발체험 공간과 야외광장, 운동시설, 휴게 공간 등을 갖춰 시민과 관광객에게 건강한 휴식과 여가를 제공하고 있다.〈편집자 주〉 짧은 가을을 배웅하는 시점에서 자연의 선물을 느끼기 원한다면 '구미 지산샛강생태공원'이 제격이다. 지산샛강생태공원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경북 구미에서 도심 속 힐링과 낭만을 강조하는 구미만의 색깔을 가장 잘 나타낸 곳으로 꼽힌다. 그동안 방치되고, 겨울철 고니가 잠시 머무르는 곳 정도였던 지산샛강생태공원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가능한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이 덕분에 매일 1천5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 등 요일, 시간 상관없이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됐다. 특히 최근 도심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구미 지산샛강생태공원이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면서 구미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자 사계절 내내 콘텐츠가 있어 질리지 않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봄의 벚꽃, 여름의 연꽃, 가을의 억새, 겨울의 천연기념물 큰고니까지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갖춰졌고, 맨발걷기를 위한 황톳길도 마련되면서 최상의 힐링 공간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맨발걷기 신드롬의 중심 전국이 맨발걷기 열풍이다. 그중에서도 황토와 마사토로 조성된 구미 지산샛강생태공원은 경북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해 전국구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을씨년스럽기만 했던 지산샛강생태공원에 3.4㎞(황토 1㎞, 마사토 2.4㎞) 규모의 황토맨발길이 갖춰지면서 힐링명소뿐만 아니라 각종 영상 촬영지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한 번도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 층도 탄탄하다. 우연하게 이곳의 맨발길을 접한 외지인들도 다시 방문하는 등 많은 사람을 매료시키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인위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체감할 수 있으며,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진정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황토 맨발걷기가 시작되는 입구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황토를 한발 한발 밟으며 걸으면 그간 쌓인 스트레스도 금방 해소된다. 홀로 자연을 느끼며 여유롭게 맨발길을 걸을 수도 있고, 가족‧친구 등과 동행해서 걸으면 금세 한 바퀴를 돌 정도로 편안한 환경이 조성돼 있다. 황톳길 맨발걷기가 질퍽하고 찐득해 걷기가 불편하다는 편견 탓에 시도조차 어려워하는 방문객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져온 신발은 신발장을 이용하면 되고, 황토가 묻은 발은 최신식 시설로 준비된 세족장과 에어건을 사용하면 된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황토풀장과 황토볼장을 추천할 만하다. 맨발길 조성에 진심인 구미시는 맨발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실된 황토와 마사토를 수시로 보충하고, 수분도 매일 보충하면서 가장 걷기 좋은 상태를 만들고 있다. △사계절 팔색조 매력 덩어리 구미 지산샛강생태공원은 금오산과 함께 사시사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지산샛강생태공원은 봄의 벚꽃, 여름의 연꽃, 가을의 억새, 겨울의 천연기념물 큰고니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어서다. 봄에는 매서운 추위를 뚫고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이 공원 전체를 봄내음으로 가득 채운다. 여기에다 지산샛강 주변 벚나무와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색‧분홍색 꽃잎은 생태공원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특히 벚꽃철에는 '인생샷'을 찍기 위한 구름 인파가 몰릴 정도다. 수많은 벚나무 속에서 숨겨진 포토존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여름엔 연꽃이 장관이다. 샛강을 가득 메우며 연꽃 군락지를 이룬 이곳에서는 매년 여름철이면 연잎과 연꽃이 가득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여름 일몰 시간에 수변관찰데크와 연꽃쉼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무더운 한여름 더위를 식혀줄 만큼 장관이다. 또한 이곳은 생태적으로나 경관적으로나 가치가 높아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생태학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가을이 되면 풍성한 억새가 연꽃의 빈자리를 채운다. 인근 들판에 노랗게 익은 벼와 쌀쌀한 날씨에 맞춰 지산샛강으로 찾아오는 철새들이 조화를 이루며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게다가 가을이면 지산샛강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체험형 프로그램인 '지산샛강 생태문화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소박하지만 매년 풍성한 볼거리로 방문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겨울이면 고니 떼가 지산샛강생태공원을 한 폭의 그림으로 만든다. 이곳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2급으로 분류되는 고니 1천여 마리가 매년 겨울 찾아들면서 '백조공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다. 고니를 만나려면 샛강전망대나 조류관찰대가 안성맞춤이다. △큰고니와 함께 낭만에 빠지다 이곳엔 겨울철 지산샛강을 찾는 큰고니보다 더욱 인기 있는 곳이 있다. 지산샛강생태공원 내 광장에 자리 잡은 '큰고니벅스' 무인카페다. 올해 처음 문을 연 이곳에서는 바쁜 일상을 벗어나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걷기 좋은 날이면 항상 손님으로 붐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곳 주변엔 자판기 등 음료를 사먹을 수 있는 시설이 한 곳도 없었다. 처음에는 각종 규정 등으로 인해 무인카페보다는 자판기 2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의견이 좁혀졌지만, 김장호 구미시장의 발상의 전환과 적극 행정으로 '큰고니벅스'가 문을 열게 됐다. 구미시 관계자는 "'물 한잔 마실 곳이 없다'는 시민들의 불평이 있었지만, 휴게음식점 설치를 할 수 없는 지역이었기에 그간 어려움이 있었다"며 "무인카페 형태의 '큰고니벅스'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난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카페에선 총 55종의 다양한 음료를 방문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일몰 후 캄캄하기만 했던 지산샛강생태공원은 최근 야간경관조명이 설치되면서 낭만의 장소로 탈바꿈했다. 방문객의 눈을 사로잡는 야간 조명과 볼거리로 구미 대표 야경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산샛강생태공원 광장 앞에는 갈대조명(LED)과 생태공원 데크 산책로 2곳(215m)에 야간 조명등이 설치됐다. 또, 벚나무 산책로에는 야간조명등 250개가 설치돼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특히 벚나무 산책로에 야간조명등이 설치되면서 벚꽃 시즌에는 야경을 감상하려는 연인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이 줄을 잇고 있다. 그밖에도 고니 등 겨울 철새를 만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구미시가 마련한 큰고니 조형물을 비롯해 글자포토존, 커피잔 모양 조형물 등도 사진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산샛강생태공원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지산샛강공원은 도심을 흐르는 샛강의 특색을 살려 조성된 수변공원과 황톳길이 있는 생태 공간이다. 특히 최근엔 전국 5곳만 있는 산림청의 '모범도시숲'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구미시는 지산샛강생태공원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지난 3월 차량 138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추가로 만들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산샛강생태공원을 특색 있게 정비해 전국 최고 수준의 생태공원으로 가꿔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일신문=이영광 기자

  • 기획
  • 전북일보
  • 2024.11.27 16:51

[팔도 핫플레이스] '작지만 특별함이 있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남원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 문화도시다. '춘향'으로 대표되는 전통 문화와 예술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자연과 예술을 접목한 남원 여행 필수 관광지로서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언덕 위에 묵직하게 자리잡은 날카로운 직각 형태의 건물에 푸른 하늘과 물이 어우러진 광장이 조화를 이룬 김병종미술관의 전경은 생명과 자연이 살아 숨쉬는 듯한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전시 작품을 꼼꼼히 보기 좋고 통창으로 바라보는 주변 풍경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곳. 바쁜 일상에 잠시나마 자연 속 여유와 힐링을 느낄 수 있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을 찾았다. "연관람객 10만 명 문전성시"...남원의 랜드마크 남원시에 따르면 김병종미술관은 올해 8월 기준 연간 관람객 10만 명을 달성해 지역 미술관 생태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김병종미술관은 개관 첫 해인 2018년 3만 여 명을 시작으로 2019년 5만 6000여 명, 2022년 8만여 명으로 매년 큰 폭의 관람객 증가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2021~2022년 한국관광공사 주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며 지역 미술관의 성공사례이자 명실상부한 남원의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실제 남원을 방문한 관람객들은 광한루원을 방문하고 점심을 먹은 뒤 김병종미술관을 관람하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됐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 '지역별 관광 현황'을 보면 김병종미술관은 남원지역 중심 관광지 및 인기관광지 5위로 유일하게 10위권 이내 문화예술 분야 관광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에 따라 김병종미술관이 춘향제와 광한루원 등에만 의지하던 남원 관광의 콘텐츠 지평을 넓히는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다. 남원시는 국비 등 총사업비 54억 원으로 시작한 김병종미술관이 창출하는 경제적인 부가가치 효과가 50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술관 인기에 힘입어 최근 남원시는 '김병종 미술상'을 제정했다. 작가명 미술상으로는 전국 12번째로 2025년 하반기부터 2년마다 추천 공모제 방식으로 수상자를 선정한다. 남원시는 미술상 제정을 통해 김병종 화백의 예술 세계와 정신을 기리고 국내 미술 분야를 선도할 후진 예술가의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 남원시 관계자는 "처음에 김병종미술관 건립 당시 우려를 제시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를 말끔히 해소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미술관이 꾸준한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생명력에 주목...작지만 특별한 미술관 시군단위 작은 규모의 김병종미술관이 이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으로는 남원이 낳은 김병종 화백의 기증 작품 등을 비롯해 '자연'과 '생명'이라는 콘텐츠를 짜임새 있게 기획한 점이 꼽힌다. 김병종 화백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자적인 화풍을 구현한 세계적인 화가다. 대표작으로는 '생명의노래', '화접기행' 등이 있다. 자연과 생명에 주목한 그의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방출한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에 아낌없이 작품을 내놓고 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기증한 작품만 440점이 넘을 정도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김 화백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강점은 국내 미술계의 큰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미술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는 김 화백의 2003년작 '생명의 노래-숲은 잠들지 않는다'가 있다. 세로 1.9m에 가로 9.6m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이 작품은 김 화백이 직접 만든 닥나무 원료의 '닥판'이라는 바탕에 율동하는 듯한 나무들과 새, 나비 등을 생명력 있게 표현했다. 미술관에는 이 작품을 비롯해 실제 관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을 주는 작품이 전시돼 큰 여운을 준다. 단순 미술 영역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복합 공간 지향 김병종미술관은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자연과 가장 가까워 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관람객 확보를 위해 도심 속에서 경쟁하듯 규모 확장에 몰두하는 다른 미술관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지녔다. 숲으로 둘러싸인 전원형 구조의 김병종미술관은 단순 그림만 전시하는 미술 공간을 넘어 역사와 문학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글 쓰는 화가'로서 문학인으로도 유명한 김병종 화백이 기증한 약 2000여 권의 미술, 인문학, 역사 관련 도서가 비치된 북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조선시대와 현대 도자기를 소개하는 '흙, 회전하다' 전시를 열었다. 남원이 일본 3대 도자기이자 세계적인 명성의 조선 도공 심수관의 본향이기에 마련된 특별 전시였다. 전시회에는 조선시대 백자와 청화백자, 심수관 도옹가의 자기 45점에 이어 현대 작가들의 작품 25점 등 총 70점을 선보였다. 비슷한 시기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국보 순회전 '순백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조선백자'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비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국내 대표 유물 '백자 달항아리'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지역 주민에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김병종미술관은 최근엔 7년간 모아온 소장품전 ‘남원南原에서’를 개최해 남원에서 태어나거나 인연을 쌓은 작가들의 4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지역과 관련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어 지역 주민에겐 저마다의 추억을 선사하고 타 지역 방문객에겐 남원의 다채로운 문화를 즐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유치석 관장은 "방문객분들이 이곳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 자연과 문화 모두를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짧게나마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기획
  • 신기철
  • 2024.09.19 15:56

[팔도 핫플레이스] 천혜의 비경 고군산군도⋯힐링‧체험‧즐길거리 다 있다

군산은 항구도시다 그 만큼 바다를 활용한 관광자원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이 중 고군산군도는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 해상관광 자원이다. 고군산군도는 ‘신선이 놀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예부터 크고 작은 섬들과 바다 그 사이의 개성 있는 기암괴석들이 연출하는 경관이 훌륭해 ‘천혜의 비경’ 으로 불리고 있다. CNN은 지난 2022년 48개 국가로 구성된 아시아 대륙 곳곳의 관광명소를 설명하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숨은 관광명소 18곳을 발표했는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고군산군도가 이름을 올렸다. CNN은 고군산군도에 대해 “도심을 벗어나 휴양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이곳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2023~2024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명소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계절 어느 때에나 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고군산군도다. 특히 자연경관뿐 만 아니라 힐링과 체험, 즐길거리도 가득해 가족과 연인, 친구 등과 추억 쌓기에도 제격이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백사장 '선유도 해수욕장' 군산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해상에 위치한 고군산군도는 선유도를 포함해 신시도‧무녀도‧ 방축도 등 63개 섬이 펼쳐져 있다. 이 중 16개 섬이 유인도로 인구는 약 2000명이다. 특히 선유도와 신시도·무녀도·장자도·대장도의 경우 ‘바다가 육지라면’의 노랫말이 현실로 된 섬들이다. 2017년 새만금방조제와 고군산연결도로가 개통되면서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이런 가운데 고군산군도 대표적인 곳이 선유도 해수욕장이다. 선유도 해수욕장은 파도가 높지 않고 수심도 얕아 물놀이하기에 좋은 해수욕장으로, 육지섬이 되기 전부터 여름철 피서지로 많은 방문객이 찾던 곳이다. 모래입자가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고 하여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라고도 한다. 선유도 해수욕장의 중심에 자리잡은 명승(국가에서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뛰어나게 아름다운 경관) 망주봉은 선유도만의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 해수욕을 즐기는 피서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곳 해수욕장은 8월 18일까지 운영하며, 개장기간 중 비치 파라솔과 구명조끼, 실내 샤워장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려한 경관에 짜릿함을 더하다 선유도에서 명사십리 상공을 가로지르는 익사이팅 체험은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다. 선유도의 대표 익사이팅 체험시설인 선유스카이썬라인은 높이 45m로, 선유도 해수욕장 입구에서부터 망주봉 입구에 위치한 조그만 솔섬까지 700m를 케이블에 매달려 하강하는 시설이다. 짚라인을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본 명사십리 해변은 하트 모양을 띄고 있어 연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짚라인의 종착지인 솔섬에서 옛시절 선유도에 유배된 선비가 망주봉에 올라 한양 쪽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하였다는 설화를 떠올리며 망주봉과 명사십리 해변의 경관을 잠시 감상하는 것도 선유도 해수욕장만의 색다른 매력을 즐기는 방법. 부드러운 돌들이 가득 ‘옥돌해변’ 선유도의 옥돌해변은 선유1구 마을에 위치한 작은 해변으로 모래사장이 아닌 부드러운 옥돌과 주변의 기암괴석들이 연출해내는 풍광이 아름다워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명소다. 해안절벽에 데크길이 조성되면서 산책하기가 좋으며, 아기자기 작은 섬들과 해변이 연출하는 경관이 아름다워 마을에서는 '신선둘레길'이라고도 부른다. 햇빛에 반짝이는 돌들이 가득한 해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일상에서 한가로운 정취를 즐겨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자 힐링이다. 옥돌해변과 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선유도의 노을 또한 아름다워 낮시간 해수욕을 마치고 해질녁 방문하는 것도 추천되고 있다. ◇바다 위도 걷고 대장봉 배경삼아 인생 컷도 찍고 선유도와 장자교를 연결하는 장자교스카이워크는 1986년 개통됐던 장자교를 지난해 스카이워크로 새롭게 리모델링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장소이다. 바다 위 투명유리 위에서 대장봉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장자도 천년데크를 지나 대장봉에 오르면 고군산군도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대장봉 정상에서는 고군산군도의 절경을 360도 모든 방향에서 전망하며 신선이 된 듯한 감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숨은 매력으로 꼽히고 있다. 해질녘 전국 최고의 노을명소 ‘선유낙조 ’ 낮시간 시원한 물놀이와 짚라인 체험을 즐겼다면 해질녘 고군산의 노을 감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운 절경 8선을 이르는 ‘선유8경’ 중 제1경은 ‘선유낙조’이다. 또한 망주봉은 낙조의 아름다운 경관 가치를 인정받아 명승으로 지정되었을 만큼 선유도의 노을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고군산군도 어느 지점에서나 노을 감상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명사십리 해수욕장과 솔섬데크, 장자교스카이워크, 옥돌해변 명품 데크길 등을 명소로 추천한다. 유람선 타고 고군산 바다 누비다 바다와 좀 더 가까이 하고 싶다면 유람선을 타면 된다. 선유도에서 유람선에 오르면 1시간 남짓 선유도-장자도-관리도-방축도-명도에 이르는 고군산 해상을 유람하며 육지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의 고군산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갈매기떼를 만나고, 운이 좋다면 갈매기와의 인증샷도 남길 수 있다. 주요 관람 포인트별로 진행되는 선장의 간단한 설명은 유람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육지에서는 보이지 않는 말도-보농도-명도, 광대도-방축도를 연결하는 해상인도교와 인어상(방축도)‧독립문바위(방축도)‧ 거북바위(횡경도) 등 고군산군도의 명물을 만나는 기회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K-관광섬으로 떠오른 말도‧명도‧방축도 섬여행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장자도 선착장에서 고군산군도 서쪽으로 향하는 여객선에 몸을 실으면 된다. 관리도‧방축도‧명도‧말도 등 고군산 서쪽 섬들은 장자도에서 불과 15분~30분이면 갈 수 있다. 군산항에서는 2시간~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캠핑족이라면 해안절경을 그대로 담고 있는 관리도 캠핑장에서 백패킹을 즐겨보자. 고군산 섬트레킹 1번지 방축도는 산책로를 따라 무인섬 광대도와 연결된 출렁다리까지 트레킹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출렁다리에서 내려다보는 독립문바위의 경관과 광대도까지 건너가며 즐기는 아찔한 체험은 방축도 여행의 재미난 요소이다. 명도에서는 마을 산책로를 따라 오진여 전망대와 구렁이 전망대로 갈 수 있으며, 구렁이 전망대에서는 말도와 보농도가 한 눈에 보인다. 간조 시에는 무인섬 광대도까지 바닷길이 열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고군산군도의 끝섬 말도에서는 1909년 설치되어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말도 등대와 바위섬 정상의 한 그루 소나무 천년송, 해안절벽의 습곡구조 등 이색 볼거리가 가득하다.

  • 기획
  • 이환규
  • 2024.07.25 14:26

[팔도 핫플레이스] 가평으로 떠나는 ‘유럽여행’

바야흐로 나들이하기에 제격인 봄. 푸르름이 짙어질수록 나들이객들의 발걸음은 바빠진다. 경기 가평군은 80% 이상이 산림으로 지역 곳곳이 봄의 기운을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가평에는 산림청이 지정한 전국 100대 명산 중 경기도 최고봉인 화악산(1천468m)을 비롯해 명지산, 운악산, 유명산, 축령산 등 5개의 아름다운 산과 북한강, 가평천, 조종천, 미원천 등 이름난 강과 하천 및 계곡을 품고 있는 수도권 대표 휴양도시다. 여기에 10여 년 전부터 호명산, 화야산 등 주변으로 프랑스, 스위스 등을 모티브로 한 유럽마을이 조성되면서 다시금 가평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가평으로 떠나는 유럽여행’이라는 말은 이들 마을로부터 비롯됐다. 살랑살랑 봄바람 타고 가평속 유럽으로 가볍게 떠나보자. ■ 쁘띠프랑스·이탈리아 마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모티브로 한 ‘쁘띠프랑스’와 ‘이탈리아 마을’은 2008년, 2021년 각각 개장했다. 이들 마을은 두 나라를 대표하는 동화 캐릭터 ‘어린 왕자’와 ‘피노키오’를 메인 콘텐츠로 각각의 마을에는 어린 왕자·피노키오 동상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유럽 지도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이웃하고 있는 것처럼 두 마을은 가평군 청평면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호명산 자락에 인접해 자리한 이들 마을 앞에는 가평 8경 중 첫번째 비경인 북한강 청평호가 유유히 흐르고 있다. 프랑스 해변 촌락을 옮겨다 놓은 쁘띠프랑스는 2014년 방영된 TV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비롯해 ‘베토벤 바이러스’ 등 다수의 드라마 등의 촬영지로 명성을 얻으며 지금껏 내국인은 물론 중국, 동남아 등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쁘티프랑스는 200년 이상 된 건축자재를 재조립한 전통주택전시관, 프랑스 3대 시장 벼룩시장인 생투앙 벼룩시장을 모티브로 한 엔티크 벼룩시장, 생텍쥐페리 재단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설립한 생텍쥐페리 기념관, 명품 도자기 인형 등으로 꾸며진 프랑스 가정집 메종 드 마리&장, 수백년 된 유럽 인형의 집, 메종드 오르골, 유럽풍 거실, 회화 작품 갤러리 등 프랑스 문화 전시관 등으로 꾸며졌다. 마치 프랑스 거리를 거닐고 있는 듯한 낭만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유럽 동화 인형극이 열리는 ‘떼아뜨르 별’ 극장, 오르골 시연장인 ‘메종 드 오르골’, 마리오네트 퍼포먼스 등의 야외극장, 봉쥬르 산책길 등 유럽 문화체험과 공연을 즐길수 있다. 먼 지역에서 오거나 유럽 정취를 물씬 즐기고 싶다면 2인실, 4인실 등 숙박시설에서 하루밤 보내보는 것도 추억이 될듯 싶다. 인접한 국내 유일의 이탈리아 테마파크로 알려진 이탈리아 마을은 피노키오와 다빈치로 대표된다. 이탈리아 중북부 토스카나 지방의 건축물들을 모티브 한 이 마을은 이탈리아 중세시대 고성을 방불케 한다. 이탈리아 마을은 피노키오 모험관과 다빈치 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이탈리아 콜로디재단과 정식 계약을 체결한 피노키오 모험관은 인형극단의 방, 절름발이 여우와 눈먼 고양이, 장난감 나라, 푸른 요정의 방, 제페토 공방, 진짜사람 피노키오, 고래 수족관 등 동화 속 스토리 체험공간으로 꾸며졌으며 피오키오 극장, 야외극장 등도 운영된다. 르네상스 시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와 발명품 등을 볼 수 있는 다빈치 전시관은 발명품 전시관, 회화관, 영상관, 차륜관, 특별전시관 등의 작품들을 영상, 미디어 등을 활용한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쁘띠프랑스·이탈리아 마을은 봄을 맞아 오는 5월31일까지 각각 ‘2024 세계 오르골페스티벌’과 ‘유럽 동화나라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2024 세계 오르골 페스티벌에서는 오르골 하우스 리뉴얼 개장과 함께 쁘띠프랑스만의 명물이자 국내에서 보기 힘든 오르골 150여 종을 만나볼 수 있다. 유럽 동화나라 축제는 어린 시절 읽어보았던 동화책 속 주인공들을 마리오네트 퍼포먼스 등의 인형극과 다양한 동화나라 포토존 및 전시체험을 통해 선보인다. ■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스위스 마을) 스위스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 울창한 산림, 높은 고원지대의 방목지 등으로 이뤄진 유럽의 대표 산악 국가로 알려졌다. 가평군 설악면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스위스 마을)’도 화야산 자락 해발 300m 고지대에 조성됐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 축제를 주제로 만들어진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는 스위스의 아름다운 숲과 마을, 스위스풍 건축물과 다양한 테마를 통해 재현했다. 체험형 테마파크인 스위스 마을은 실제 단지 내에 입주민들이 거주하는 자연스러운 마을로 조성됐다. 스위스 마을은 총 32개 동의 건물 중 20개 동에는 입주민들이 거주하고 9개 동에는 각종 테마전시관과 카페, 휴게실 등 방문객을 위한 시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 마을은 테마별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는 스트리트 코스, 산책길·양목장 등의 마운틴 코스, 플라워 슬라이드 등의 엑티비티 존, 스위스 퐁뒤·스노우 체험관 등의 체험 프로그램 등 4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특히 스위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직접 스위스에서 들여온 치즈와 재료들을 사용하는 스위스 치즈 퐁뒤, 라클렛, 수제크림치즈 만들기 체험과 병속에 만드는 작은지구 테라리움, 핑거하트 석고방향제 만들기, 스위스연 만들기 체험, 4계절 스노우 체험 등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테마별로 와인 뮤지엄, 뻐꾸기시계 뮤지엄, 하이디 도서관, 에델바이스 갤러리, 크리스마스메시지 뮤지엄, 베른베어관 등의 전시관도 마련돼 있다. 여기에 스위스의 대표적인 음악인 요들송을 직접 듣고 만날 수 있도록 토요일·일요일 각 1회씩 상설공연으로 방문객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5월에는 스위스 맥주의 신선한 맛을 느껴볼 수 있는 비어 페스티벌과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의 체험프로그램을 특별 할인하는 가정의 달 특집으로 운영된다. 이와 함께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스위스 전통의상 콘테스트’는 지난해 사진 부문에서 올해는 블로그,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 등으로 채널을 확대하면서 콘테스트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경인일보=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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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2 15:08

[팔도 핫플레이스] 제주 가치 여행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익숙함보단 새로움을 느끼기 위한 경우가 많다. 색다른 것을 소비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만의 여행지가 된다. 최근 ‘제주는 비싸다’고 말하며 외면하는 이들이 있다. ‘대한민국 1등 관광지’ 제주 여행이 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색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공간과 자연이 넘치는 곳이 바로 제주다. 스토리를 품고 여행객의 입맛과 눈맛을 사로잡는 숨은 스팟들을 소개해본다. ▲제주의 맛…스토리가 있는 착한 맛집=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매일 제주 핫플레이스와 신상 맛집이 넘쳐흐른다. 새로운 장소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이때, 비하인드 이야기가 담긴 맛집 곳곳을 ‘도장깨기’ 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 착한가격업소와 아너 소사이어티가 운영하는 식당 등을 ‘스토리가 있는 착한 맛집’으로 선정했다. 먼저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는 식당들이 제주 전역에 퍼져 있는데 바로 제주 착한가격업소다. 착한가격업소(한식 업종)는 이달 기준 제주시 163곳, 서귀포시 59곳 등 모두 222곳에 이른다. 이들 식당은 단순히 가격만 착한 것은 아니다. 가격뿐 아니라 위생 청결 기준과 기타 서비스 기준까지 모두 다 충족해야 착한가격업소로 선정되는 만큼 제주도지사의 이름을 걸고 추천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부로 맛과 제주를 가치있게 만드는 곳들이 있다. 바로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가입자들이 운영하는 맛집들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가 설립한 고액기부자 클럽으로, 성실함과 손맛으로 제주 사랑의 열매를 통해 사회에 나눔을 전파하는 식당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음식을 통해 나눔의 손맛과 사장님의 온정을 느껴볼 수 있다. 제주 아너소사어티 5호 회원 박종선씨가 운영하는 태선갈비,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운영하는 돈사돈, 제주 아너소사이어트 48호 회원이 운영하는는 델문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봉you’ 식당은 ‘돈쭐내고’ 싶은 식당 중 하나다. ‘돈쭐내다’는 돈과 혼쭐내다를 합친 말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기업에 착한 소비로 보답하겠다는 의미로 쓰이는 신조어다. 동네 맛집으로 이미 소문난 ‘봉you’는 지난 4월 3일 정기 휴일임에도 문을 열고 제주의 아픔인 4·3을 추모하며 대표 메뉴를 무료로 제공했다. ‘봉you’의 추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의 마지막 날에도, 봉유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며 손님들과 슬픔을 나눴다. ▲제주의 멋…눈맛을 사로잡는 새로운 제주 스팟 제주에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장소가 탄생했다. ‘제주의 밤은 볼 것 없다’란 말이 있는 것처럼 휘황 찬란한 야경이, 운치 있는 야경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쓰임을 다한 물건이 제주 자연에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①탐라해상풍력단지=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풍차가 보인다. 바람 많은 제주도에서 풍력에너지를 얻기 위해 돌아가는 풍차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이색적이다. 신창 풍차 해안도로, 김녕-월정 해안도로, 그리고 녹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는 가시리 풍력발전소까지…. 이미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풍차 스팟들이 있다. 하지만 해가 지면 그 풍경을 즐길 수 없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그런데 최근 해가 진 어두운 밤에 가도 풍차와 함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생겼다. 국내 최초로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탐라해상풍력단지 해상풍력발전기 10기에 조명을 달아 제주 밤바다를 형형색색 파노라마식으로 밝혀낸 것. 일몰 후 밤 10시까지 바다를 수놓은 조명들은 풍력발전의 잉여전력과 전기차 사용 후 폐배터리를 활용한 조명인 만큼 친환경적인 요소를 갖춘 야간관광지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다. ②탐나라공화국=상상 속 이상을 현실에서 구현해내려는 작은 공화국이 제주에 생겼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약하고 여권을 발부받아야 하니, 제주 안에 또 다른 작은 국가를 방문하는 기분이 든다. 공화국 안은 생태와 예술이 만나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소위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다. 전국에 버려진 헌책 30만권을 보관한 헌책도서관과 중문관광단지 내 최초의 풍력발전기를 업사이클해 만든 바람탑과 하늘등대 등 쓰레기로만 여겨졌던 물건들이 저마다 역할을 하며 공화국을 구성한다. 인문투어와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한 이곳은 현재 전국 50여 개 기관과 협력해 교육과 체험이 가능한 교육 관광지이자 도내 친환경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의 흥… 제주 인증샷 명소 최근 일본 여행이 늘면서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 명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역시 해외 부럽지 않은 한라산 인증샷 명소가 있다. 낮에는 한라산을, 밤에는 밤바다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인증샷 명소를 추천해본다. ①위미웨이=제주 한 가운데에 우뚝 솟은 한라산은 보는 방향에 따라 그 웅장한 자태가 달라진다. 한라산의 역동적인 모습을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아름답지만, 최근 위미에 생긴 위미웨이에서 바라보면 한라산의 모습은 최근 SNS에서 화제인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사진보다 더 아름답다. 제주 올레길 5코스를 걸으며 위미웨이를 건너면서 바라본 한라산은 마치 한라산이 산 아랫마을을 품고 있는 듯한 모양새이다. 낮에는 한라산을 바라보며 위미웨이를 즐길 수 있고, 밤이면 다리를 수놓은 조명 덕분에 아름다운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다리를 올라가는 데에 계단이 없어 무장애관광에도 적합한 제주의 새로운 관광 스팟이다. ② 새연교=‘제주의 폭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폭포는 단연 천지연 폭포다. 천지연을 구경하고 바닷가 쪽으로 걷다 보면 새섬과 연결된 새연교가 있다. 늘 제주에 오면 바다를 보기에 바빴던 마음을 내려놓고 새연교를 걸으면서 바라본 서귀포의 모습은 꽤 낯설 것이다. 밤이 되어 조명이 켜지면 새연교의 모습이 두바이의 버즈 알아랍과 비슷해 두바이가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에겐 새연교의 야경이 익숙한 듯 새로운 느낌을 줄 것이다. 서귀포시 원도심을 걷는 코스인 ‘하영올레’를 따라 걸어도 자연스럽게 새연교에 도착한다. 서귀포시민들이 조용히 휴식하던 장소에 관광객들을 초대한다. 제주일보=진주리 기자 사진 제공=제주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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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5 15:12

[팔도 핫플레이스] 비경이 숨어 있는 창녕 명승기행

전국 최초 온천도시, 경남 창녕에는 전국 최고의 수온 78℃를 자랑하는 부곡온천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진달래와 황금빛 억새로 유명한 100대 명산 화왕산, 1억4000만년 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까지 잘 알려진 관광지가 즐비하다. 또 국보와 보물 등 113점의 다양한 국가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이전부터 경남의 경주, 제2의 경주로도 불려 왔다. 여기에 창녕 남지 개비리와 관룡산 관룡사 일원이 각각 2021년, 2023년에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으로 지정됐다. 명승은 지역적 명소로 빼어나게 수려한 자연 경관적 가치와 역사·문화적 가치를 겸비한 곳에 대해 문화재청에서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지정한다. ◇창녕 남지 개비리 창녕 남지 개비리는 용산리와 신전리 영아지마을을 잇는 2.7㎞의 낙동강변 벼랑길로 2021년 12월 8일 창녕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지정유산 명승으로 지정됐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이 좁은 길은 낙동강이 그려주는 눈부신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시골 여행길로 수십 미터 절벽 위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있다. 개비리라는 명칭에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해진다. 먼저 ‘개’는 강가를, ‘비리’는 벼랑을 뜻해 강가 절벽 위에 난 길이라는 뜻으로 벼랑을 따라 조성된 길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폭설에도 새끼에게 젖을 주려고 누렁이(개)가 산등을 넘어 다닌 길에 눈이 쌓이지 않은 것을 알게 된 뒤, ‘개(누렁이)가 다닌 비리(절벽)’로 사람들이 다니게 돼 ‘개비리’라는 길 이름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개비리를 걷기 위한 출발 지점은 2곳으로 남지읍 용산리 억새전망대와 반대쪽에 위치한 남지읍 신전리 영아지주차장이다. 대부분 용산리 억새전망대를 출발 지점으로 이용하며, 이곳은 창녕, 함안, 의령 3개의 군이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지점이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승리한 기음강전투,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투 최후 방어선 등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기도 하다. 억새전망대에서 옹달샘 쉼터까지는 약 1.6㎞로 낙동강을 눈높이에서 볼 수 있다. 봄이면 수양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양수장 옆,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와 정자를 지나면 봄마다 도롱뇽이 알을 낳고 번식하는 옹달샘 쉼터가 나온다. 옹달샘 쉼터에서 죽림 쉼터까지 이어지는 약 700m 구간은 좁은 벼랑에 꼬불꼬불한 오솔길이 끊어질 듯 이어져 남지 개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손꼽힌다. 아득한 퇴적암 절벽에서 백화등, 부처손, 기린초 등 야생 식물들이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꿋꿋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경외감마저 느낀다. 죽림 쉼터는 여양진씨 묘사를 지내던 회락재(재실)가 있던 자리로 2015년 옛길 조성사업 시 대나무로 이루어진 숲을 자연 친화적으로 정비해 지금의 ‘죽림 쉼터’가 됐다. 죽림 쉼터 정자에 앉아 강바람을 맞으며 잠시 머물다 보면 시원한 대나무 숲 소리와 산새들의 노랫소리에 빠져든다. 죽림쉼터 지나 마지막 1㎞ 구간에는 야생화 쉼터와 참나무 숲길이 있고, 너럭바위에서 공룡 발자국을 찾아보는 여유도 누릴 수 있다. 창녕 남지 개비리의 끝인 영아지 주차장이 나오면 명승 구간 2.7㎞를 완주하게 된다.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때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도 좋지만 영아지 주차장에서 영아지 전망대를 통해 영아지 쉼터와 마분산 정상을 지나 창나루 전망대를 거쳐 원래의 출발 지점인 용산리 억새전망대에 도착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 구간은 약 3㎞ 정도로 산등성이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낙동강의 풍경을 선사한다. 마분산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의 ‘말 무덤이 있는 산(馬墳山)’이라 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매년 4월경에는 창녕 남지 개비리와 이어진 남지체육공원 일원에 전국 최대 규모인 110만㎡의 유채꽃단지를 조성해 창녕 낙동강유채축제를 개최하고 있어 관광객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창녕 관룡산 관룡사 지난해 12월 28일 국가지정유산 ‘명승’으로 지정된 창녕 관룡산 관룡사 일원(0.86㎢)은 신라시대 고찰 관룡사에 있는 많은 불교 문화유산과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관룡산의 수려한 경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관룡사는 100대 명산 화왕산(756.6m)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관룡산(754m)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화왕산 옥천주차장에서 출발해 옥천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1.7㎞ 정도 오르면 소박하면서 고즈넉한 관룡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천년고찰의 명성에 걸맞게 경내에는 대웅전, 약사전, 석조여래좌상, 대웅전 관음보살 벽화 등 7점의 보물을 비롯해 많은 불교문화 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모시는 건물이지만, 관룡사 대웅전은 석가모니불 양옆으로 약사여래, 아미타여래 등 삼불을 함께 모시고 있다. 1965년 대웅전 보수공사 때 태종 1년(1401)에 처음 세웠다는 상량문이 발견돼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9년(1617)에 다시 세우고, 영조 25년(1749)에 세 번째로 다시 지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 보니 대웅전은 조선 전기에서 중기 이후의 건축기법을 동시에 보인다.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약사전은 임진왜란 때 불타지 않고 유일하게 남아 관룡사 경내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조선 전기 건축 양식의 특징을 잘 보존하고 있어 건축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관룡사 석조여래좌상은 약사전에 모셔져 있으며,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약사여래불로 원래는 왼손 위에 약그릇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고즈넉한 경내를 지나 관룡사에서 500m 정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연꽃을 형상화한 대좌 위에 반야의 세계로 향하는 용이 이끄는 배라는 뜻의 ‘반야용선(般若龍船)’을 재현한 듯한 불상인 용선대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다. 이 불상은 통일신라시대 특징을 잘 갖추고 있으나 통일신라시대 석불좌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다리 사이의 부채꼴 주름이 없어 용선대 석조여래좌상만의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정성을 다해 소원을 빌면 한 가지 소원은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명승인 창녕 남지 개비리와 불교 문화유산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관룡사 일원을 방문한 뒤에는 대한민국 최초 온천도시 부곡온천에서 즐기는 온천욕으로 일상의 피로를 풀고 창녕 여행을 마무리한다면 진정한 힐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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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1 14:26

[팔도 핫플레이스] '하늘 아래 무릉도원' 무주구천동 어사길

봄이다. 이제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무는 세상을 온통 연둣빛으로 물들이고 꽉 쥔 손가락을 펴듯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꽃들은 겨우내 굳어있던 마음을 간지럽힌다.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을 타고 흐르는 맑은 물, 이름 모를 꽃들과 지저귀는 새, 비경 사이사이 숱한 걸음들이 봄바람에 살랑이며 ‘이리 오라!’ 손짓한다. 무주구천동계곡은 설악산의 천불동계곡과 지리산의 칠선계곡, 한라산의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계곡의 하나로, 그 품에 안긴 ‘어사길’은 백미 중의 백미로 꼽힌다. 이곳의 절경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철마다 탐방객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등산과 산책이 모두 가능해 연인, 친구는 물론 아이들이 있는 가족 단위 탐방객들이 대거 몰리는 숲속 명소로 떠오르기 시작한 지 이미 오래다.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는 울창한 숲이 드리운 그늘과 청아하게 갈 길을 재촉하는 계곡물소리 덕에 흐르는 땀조차도 시원하다. 그야말로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인 셈. 특히 올해는 ‘2024 자연특별시 무주방문의 해’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 할인 등 유용한 혜택들을 장착하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비경 구천동 어사길(구천동 33경 중 16~32경)은 구천동 33경 중 16경 인월담에서 32경 백련사까지 4.9㎞ 구간이다.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어사길은 인월담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다니던 길로, 2016년 복원을 시작해 ‘숲나들길(1구간)’과 ‘청렴길(2구간)’, ‘치유길(3구간)’, ‘하늘길(4구간)’로 2020년 완성을 했다. 옛사람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오솔길과 돌계단은 그대로 살리고 인위적인 구조물은 최소화해 숲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자연환경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걸으면 유유자적 그 재미가 쏠쏠하다. 걷기에는 그만인 숲나들길 어사길의 초입부터 인월담까지 이어진 ‘숲나들길’은 경사가 완만해 가벼운 마음으로 탐방할 수 있는 구간으로 이름처럼 나들이하기 좋은 길이다. 습지 생물뿐만 아니라 계절별로 다양한 야생화가 피고 지는 곳이라 구천동 어사길의 다양한 색을 느낄 수 있다. 숲나들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바로 자연 습지 교육장. 자연관찰로를 따라 형성된 습지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계곡 사이사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 꽃들이 객과 눈을 맞춘다. 3~4월에는 복수초와 너도바람꽃, 4~5월에는 철쭉이 흐드러지게 핀다. 숲나들길의 거리는 0.8㎞정도로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어사 박문수의 덕을 담은 청렴길 인월담을 시작으로 2구간인 청렴길이 펼쳐진다. 어사 박문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청렴길은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다연대를 지나 무주 태생 김남관 대령이 극락정토를 꿈꾸며 만들던 불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구월담까지 이어진다. 특히 인월담과 비파담 사이에는 계곡을 조망하기 좋은 길들이 자리하고 있어 마음을 사로잡는다. 구천동 33경 중 6곳(16~21경)이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이끼 덮힌 계곡과 참나무, 소나무 어우러진 숲이 자아내는 경치가 일품. 말을 잊게 만든다. 어사길 최고의 구간 중 하나로 꼽히는 청렴길은 0.8㎞로 지나는데 20여 분이 걸린다. 원시림의 기운 받는 치유길 치유길은 구월담에서 금포탄, 호탄암, 청류계를 거쳐 안심대로 이어지는 어사길의 3구간으로 경사가 꽤나 심한 곳이다. 산길에서 오솔길로 바뀌는 구간도 있고 100년 이상 된 나무들도 즐비해 원시림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봄에는 생명의 기운을, 여름에는 녹음의 편안함을, 가을에는 충만한 에너지를, 겨울에는 치유의 기운을 얻을 수 있어 이름도 치유길이다. 거리는 1.7㎞로 30여 분이 걸리는데 초반에는 걷기 무난하지만 중간 이후부터 돌로 된 경사 구간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해탈의 경지 하늘길 이곳은 구천동 어사길 복원 구간 중 가장 최근에 개통한 구간으로 쉼터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어사길의 마지막 구간인 하늘길은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고 가던 행인들이 건넜던 안심대에서 시작이 된다. 신양담, 명경담, 구천폭포, 백련담, 연화폭, 이속대, 백련사로 이어지며 완만한 경사가 지속되는데 목재 데크와 야자 매트 덕분에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곳곳에 피어있는 이야기꽃도 흥미롭다. 매월당 김시습이 관군을 피해 안심하며 쉬었다는 ‘안심대’가 그렇고, 맑은 물에 자신을 비추며 심신을 가다듬었다는 ‘명경담’ 또한 그러하며, 속세와 연을 끊고 깨우침을 얻는다는 ‘이속대’가 그러하니 가만히 떠올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 백련사에 닿는다. (1.6㎞, 약 30분 소요) 어사길에 펼쳐진 절경 구천동 33경은 1경 라제통문에서 33경 향적봉까지 구간에서 경치가 빼어난 곳을 찾아 이름붙인 것으로 어사길에는 16경 인월담에서 32경인 백련사가 자리하고 있다. 인월담(16경) 일사대와 파회와 어깨를 겨루는 구천동 3대 명소 중 한 곳으로 신라 때 인월화상이 절을 짓고 수도하던 곳이라 해서 인월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반석위로 쏟아지는 폭포수가 소를 만들고 다시 바닥에 깔린 암반 위로 미끄러져 비단폭을 이룬다. 사자담 (17경) 사자목에 살던 사자가 내려와 목욕을 즐기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사자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청류동(18경) 안으로 홈을 이룬 암반 위로 맑은 물이 얇게 깔려서 흐른다. 가을에 단풍이 짙으면 그 물이 붉게 변해 주변 일대가 별천지가 된다. 비파담(19경) 비파 모양을 닮아 비파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옛날에 선녀들이 내려와 비파를 타며 놀았다는 전설을 담고 있다. 다연대(20경) 비파단과 연계된 기암이다. 구천동을 참승하던 옛 선인들이 비파단으로 미끄러지는 옥류(玉流)에 감탄하고 차를 끓여 마시면서 심신의 피로를 풀었다는 명소다. 구월담(21경) 월음령 계곡과 백련사계곡에서 흘러온 물이 합류하고 쏟아내는 폭포수가 담을 이룬 구월담은 형형색색의 암반이 맑은 물에 잠겨 있어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면 더욱 아름답다. 금포탄(22경) 여울진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심산유곡의 바람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면 마치 탄금소리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호탄암(23경) 구천 계곡 중 유일하게 향적봉을 볼 수 있는 곳. 산대나무와 어우러진 경관이 아름답다. 산신의 명으로 특약을 구하러 가던 호랑이가 소에 빠져 100일 간 꼼짝 못하고 울부짖기만 했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청류계(24경) 호탄암에서 안심대까지 이어지는 1.1km 구간의 계곡이다. 울창한 수림과 기암괴석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이 비경을 이룬다. 안심대(25경) 구천동과 백련사를 오가는 행인들이 개울물을 안심하고 건너다니는 여울목이다. 기암사이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맑은 물이 아름다워 덕유산을 오르는 탐방객들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신양담(26경) 안심대에서 0.2㎞ 지점에 있다. 속칭 새양골이라고도 부르는 신양담은 숲 터널로 이어진 구천계곡 중 유일하게 햇빛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길 아래 기암과 맑은 담이 아름답다. 명경담(27경) 신양담에서 0.3km지점에 있다. 여울목에 잠긴 ‘물이 거울같이 맑다’하여 명경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백련담(29경) 구천폭포에서 0.2km 지점에 위치한 백련담은 연화폭(蓮華瀑)을 거친 맑은 물이 담겨 못을 이루고 흘러간다. 백련사(32경) 덕유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신라 때 고찰로 덕유산 정상을 오르는 탐방객들 휴식처로도 이름이 나있으며 가을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만산의 홍엽이 일품. 덕유산국립공원 무주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어사길 주변의 덕유산.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 하나로 해발 1614m의 향적봉이 주산이다.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과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상고대가 어우러진 수려한 설경은 국내외 최고로 정평이 나있다.

  • 기획
  • 김효종
  • 2024.04.04 19:00

[팔도 핫플레이스]천안 아라리오 조각광장

도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연원할까? 자연과 달리 도시는 사람들이 창조한 인공 세계다. 아름다운 공간이 많으면 아름다운 도시가 된다. 뉴욕, 런던, 파리 등 유명 도시는 저마다 도시를 대표할 아름다운 공간이자 핫플레이스로 예술관을 품고 있다. 대한민국 충남의 젊은 도시 천안도 담장 없는 거리의 예술관이 있다. 여느 도시의 평범한 예술관이 아니다. 야구로 치면 오타니 같은 슈퍼스타의 플레이가 눈 앞에서 펼쳐지듯 세계적 작가의 조각품이 즐비하다. 바로 신세계 백화점 천안아산점 일대의 조각광장이다. 아라리오 조각광장은 미슐랭 그린가이드에도 소개된 명소다. BTS 리더 아르엠도 조각광장의 작품 인증샷을 찍어 화제가 됐다. ◇세계적 조각품들의 향연장=충남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만남로 43에 위치한 아라리오 조각광장은 천안의 향토기업인 (주)아라리오가 조성했다. 1978년 버스터미널 사업으로 출발한 아라리오는 2010년부터 신세계와 경영제휴해 신세계백화점 천안아산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천안아산점과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터미널의 장소성을 상징하는 조각품으로는 용도를 다한 자동차의 차축 999개를 탑처럼 쌓아 올린 '수백만 마일-머나먼 여정'이 있다.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작품 '수백만 마일'은 1989년부터 조각광장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수백만 마일'과 지척에는 국내외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장기간 소개하며 아트 도시의 면모를 더하고 있는 아라리오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 입구에서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찬가'가 반긴다. 어린이용 해부학세트 모형을 확대한 '찬가'는 죽음을 잊고 지내는 현대인들에게 몸의 물질성을 은유하며 삶의 유한함을 일러준다. 아라리오 조각광장에는 1950년대 영국에서 사용했던 모금함을 부풀려 놓은 듯한 작품 '채러티'도 있다. '채러티'도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다. 데미안 허스트는 1990년대 영국 현대 예술 조류에 속하는 예술가 중 가장 유명하며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현대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예술의 대중화를 이끌어 낸 선구자 키스 해링의 '줄리아'는 조각광장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아기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으로 좌, 우 각도를 조금만 달리해도 다양한 모습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무제(피규어 온 베이비)'도 키스 해링의 작품. 키스 해링은 탄생과 죽음, 사랑, 전쟁과 평화 등의 우주관을 바탕으로 작품활동을 통해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표현하고 인종차별 반대, 에이즈 교육, 동성애자 인권운동 등의 사회문제를 천착하고 있다. 인도가정에서 흔히 쓰이는 수천 개의 헌 놋그릇으로 핵폭탄의 위력을 상징하는 버섯구름을 형상화한 수보드 굽타의 '통제선'도 조각광장의 인기 스타이다. 2013년 6월에 설치된 일본 작가 코헤이 나와의 '매니폴드'는 높이 15m, 무게 약 27톤으로 설치부터 제작까지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코헤이 나와는 일본의 가장 파워풀한 현대미술가로 2011년 아라리오갤러리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원색의 18m 꽃송이 '꽃의 마음'=백색의 부드러운 윤곽선을 지닌 김인배의 조각상 '사랑해'는 조각과 드로잉의 경계를 허문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사람인 듯 하나 얼굴이 존재하지 않으며 오른손에 쥔 뭉친 선은 작가만의 특색을 보여준다. 조각광장에 있는 김인배의 또 다른 작품 '늑대가 와도 무섭지 않아'는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재현 가능성에 대한 고민 속에서 차원의 경계를 설정한 작가의 발상이 돋보인다. 2007년 유토로 제작한 조각 작품을 확대해 제작한 것으로 두려움이 없는 강인한 돼지를 표현하며 아라리오를 수호하는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18m의 바늘모양 스테인레스 기둥에 원색의 꽃송이 7개부를 부착시킨 최정화의 작품 '꽃의 마음'은 2007년 야우리 백화점의 지원으로 탄생했다. 금속과 꽃이라는 상반된 낯선 소재를 배치, 거대한 꽃송이들의 이미지는 권태로운 일상과 공허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조각광장에는 좌충우돌하지만 고독한 전사의 회한도 간직한 돈키호테도 만날 수 있다. 성동훈의 '무식한 소-돈키호테'는 고철 조각들로 말탄 돈키호테상의 꼬장꼬장한 풍모를 빚어낸 연작 중 하나로 시대에 대한 저항의식을 보여준다. 브래드 하우의 '빗 속의 댄스'는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인 관계를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조각으로 형상화했다. 인간과 물질, 과거와 현재, 색과 형태 등을 주제로 존재의 관계적 사유를 떠 올리게하는 노부코 와타나베의 작품 '블루 앤드 화이트, 화이트 앤드 레드'는 종이 형태의 작품으로 2.5m 크기의 스테인리스로 제작했다. 2017년 아라리오 갤러리 천안에서 처음 선보인 뒤 2018년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에 잠시 전시했다가 현재 장소인 아라리오 조각공원으로 옮겨 설치했다. 새 봄 조각광장의 예술작품들을 더욱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아라리오는 최근 '매니폴드'와 '꽃의 마음' 두 작품의 물청소를 실시했다. 물과 중성세제를 섞은 후 저압 세척기와 부드러운 천을 이용해 작품 표면의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했다. "물에서 갓 나온 아이마냥 말간 얼굴로 웃으며/ 영혼 속 별들이 부서질 때까지 안아"(최백규 시, '백야' 중) 줄 조각작품들을 만나러 가자. 아라리오 조각광장으로. 대전일보=윤평호 기자 <박스> 빛과 어둠 사이 피어난 색의 향연…아라리오갤러리 천안, 씨 킴 17번째 개인전 '레인보우’ 작가 씨 킴(CI Kim)의 17번째 개인전 '레인보우(Rainbow)'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열리고 있다. 씨 킴은 이번 전시에서 회화부터 조각, 드로잉, 설치작품, 사진까지 이르는 광범위한 장르의 작품 170여점을 선보인다. 개인전으로선 규모가 큰 전시다. 씨 킴은 전시 주제인 무지개에 대해 "어린 시절 하늘에서 봤던 무지개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며 "비가 그치고 떠오른 태양 뒤로 펼쳐진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씨 킴은 매일 아침 빈 캔버스, 카펫, 빈 상자 등을 마주하고 그 위에 색을 얹는 작업을 해왔다. 일상의 사물이나 사람을 묘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색을 흘려 보내며 그것의 응집과 확산,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갈라짐 등을 관찰했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그가 빛과 어둠 사이에 피어난 색들의 향연에 매료되어 그 속에서 자신의 회화적 질서를 찾으려 한 수많은 노력과 실험의 결과물이다. 과일상자나 카탈로그, 잡지 화보, 신문지, 편지 봉투 등 일상 속 마주친 사물들에 그린 그림과 비 오는 차 안에서 창 밖을 아날로그 필름으로 찍은 미공개 사진까지 그의 폭 넓은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진다. 대전일보=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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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1 15:59

[팔도 핫플레이스] 경기 남양주 이색카페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절기 ‘경칩(驚蟄·5일)’을 지나 완연한 봄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요즘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경기도 동북부에 위치해 있는 남양주는 한강과 호수, 수락산 등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과 정약용 유적지 등 선조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역사 공간으로 가득하다. 특히 서울 근교에 위치해 있어 가족 단위 모임부터 연인, 친구 등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좋다. 상춘객들의 바람을 채워줄 힐링·낭만 도시, 남양주에서 만나볼 수 있는 조금은 ‘특별한 카페’를 소개한다. ■ 여유와 고품을 느낄 수 있는 ‘아유스페이스’ 아유스페이스(AYU SPACE)는 45년간 한 재벌가의 여름별장으로 사용됐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건축가인 조병수씨의 손을 거쳐 카페, 갤러리, 레스토랑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유럽 명문 귀족 가문의 건축주가 자연친화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고품격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지난해 대중에게 개방했다. 아유스페이스의 특징은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타원형 형태의 건축물과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카페 앞을 흐르는 북한강 뷰가 한데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마음에 여유와 쉼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타원형 구조의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큰 화강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화강석은 문경에서 온 조경석으로 땅속 깊은 곳의 마그마가 응고된 암석이다. 일명 ‘돌멍존’으로 불리는 자리에선 독특한 무늬의 화강암을 감상할 수 있으며, 통유리로 설계된 구조 특성상 천천히 흐르는 북한강 풍경을 눈에 담으며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외부에는 브런치 레스토랑, 미술 갤러리와 함께 3단 경사지의 잔디밭, 공원에 온 듯한 넓은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볼거리, 즐길거리와 더불어 사계절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준다. 주요 메뉴로는 커피와 음료, 베이커리, 브런치 메뉴 등이 있고 장미, 카네이션, 그라치아 등 세계 각국의 예쁜 꽃도 구매할 수 있으며, 1만1천570㎡ 대규모 공간인 만큼, 비즈니스 미팅, 콘서트, 웨딩행사, 패션쇼, 예술공연 등 대관도 가능하다. 남양주 화도읍 금남리에 위치한 아유스페이스는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로 가는 길부터 힐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영업은 월~목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금~일요일 동안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 책과 커피의 만남, ‘인크커피 다산점’ 지난해 12월 오픈한 인크커피 다산점은 ‘인크커피’와 ‘종로서적’이 컬래버를 이룬 이색적인 신생 카페다. 무려 3305㎡ 규모인 인크커피는 ‘테이크 더 오리진(Take the ORIGIN)’이라는 슬로건 아래 인크커피 로스팅 팩토리에서 전문적인 로스팅 과정을 거쳐 만든 스페셜티 커피를 선보인다는 게 특징이다. 특급호텔을 연상케 하듯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원형을 돌며 설계된 계단은 우아함을 자아내고, 그 사이로 마치 새들이 무리지어 위로 날아가는 듯 연출된 거대한 장식물은 장관을 이루면서 이곳에 방문한다면 꼭 카메라에 담아야 할 포토존이자 시그니처로 떠오르고 있다. 지하 1층에는 에스프레소 바를 운영해 특별한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으며, 시그니처 음료인 론자카파 밀크와 시그니처 크림 크루아상도 맛볼 수 있다. 또 1층에는 베이글 치아바타, 크루아상, 소금빵 등 더 많은 종류의 빵이 진열돼 있고, 다양한 시식용 빵도 비치돼 있어 ‘빵덕후’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인크푸드에는 브런치세트와 샐러드, 파스타 등 여러 종류의 브런치 메뉴도 준비돼 있다. 특히 인크커피는 커피와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대형서점을 연상케 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신간은 물론이고, 세계문학, 장르·영미·유럽 소설, 철학, 종교, 예술, 역사, 사회과학 등 무수한 책들이 즐비해 있어 언제든지 책을 꺼내 열람할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스타일의 공간들이 있어 새로운 느낌을 주는 데다, 콘퍼런스룸도 조성돼 있어 스터디그룹으로 활용하기도 안성맞춤이다. 남양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맞은편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어 캠퍼스몰 A동에 위치해 있다. 휴무일 없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 과거를 기억하는 ‘리멤버 1910-베이커리씨어터 이석영 광장점’ 리멤버 1910-베이커리씨어터 이석영 광장점은 과거를 잊고 사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잠시 쉼표를 주고 뒤를 돌아보게 하는 카페이자 공간이다. 이석영 광장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이 카페에는 ‘독립운동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공간들로 가득하다.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을 중심으로 전 재산을 털어 독립운동에 몸을 던지는 등 항일 독립투쟁의 큰 역할을 한 활동 등 우리의 아프지만 기억해야 할 과거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카페와 역사전시관(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독립의 계단(독립유공자의 공훈을 기리는 공간)’ 벽돌엔 나라를 위해 희생하다 돌아가신 분들의 성함과 출생연도가 새겨져 있고, 카페 옆에 있는 역사전시관에는 독립운동의 역사 기록들과 영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공간, 이석영 선생 6형제의 기상을 표현한 나점수 작가의 상징 조형물도 볼 수 있다. 또한 독립운동가 의상을 입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과 독립운동 포토존, 안중근 의사 수감실을 재현한 역사감옥도 조성돼 있다. 감옥시설은 서대문형무소와 안중근, 신채호 선생 등이 순국하신 중국 뤼순감옥을 재현했다. 다소 무거워 보일 수 있는 분위기의 공간이지만 카페는 다양한 꽃과 나무를 파티션으로 활용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두꺼운 쿠션형 의자를 활용해 방문객들에게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제공하고 있다. 주요 메뉴로는 베이커리 카페답게 갈릭치즈 브레드, 소금빵, 베이커리 양파빵, 베이컨 크림치즈 등 다양한 빵과 커피 등 음료가 준비돼 있다. 남양주 금곡동에 위치한 베이커리씨어터 이석영 광장점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며 정기 휴무일은 매달 네 번째 월요일이다. 경인일보=하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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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7 15:15

[팔도 핫플레이스] 제주 진수내

먼 옛날 옥황상제의 셋째 딸 설문대할망(할망은 할머니의 제주어)이 있었다.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던 할망은 하늘과 땅이 달라붙어 답답한 바깥세상을 몰래 내려다보고는 그 세계를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할망은 하늘과 땅을 두 개로 쪼개 놓고, 한 손으로는 하늘을 떠받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땅을 짓누르며 힘차게 일어서자 드디어 맞닿아있던 하늘과 땅이 갈렸다. 땅이 하늘에서 떨어져 나가자 옥황상제는 진노하고, 셋째 딸 설문대할망을 땅으로 쫓아버렸다. 이리하여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설문대할망은 치마폭에다 흙을 날라 제주도를 만들었다. 제주 창조(創造)의 여신(女神) 설문대할망에 대한 설화(說話)다. 제주는 화산 활동과 이에 따른 수많은 용암분출로 이뤄진 화산섬이다. 화산 활동을 통해 형성됐기에 제주의 토질은 전체적으로 물 빠짐이 좋은 ‘송이(스코리아·scoria·많은 기공을 가진 화산쇄설물)’로 불리는 화산토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제주에 내린 빗물은 대부분을 지하로 스며들어 평상시에는 하천과 계곡은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건천(乾川)이다. 이렇다보니 커다란 호수(湖水), 한강이나 낙동강 등 사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나 시냇물의 낭만적인 풍경은 영화나 TV 등의 매체에서나 감상할 수 있다. 제주의 하천에도 장마나 태풍 등 집중호우 때에는 물이 흐르는 광경을 볼 수 있지만 유유히 흐르는 잔잔한 모습이 아닌 성난 맹수의 포효처럼 커다란 굉음을 내며 주위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 광폭하다. 하지만 이런 제주에서도 잔잔히 계곡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사진 촬영의 명소 진수내 한라산 백록담 아래 흙붉은오름에서 발원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갔을 사려니 숲길과 삼다수 숲길을 지나 서귀포시 표선면 하천리 해안까지 이르는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川尾川)의 중간지점인 진수내(川). 제주의 하천과 계곡은 각자의 명칭이 있는데, 그 하천이 지나가는 동네, 지역에 따라 또 다른 이름이 부여된다. 진수내는 천미천이 지나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의 한 지점에서 불리는 이름이다. 진수내의 뜻은 ‘길다’의 형용사인 ‘긴’의 제주어인 ‘진’에다 수(水), 내(川)가 합해진 이름이다. 이 지역주민이 아닌 일부 제주도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곳이다. 하지만 유명 커피점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곳·예쁜 곳을 찾아 사진 찍고 SNS에 게재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제주를 찾는 젊은 개별관광객 및 결혼에 앞서 웨딩촬영을 준비 중인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기 만점인 ‘핫플레이스’다. 제주시에서 표선면을 잇는 번영로 중간지점에 위치한 진수내는 다른 하천이나 계곡과 달리 정장 구두와 면사포 하이힐 차림의 예비 신혼부부가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우선 내비게이션에 ‘대비(大妃)공원’을 검색한다. 조선시대 인목대비 어머니인 노씨 부인의 유배 생활을 기념하는 곳으로, 공원이라기보다는 한 종중(宗中)의 묘역(墓域)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젊은층 사이에서는 대비공원보다 전국 유명 커피 전문점인 ‘B.B’의 입구로 더 알려져 있다. 대비공원으로 진입한 후 대비공원에서 200여 m 더 진입하면 천미천이 품은 보석인 진수내가 등장한다. 주변에 주차할 곳도 충분하다. 주차 공간에 들어설 즈음부터 제주의 다른 하천이나 계곡에서는 볼 수 없는 절경이 펼쳐진다. 동백나무와 복숭아나무, 자배나무, 버드나무 등 진수내를 둘러싼 다양한 나무들 사이로 옥색 계곡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차에서 내려 계곡으로 들어서는 순간 ‘와~’하고 탄성이 절로 난다, 제주 어디를 가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으랴마는, 이곳은 제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광이 펼쳐진다. 한라산 백록담이나 정방폭포처럼 웅장하지도 않고, 제주 해안가 기암괴석의 풍광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소박함, 담백함, 은은함, 여유로움이 한데 어우러진 곳이다. 우선 울창한 숲 사이로 잔잔한 파문(波紋)이 장관을 연출한다. 제주의 하천이나 계곡은 물 빠짐 때문에 유유히 흐르거나 물이 고인 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 곳은 1970년대 즈음 계곡물을 인근의 목장 등에 이용하기 위해 계곡 허리에 보(洑)를 설치해 물을 가둠으로써 지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며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이 있는 계곡과 계곡을 감싸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도록 주변도 잘 정비돼 있다. 걷다보면 이리 저리 제멋대로 가지를 뻗은 나무들의 모습이 마치 환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계곡을 가득 메운 물은 시시각각 다른 색깔과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파란 하늘빛이 비칠 때는 코발트색으로, 숲이 반영(反影)될 때는 옥색으로. 그리고 물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잔잔히 이는 물결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산책로 한 구석에는 동남아 등지에서 볼법한,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오래 된 쉼터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계곡물 위로 얼굴을 드러낸 바위들을 징검다리 삼아 계곡을 건너면 진수내의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울창한 삼나무 숲.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오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숲길이 생겼으며,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울창한 삼나무 숲길을 여유롭게 걷을 수도 있다. 진수내 주위가 이렇듯 아름다우니 누구라도, 아무 곳에서나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작품이 탄생한다. 이렇듯 다른 곳에서는 감상할 수 없는 진수내만의 숨은 절경으로 몇 해 전부터 웨딩촬영을 나선 예비 신혼부부들의 성지가 됐다. 각 커플마다 각자 촬영감독의 지시에 따라 곳곳에서 포즈를 취하고, 어떤 핫 포인트에서는 여러 예비 신혼부부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도 쉽게 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어떤 웨딩이벤트사에서는 작고 예쁜 조각배까지 동원, 계곡물에 조각배를 띄우고, 신혼부부를 태워 촬영하기도 한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계곡 옆에 캠핑용 의자를 펼쳐 놓고 앉아 여유롭게 차 한 잔을 하면서 진수내의 풍광을 즐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진수내 나무 그늘 아래서 친구들과 고기를 구우며 술잔을 기울이는 어르신들이 술과 안주를 권한다. 자신을 ‘진수내 지키미’라고 소개한 나이 지긋하신 한 어르신은 “수십 년 전부터 이곳을 찾아와 쓰레기를 줍고, 태풍에 부러진 나뭇가지 등을 정비하고 청소하며 관리해오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잘 놀고, 놀던 자리만 깨끗하게 정리하고 돌아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진수내 구간을 지난 천미천은 조금 더 하류로 흐르면서 ‘녹산폭포’라는 장관을 또 선사한다. 앞서 말했듯 천미천은 건천(乾川)이어서 물이 없지만 장마나 태풍 등 큰 비가 내릴 때면 이 녹산폭포 구간에서는 정방폭포나 천지연폭포 못지않는 장관이 펼쳐진다. 제주일보=조문욱 기자 사진=조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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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8 14:04

[팔도 핫플레이스] 경남 산청 트래킹

입춘이 지나며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온기를 되찾고 있다. 자연은 생명이 싹트는 계절이 다가왔음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린다. 이즈음엔 산청의 고로쇠나무에 물이 차오르고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며 봄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을 품은 산청은 힘든 등산을 하지 않아도 찬찬히 걸으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산청 지리산 자락 곳곳을 걷다 보면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고 돋아 있는 강인한 생명들을 볼 수 있다. 산청에 찾아온 봄의 기운을 만연히 느끼며 걷기 좋은 길 3곳을 소개한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리는 &대원사계곡길& 대원사계곡길은 사계절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봄에는 겨우내 얼었던 계곡이 녹으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 비 온 다음 날은 대원사계곡길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기암괴석을 휘돌아 나가는 계곡물의 웅장함과 청량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대원사계곡의 물길은 삼장면에서 흘러내려가 시천면 중산리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 덕천강이 되는데 이 물길의 흐름이 꽤나 빠르다. 시천면의 뜻이 화살 시(矢) 내 천(川), 즉 화살처럼 빠른 물이라는 뜻이니 그만큼 유속이 빠르다는 뜻이다. 맑은 날이 며칠 계속되면 용소 등 물이 모이는 곳이 아니면 금세 물이 흘러가 버린다. 대원사계곡길은 남녀노소, 산행이 처음인 사람도 부담이 없다. 험한 등산로가 아닌 산책길로 조성돼 있어 별다른 준비 없이 가볍게 걷기 좋은 3.5㎞ 길이의 맞춤길이다. 대부분의 길이 자연과 어우러진 나무 데크와 흙길로, 자연 그대로 보존된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대원사 앞에 설치한 58m 길이의 방장산교는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에 설치된 다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천년고찰 대원사도 자박한 걸음으로 둘러보기 좋다. 대원사는 넓은 주차장 등 편리한 접근성과 걷기 수월한 탐방로가 입소문이 나서 주말이면 꽤 많은 사람이 찾는다. ◇지척에서 느끼는 지리산 &중산두류생태탐방로& 두류생태탐방로는 지리산의 이명(異名)이 두류산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름 붙였다. 중산리 계곡은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비롯된 계곡이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이기도 하다. 천왕봉과 중봉 사이에서 발원한 계류가 용추폭포를 거치면서 수량을 더해 써리봉에서 흘러오는 계곡물과 만나면서부터는 우렁찬 물소리와 함께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맑은 공기, 싱그러운 숲과 더불어 중산리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감상하며 걸어볼 수 있다. 중산두류생태탐방로의 시작점은 지리산중산산악관광센터로 1.2㎞ 길이의 구간이다. 중산관광센터는 지리산 천왕봉까지 직선거리로 약 5㎞에 불과하다. 지리산을 등산하지 않더라도 천왕봉을 가장 지척에서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우렁찬 계곡소리와 함께 집채만 한 커다란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다. 산청군은 중요 포인트마다 관람데크를 설치해 중산계곡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탐방로 상층부에 닿으면 엄청난 규모의 돌무더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옛날 신선들이 놀았다& 해서 &신선 너들&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한 바퀴 걷고 난 뒤 이맘때가 제철인 산청 고로쇠 수액을 마시면 갈증이 싹 가신다. 산청 고로쇠 수액은 시천, 삼장면 부근에서 채취돼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무렵에 가장 맛이 좋다. 또 해발 1000m 내외의 지리산 청정골에서 자생하고 있어 타 지역에 비해 맑고 깨끗하며 단맛이 높아 인기를 끌고 있다. ◇고풍스런 멋 느껴지는 &남사예담촌& 끝으로 소개할 곳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제1호인 남사예담촌이다. 골목길 굽이굽이 이어진 예스러운 돌담길을 한 바퀴 걷노라면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가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예담촌&이라는 이름은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즈넉한 담장 너머 볼 수 있는 &예담&이 있는 마을이란 의미를 품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이색골목 여행지로 선정된 남사예담촌은 3.2㎞에 달하는 흙돌담길로 둘러싸여 있다. 최씨고가, 이씨고가 등 선비들이 생활하던 고택과 이를 둘러싼 흙돌담길 모두 문화재로, 마을 전체에 옛 정취가 아로새겨져 있다. 남사예담촌은 고풍스런 분위기 덕에 영화·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담&과 최근 넷플릭스에 인기리에 방영된 &경성크리처&에서도 남사예담촌의 풍경이 담겼다. 꽃피는 계절이 오면 잊지 못해 찾게 되는 &오매불망(五梅不忘)&의 산청 오매도 이곳 남사예담촌에 있다. 남사예담촌 곳곳의 고택에 자리 잡은 하씨, 박씨, 이씨, 최씨, 정씨 다섯 문중을 대표하는 매화나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찬찬히 훑으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서로를 끌어안은 형상을 해 부부 회화나무라는 별명이 붙은 나무 두 그루를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부부 회화나무 밑으로 난 골목길을 지나가면 백년해로한다는 설화에 많은 연인들이 이 길을 걸었다. 경남신문=김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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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5 19:19

[팔도 핫플레이스] 전라감영에서 시작하는 전주 역사문화관광

전주 구도심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역사문화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20년 복원된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풍패지관, 풍남문, 한옥마을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07호인 전라감영은 '호남의 수부'이자 '전라도의 수도'로서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전주의 역사적 정체성을 품고 있다. 전주시 완산구 중앙동 4-1 일원 전라감영터에는 일제강점기에 전북도청이 들어섰다. 이후 2005년 호남의 으뜸도시로서 전주의 역사성을 회복하기 위해 도청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면서 전라감영 복원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5년 도청사 철거를 시작으로 감영 복원이 시작됐고, 1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2020년 10월 문을 열었다. 전라감영 복원 의미전주 구도심을 전통문화관광의 중심지로서 되살린다는 의미로 전라감영 복원의 중요성은 대두돼왔다. 1970년대 이후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2005년 전북도청사가 외곽으로 이전되면서 감영터는 전주의 구도심으로 머무르게 됐다. 하지만 이 터가 조선왕조 500년간 호남의 행정과 군사의 중심이었고 근대화 과정에서도 100여 년간 전라북도 행정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역사성을 보전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됐다. 게다가 이곳은 동학농민혁명으로 호남일대에서 봉기한 농민군이 전라감영을 점령하고, 전라도 일대의 폐정개혁을 담당하는 집강소 설치와 함께 개혁의 중심기구로서 대도소를 설치한 장소이기도 하다. 전라감영 둘러보기조선시대의 전라도는 전북·전남·제주까지 포함한 지역이었는데, 당시 전라감영은 전라도를 총괄하는 지방통치관서로서 조선왕조 500여 년 내내 전주에 자리했다. 현재 볼 수 있는 모습은 2019년 완료된 전라감영 복원 1단계 사업의 결과물이다. 2020년 10월 개관한 전라감영은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연중무휴로 시민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입구에는 전라도가 우리나라에서 어떤 지역이었는지 보여주는 비석이 서있다.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이순신 장군은 한산도로 진을 옮긴 후 임금께 올리는 장계에 이 말을 썼다. ‘전라도는 나라의 울타리이므로 전라도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말이다. 내삼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멋진 팔작지붕의 선화당이 정면으로 보인다. 전라감사는 이곳을 집무실로 삼아 행정·사법·군사의 업무를 수행했다. ‘선화당’이란 ‘왕명을 받들어 교화를 펼친다’는 뜻으로, 이곳이 전라감영의 심장이자 조정의 파견 사무소임을 증명한다. 선화당 앞 섬돌 아래 동편에 가석이 있고 서편에는 폐석이 세워져 있다. 가석은 죄인들에게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표석이고 폐석은 백성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신문고 역할을 했다. 선화당 동쪽에는 관찰사가 민정과 풍속을 살피던 누각인 '관풍각'이 있고, 북쪽에는 관찰사 휴식공간인 '연신당'이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관찰사가 도정을 수행하던 장소인 '선화당'을 중심으로 지어진 수십채의 건물은 조선의 통치 시스템을 한눈에 보여준다. 역사문화 체험의 장 지난해 전라감영에서는 조선시대 호남의 수부를 관리했던 전라감사를 캐릭터화해 다양한 역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역사이야기를 들려주는 '관찰사 해설 투어', 역사 교육 놀이 콘텐츠를 즐기는 '전라감사배 전통놀이 한판', 조선시대 화가를 뽑는 취재시험을 기반으로 한 그림·속담 맞추기 등이다. 특히, 10월에는 '전주페스타 2023'의 일환으로 전라감영 일원에서 '전주 문화재야행'의 주요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기존 경기전과 한옥마을에 국한된 장소를 확장시킨 것인데, 이를 통해 전국에서 모인 야행객이 전라감영 일대에서 전주의 역사자산과 문화유산을 향유하며 가을밤 운치를 향유했다. 전라관찰사와 사관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전라감영을 배경으로 시민들과 만나 전주의 역사를 설명하거나 전통놀이를 함께 즐겼다. 지난해 하반기 전라감영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운영된 '전라감사의 하루'는 전라감사의 하루를 주제로 한 재현행사로 시민들이 일상속에서 조선시대의 풍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는 4월부터 '호남제일성, 전라감영 역사의 울림'을 주제로 전라감영을 활용한 역사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전주 구도심·전통문화 활성화전라도 문화 발전의 중심지였던 전라감영. 조선 전기로부터 전주한지의 생산력에 힘입어 완판본 전적을 간행하고 조선의 인쇄문화 발전에 기여한 곳이다. 특히 지소와 인청의 존재는 전라감영의 특징적인 요소로 꼽힌다. 인쇄술의 발전과 완판본의 간행을 비롯해 조선후기 다양한 완판본 소설과 가사류의 간행은 판소리를 보급하고 민중의식을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선자청을 두어 감영에서 부채를 제조함으로써 전주 합죽선을 비롯한 부재 제조기술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처럼 전라도 전통문화의 중심이자 민중의식의 성장을 이끌었던 전라감영이 오늘날 전주 구도심 개발과 전통문화 관광 활성화라는 새로운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라감영 야경 즐기며 달밤산책, 회화나무도 잊지마세요전라감영은 '야경 맛집'으로 통하는데, 전주에서 저녁에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 해가 저물고 감영 담벼락을 따라 걸으면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과 함께 운치있는 한옥의 멋이 환영인사를 건넨다. 한옥마을과도 가까워 걸어서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데, 근처의 음식점과 카페에 앉아 '전라감영뷰'를 즐길 수도 있다. 낮과 밤, 전라감영이 보여주는 다른 분위기가 궁금히다면 오후 9시에 문 닫는 시간을 고려해 다녀와보면 좋겠다. 밤에도 아름다운 한옥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기는 것도 추천한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명물도 있다. 전라감영 선화당에 가면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회화나무는 전라감영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현존해있는 유일한 흔적이다. 수령이 250년 된 이 나무는 전라감영의 역사와 함께해온 덕분에 복원 과정에서 선화당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줬다. 1982년에는 보호수로 지정돼 꾸준히 관리받고 있다. '선비나무', '학자수'라고 불리며 좋은 기운을 불러다주는 것으로 알려진 회화나무. 전라감영에 가면 긴 세월을 이겨낸 회화나무를 잊지말고 찾아보면 어떨까. 전라감영 해설을 듣고 싶다면 한옥마을 관광안내소(전화 063-284-1126)에 문의하면 된다.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에 가능하다. 전라감영 해설투어는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내삼문, 선화당, 내아 행랑채, 내아, 연신당, 관풍각을 순서대로 둘러보는 코스다. 20명 미만 개인은 별도 예약 없이 해설 시작시간에 맞춰 전라감영 정문으로 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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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경
  • 2024.02.07 17:19

[팔도 핫플레이스] 전남 광양 배알도

‘5만6040명.’ 지난 한 해 광양의 유일한 섬 ‘배알도’를 거쳐 간 방문객 수다. 이들은 배알도와 마주 보는 망덕포구를 거닐며 한 번쯤은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한 구절씩을 읽어보고 읊었을 것이다. 0.9㏊의 아담한 규모인 배알도는 윤동주의 시 정신이 별빛처럼 흐르는 바위섬이다. 배알도 주변에는 1605개 조명이 별처럼 빛나고 윤동주의 시구가 곳곳에 새겨졌다. ‘태인동 1번지’ 배알도는 태인도의 가장 북쪽이자 섬진강 하구에 자리 잡았다. 원래 뱀섬으로 불려왔지만 외망마을에 있는 망덕산에 절(배알)하는 것처럼 보여 배알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배알도는 ‘시작’과 ‘끝’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 섬은 550리(216㎞)를 달려온 섬진강이 남해가 만나는 곳에 마침표를 찍듯 오뚝 떠 있다. 배알도에서 망덕포구로 향하는 다리에서 보면 오른쪽은 섬진강이 긴 여정을 마치는 곳이고, 왼쪽 어딘가는 바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반짝이는 다리, 밤 명소로 거듭나다 고속도로를 타고 광양에 진입하면 머지않아 태인대교를 지나 배알도 수변공원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해수욕장과 154㎞에 달하는 섬진강 자전거길의 시작점, 자동차 야영장이 있어 여행객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배알도 수변공원에서 ‘해맞이다리’를 따라 배알도에 닿고 ‘별헤는다리’를 건너 푸른 바다를 가로지르면 ‘망덕포구’에 이른다. 지난 2021년 설치한 해맞이다리(길이 295m·폭 3m)와 별헤는다리(길이 275m·폭 3m)는 배알도를 상징하는 명소로 떠올랐다. 왕복하면 다리가 아프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와 경사 덕분에 주민들의 운동 구간으로도 인기다. 해 지고 난 뒤 밤 11시까지 매일 1605개의 다리 조명이 배알도를 물들인다. 광양제철소를 배경으로 고기잡이 배가 통통 떠다니는 고즈넉한 일몰 풍경도 만끽할 수 있다. 배알도는 광양에서 가장 빨리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너른 잔디밭을 지나 나무 계단을 잠깐 오르면 ‘해운정’에 이른다. 높이 25m에 있는 해운정에서는 뜨고 지는 해를 사방으로 품을 수 있다. 1959년 태풍 사라호로 백범 김구의 친필 휘호 현판을 잃었지만, 이곳에 대한 광양시민의 사랑은 이어지고 있다. 배알도를 지나 부드럽게 굽은 해상보도교 ‘별헤는다리’를 걷다 보면 망덕포구의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망덕포구는 전라좌수영 주둔지이자 배를 만들었던 선소가 있었던 역사 공간이다. 망덕(望德)은 광양만을 한눈에 파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망을 보기에 알맞은 마을이란 의미로 ‘망뎅이’라 칭했고 한자음을 빌려 ‘망덕’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친필 유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지켜낸 정병욱 가옥, 윤동주 시 정원 등이 있는 문학 공간이다. ◇윤동주 정신 서린 정병욱 가옥·망덕포구 다리에서 10분 남짓 걷다보면 국가등록문화재 341호 정병욱 가옥에 다다른다. 윤동주와 정병욱의 100년 우정은 ‘별보다 빛나는 이야기를 품은’ 별빛나길에서 빛을 발한다. 갑판 길로 마련된 ‘별빛나길’에서는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를 인용해 만든 조형물들과 백영 정병욱의 회고가 담긴 샛노란 의자가 놓여있다. 매달 하루는 백영 후손이 들려주는 윤동주-정병욱의 문학과 우정 이야기를 ‘일일 해설’로 만날 수 있다. 오는 24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매시간 정시에 정병욱 가옥에서 해설이 진행된다. 가옥 인근 ‘윤동주 시 정원’에는 서시, 별헤는 밤 등 유고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31편 전편이 시비로 세워져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망덕포구는 전어와 재첩, 벚굴 등 별미가 가득하다. 해마다 8월에는 망덕포구 무접섬광장 일원에서 ‘광양전어축제’가 열린다. 망덕포구 가을 전어는 빠른 물살 때문에 운동량이 활발해 탄탄한 육질과 풍미를 자랑한다. 구수한 된장을 살짝 찍어 한입 가득 싸 먹는 전어회와 새콤달콤 무쳐낸 전어회 무침, 왕소금을 뿌려 노릇노릇 구워낸 전어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지난해 축제에는 5만명이 몰려 역대 최대 관람객을 기록했다. 전남도 남도음식거리로 선정된 망덕포구 횟집거리에서는 제철 수산물로 만든 남도음식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시티투어 버스 타고·메타버스 체험하고=배알도와 정병욱 가옥 외에도 광양의 명소들을 떠벅떠벅 걸어보고 싶다면 ‘광양시티투어’(gwangyang.go.kr/tour)만한 여행이 없다. 배알도의 야경을 감상하고 싶으면 순천역에서 오후 4시 광양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이순신대교→배알도·정병욱 가옥→구봉산 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야경’ 구간을 선택하면 된다. 오전 9시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을 출발해 백운산자연휴양림→불고기 특화거리→광양 오일장→배알도·정병욱 가옥→구봉산 전망대를 지나 광주로 다시 돌아오는 ‘광역’ 구간도 있다. 광양시가 지난해 선보인 가상공간 ‘메타버스’(ditoland.com)에서 배알도와 망덕포구를 미리 체험해 볼 수도 있다. 이 3차원 가상공간에서는 사용자가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실감 나게 여행하고 다양한 광양 관광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배알도와 망덕포구는 앞으로 더 아름다운 변신을 할 예정이다. 광양시는 오는 2027년까지 윤동주의 유고가 보존된 정병옥 가옥이 있는 망덕포구와 배알도 일대에 문학관과 야영장, 해상보도교 야간 조명 등을 설치해 체류형 관광거점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배알도에는 50억원을 들여 윤동주의 시상을 투영한 ‘미디어파사드’ 작품이 설치된다. 이곳은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 영감을 얻어 조명 2898개로 꾸밀 예정이다. ‘2898’이라는 숫자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글자 수이다. 광양시는 배알도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집라인과 야영장,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망덕산에서 출발해 태인도 공원에 착지하는 898m 길이 집라인이 완공된다. 김성수 광양시 관광과장은 “배알도와 망덕포구 일대는 강, 섬, 포구, 바다 등 지속가능한 생태자원과 윤동주의 시와 같은 감성 가득한 인문자원이 가득한 섬진강권-남해안 남중권 관광지구의 교점”이라며 “배알도 야간경관조명을 마중물로 이 일대를 생태, 문화, 레저가 복합된 국내외 최고의 수변 관광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광주일보=백희준‧김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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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01 14:57

[팔도 핫플레이스]'대전 담은 맛' 성심당

"네가 튀김소보로를 맡아, 난 딸기시루 사올게!." 주말인 이달 21일 오후 1시 대전 은행동의 성심당 앞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 배를 채우려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곳곳에는 캐리어를 끌거나, 배낭을 멘 관광객들이 담을 거리를 고민하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기자도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카레 고로게, 소금 크로와상 꼭 사세요"라며 메뉴를 추천, 고민 해결에 힘을 보탰다. 인근 '성심당 부띠끄'의 대기 줄을 고려, 가족·친구간 케이크와 빵을 구매하는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다. 대기 1시간 뒤 수 많은 인파를 뚫고 성심당 입구에 들어서자, 빵 냄새가 온 몸을 휘감았다. 사람들은 빠르게 집게를 들고, 머릿속으로 '성심당 Wish list'을 되새기며 식판대에 빵을 한 가득 담기 시작했다. 모든 이들이 거쳐가는 필수 코너가 있었다. 바로 대전의 명물로 불리는 '튀김 소보로'다. 고소한 튀김 냄새에 흠뻑 빠진 사람들은 긴 기다림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긴 줄이 사라지고 순서가 오자 6개에 1만 원인 튀김소보로 상자를 고민 없이 집어 들었다. 튀김 소보로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은 마치 기계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지난해 기준 튀김 소보로 누적 판매량은 9600만 개에 달했다. 이런 끊임없는 인기의 배경은 튀김 소보로의 유래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성심당은 1950년 대흥동성당에서 원조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대전역 앞에 차린 찐빵집이 시작이다. 수십 년 고진감래를 거듭하면서 은행동에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튀김 소보로는 창업주 故 임길순·故 한순덕 씨 부부 아들인 임영진 대표의 추억 속에서 싹을 틔웠다. 어릴 적 맛보던 단팥빵의 달콤함을 추억 속에서 꺼내고 싶었던 임 대표의 고민과 노력에 도너츠의 바삭한 느낌까지 어우러져 태어나게 된 것. 한 입 머금는 순간 느껴지는 따뜻함과 고소함이 어릴적 고향집에서 나누던 달콤함을 전한다고. 여기에 세련된 도시의 맛까지 보태지는 느낌에 한 번 맛 본 사람들은 쉽게 잊을 수 없다는 귀띔이다. 경기 시흥시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모(27) 씨는 "입소문으로만 듣다가 맛이 너무 궁금해서 여행까지 왔다. 둘이 합쳐서 5만 원치를 샀는데 담은 양에 비해 저렴하기까지 해서 먹기도 전에 만족스럽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심당의 人心(인심)은 케익부띠끄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 2월 출시된 케이크 '딸기 시루'를 맛보기 위해 모여든 인파로 발디딜 틈조차 찾기 힘들었다. 대기 줄 앞에 설치된 '딸기 시루 판매는 1인 당 1개로 한정돼 있다'는 안내는 거만해보이기까지 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긴 줄에 늘어선 손님들은 '내 순서가 되기 전에 매진되면 어떻게 하지… 제발 1개라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아쉬운 동동거렸다. 출입구에 차례를 안내하는 직원의 도움으로, 대기 시간 30분 만에 달콤한 딸기 시루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일단 안도의 한숨… 매장 왼쪽 구석을 한 가득 채운 케이크 포장 대기줄이 한 눈에 보였는데, 대부분 딸기 시루를 구매한 고객이었다. 딸기 시루는 딸기 제철을 노리고 나온 딸기 생크림 초코 케익으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싱그러운 딸기와 풍부한 생크림, 초코 반죽이 듬뿍 들어갔다. 2.3㎘ 기준 4만 5000원이라는 점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케익부띠끄 직원은 "금, 토는 1200개씩 팔리고, 월·화·수·일요일에도 기본 300-500개는 팔린다. 손녀 사준다는 어르신부터, 결혼 기념일 챙기는 부부까지 연령층이 다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성심당과 케익부띠끄는 아낌 없이 나눠주는 마음 하나로 운영되고 있었다. 찐빵집 운영 당시 목척교 아래 사람들에게 빵을 나눠주던 마음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이는 성심당이 대전만을 고집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임 대표는 로컬기업을, '그 도시에 토착화된 기업으로서 시민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며, 사회적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 정의했다. 지역 기업으로서 나눔을 실천하고, 전 국민이 찾아주는 따뜻한 사랑을 발판으로 나눔의 지역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오래전부터 실천해오던 나눔의 삶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빵을 사고 나오는 발걸음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케익을 맛본다는 기대와, 나눔의 온정에 작은 보탬이 됐다는 뿌듯함으로 가벼웠다. 성심당은 한결같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다시 찾는 발걸음이 하나 둘 모인다면, 모든 방문객들의 마음에는 대전의 나눔 정신이 담긴 맛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대전일보=최다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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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5 15:19

[팔도 핫플레이스] 강원도 오대산 전나무숲길, 선재길

사람들이 즐겨찾는 길들은 계절을 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통 트레킹 가이드 북에서는 계절별로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곤 한다. 하지만 이 계절에 이쁘고 저 계절에 미운 길이 어디 있으랴. 길이 있으니 걷고, 또 걸어서 행복할 뿐이니 그것으로 족할 따름이다. ‘오대산 선재길’이 바로 그렇다. 특히 코스의 초입에 천년고찰 월정사가 자리하고 있고, 코스의 마지막도 절(상원사)이니 다른 길보다 쉼과 볼거리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뜻하지 않게 우리 역사의 이야기도 함께 할 수 있다. ■일주문에서 천년의 숲으로 ‘풍덩’ 월정사 일주문 앞에서 섰다. ‘월정대가람(月精大伽藍)이라고 쓰여진 탄허스님 친필 현판이 우리 일행을 맞이한다. 현판을 머리에 이고 일주문 안쪽으로 한 발 들여 놓아 본다. 그대로 ‘천년의 숲’이라고 불리는 월정사 전나무 숲, 그 바다로 입수다. 널찍하고 폭신한 황톳길이 다리미로 다려 놓은 듯 평평하게 이어진다. 황토의 시원하고 부드러운 기운은 발바닥에 ‘착’ 감기며 아스팔트 도로가 전해준 뜨끈한 기운들을 스르륵 삼켜 버린다. 이내 사이다 같은 청량함이 온 몸에 전달된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의 시작, 오대산 선재길의 시작이다. 그러고 보니 이 전나무 숲길도 ‘전나무 숲 탐방로’라는 이름의 독립된 둘레길로 조성돼 있다. 9km에 달하는 선재길 코스가 조금 부담스럽다면 2km 남짓한 전나무 숲 탐방로를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 길을 걷다보면 아름다움, 놀라움의 순간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이어지고 또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월정사 전나무 숲이 광릉 국립수목원과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소사의 전나무 숲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월정사에 가까워 질수록 오대천 물소리는 더 거세게 귓전을 때린다. 이제 월정사 도착이다. 그 초입에 선재길 이정표가 보이는데 상원사까지 9.2㎞ 남았음을 알린다. 표지판이 가르키는 대로 걸으면 월정사 담벼락을 오른편에 끼고 걷는 숲길이 또다시 쭉 이어진다. 하지만 월정사 경내를 둘러보고 가도 선재길 코스에 다시 올라탈 수 있으니 일단 천년고찰 월정사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언덕 쪽으로 발길을 틀어 천왕문을 지나고 금강문을 거치면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 안에 들어서게 된다. 마당 한가운데 국보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보이는데 고려 전기 석탑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평가대로 그 모양이 독특하고 아름답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잠시 쉼을 청해 본다. 탑 앞에서 서서 소망 한자락 마음 속에 품어보고는 다시 구도의 길, 치유의 길, 선재길 위에 오른다. ■선재길 본진에 들다 팔각구층석탑을 오른쪽에 끼고 앞으로 전진. 대강당과 범종루 사이를 통과해 월정사 품에서 벗어난다. 그럼 바로 차도. 횡단보도를 건너고 아치형 문,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너 다시 숲의 품에 안긴다. ‘깨달음, 치유의 천년 옛길!’이라는 설명이 붙은 오대산 선재길 본진으로 침투한다. 길을 따라 천천히 하늘로 향하는 완만한 경사를 타고 시나브로 오르다 보면 상원사에 쉬이 닿을 수 있다. 이 곳은 1960년대 상원사까지 연결된 찻길(446번 지방도)이 나기 전까지 스님과 불자들이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가던 유일한 길이었다고 한다. 코스의 초입은 평평한 나무 데크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내 지장암과 상원사로 향하는 갈림길에 도착. 왼쪽 아스팔트 길을 따라 오르면 지장암, 우측 방향으로 폭신한 흙길을 따라가면 상원사다. 얼마를 걸었을까. 금방 너른공터, ‘회사거리’에 도착.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오대산에서 베어낸 나무를 가공하던 조선총독부의 목재회사가 있어 ‘회사거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회사거리에는 약 360여 가구의 화전민이 마을을 형성해 살았다고 하는데 1960년대 말 화전정리 사업으로 이주하고 지금은 그 흔적만 간직하고 있다. 이후 사찰 불사에 쓸 재목을 제작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 됐지만 선재길을 정비하면서 현재는 공터로 남아있다. 오대산사고(五臺山史庫)에서 보관하던 조선왕조 실록, 의궤도 모자라 이 곳의 나무까지 모조리 베어 가려고 회사까지 세운 일제의 뻔뻔한 행태에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반야교를 오른쪽에 두고 다시 한번 차도를 건너 숲 안으로 들어선다. 또다시 나무 데크길이 이어지는데 순간 시원한 바람 한자락이 스친다. 숲 속에 스며든 바람은 녹색의 싱그러운 기운들을 실어 나르고 불쑥 불쑥 튀어오른 바위를 타고 넘어 넘실대는 오대천의 물길과 조우한다. 이처럼 선재길은 숲 길 특유의 고요함과 계곡의 물소리가 전해주는 분주함이 이러구러 교차하며 우리의 걷기에 동행한다. ■ 오대산 슬픈 역사의 현장과 만나다 화전민 터가 있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지나친 회사거리에서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월정사 소유 산림에 대한 채벌권(採伐權)을 얻게 된 일제가 나무를 베어내기 위해 인력을 모집했고 오대산에는 자연스럽게 노동자 마을이 형성된다. 벌목의 특성상 노동자들은 주로 겨울에 동원됐고 일이 없는 봄부터는 산에 불을 놓아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오대산에는 ‘산판(山坂)’과 ‘화전(火田)’이 혼재한 상당히 독특한 화전민 마을이 만들어졌다. 엄청난 벌목노동의 댓가는 적은 양의 쌀이 고작이었고 살기 위해 숯을 구워 팔기도 했다. 실제 숲길 곳곳에서는 숯가마 흔적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는 눈길이 물길 쪽으로 향한다. 요란한 물소리가 숨을 죽이고 머물렀던 곳, ‘오대산 보메기’다. 이 숲길의 찬란한 아름다움들을 눈 안에 채 담아두기도 벅찬데 자꾸 역사의 아픈 현장들이 이처럼 눈앞에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보메기의 사전적 의미는 농사철이나 홍수로 터진 보를 보수하거나 새로 만드는 작업을 의미하지만 이곳 오대산 보메기는 보를 막아 오대천의 물을 모으고 목재를 쌓아 놓은 뒤 많은 비가 내릴 때 보를 터트려 목재를 이동시키는 용도로 활용했다고 한다. 일제가 나무를 쉽게 옮기기 위해 오대천 물길까지 제 멋대로 막고 터트리기를 반복한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이 숲 속에는 아직도 목재운반용 철도 레일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력이 있는 기차를 운행 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이 힘으로 밀고 끌고 무거운 나무를 옮겼다고 하니 그 고초가 오죽했으랴. 복잡한 머리를 이고 걷다 보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느새 몸은 숲길 한가운데. 또 출연하는 나무 데크길. 그 위를 걷다 다시 폭신한 풀길, 다시 흙길을 번갈아 걷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은 바람을 만나 이리 저리 흔들리고 일렁이더니 땅바닥에 곤두박질 치기를 반복한다. 빽빽한 나무 사이로 피톤치트가 흘러 넘쳐 유영한다. 그 사이 조릿대의 바다를 건너고 다리를 건너 오대산장 입구에 도착이다. 여기부터 상원사까지는 4km 남짓한 거리다. 월정사부터의 거리만 따지만 이제 절반 조금 넘게 온 셈이다. 만화경처럼 아름다운 풍경은 그 이후에도 반복된다.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 풍경이 숲 길의 매력이다. 역사 이야기에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와 한 껏 즐기다 보니 상원탐방지원센터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월정사 방향으로 내려가면 되지만 넉넉한 시간. 우리는 상원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숲길이 뿜어낸 싱그러운 녹색의 기운은 옛 이야기를 품은 채 그대로 내 뒤를 따른다. 강원일보=오석기. 조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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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8 15:53

[팔도 핫플레이스] 의왕백운호수 일대 무민공원‧생태탐방로

“북유럽의 하얀 트롤 ‘무민’과 자연이 함께하는 의왕 백운호수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세요.” 핀란드의 대표 캐릭터 ‘무민’을 모티브로 가족애와 모험 등 다양한 테마를 담아 의왕시 백운호수 일원에 조성된 ‘의왕무민공원’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백운산과 청계산, 모락산을 병풍 삼은 백운호수를 배경으로 한 생태탐방로도 지난해 6월 재개통되면서 백운호수 일대가 건강과 힐링은 물론,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 의왕무민공원 무민은 1945년 핀란드의 화가 토베 얀손(Tove Jansson)에 의해 탄생한 캐릭터다.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자연 친화적 도시개발을 목표로 한 백운호수의 가치와도 연계돼 산책은 물론 다채로운 테마를 담아 어른, 아이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주말 나들이의 최적 장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의왕무민공원은 철새로부터 무민공원에 숨겨진 보물에 대한 소식을 접한 무민 가족과 친구들이 숨겨진 보물을 찾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는 스토리가 전체적인 콘셉트다. 무민공원은 롯데 타임빌라스와 맞은편의 백운호수를 낀 의일로 65 일대 공간에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산책로를 혼합했다. 공원의 시작을 알리는 대형 스크린 입구 사이니지와 캐릭터 미니어처 조형물 등 총 8개의 공간으로 마련됐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작은 크기의 무민과 어른의 눈높이에 맞춘 무민, 그리고 친구 스니프·리틀미·스너프킨도 곳곳에 배치되는 등 무민 캐릭터들을 즐길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공원의 중심부에는 지름 6m에 달하는 무민아트볼이 세워져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4시간 동안 공원의 스토리와 무민 캐릭터를 활용한 재미있는 영상이 상영된다. 특히 널찍한 놀이터 공간에는 아이들이 부상 없이 안전히 뛰어놀 수 있도록 천연잔디와 나무 등을 활용해 길쭉하고 구불구불한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어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유아들이 친숙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놀거리와 볼거리가 많다. 공원 주변에는 맨발로 돌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약 140m 길이의 조약돌 맨발걷기길이 야생화 단지와 함께 조성돼 계절별로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원목데크로 이뤄진 선베드에 누워 자연경관을 즐길 수도 있다. 올해는 조약돌 맨발걷기길 구간 옆으로 마사토 맨발걷기길을 추가로 조성, 어르신들의 건강을 돕기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의왕시가 무민공원 인근에 완료된 훼손지복구사업지와 연계한 공원 확장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향후 생태탐방로 등이 확대될 전망이다. 주차공간도 수도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대략 50대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공원 전용주차장에는 별도의 바리케이드나 요금정산기가 설치돼 있지 않다. ■ 백운호수 생태탐방로 백운호수는 흰구름이 많다는 백운산의 뜻을 빌려 1953년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백운호수의 입구라 할 수 있는 백운호수제방공영주차장부터 무민공원을 잇는 학의동 560번지 일원의 산책로인 생태탐방로 단절구간 연결 공사가 지난해 6월 마무리되면서 호수 주변 산책로 전 구간이 전면 개방됐다. 생태탐방로 연결로는 길이 500m, 폭 3m로 설계됐으며 호수 주변 총 연장 3㎞의 산책로 중 2.7㎞에는 데크가 설치됐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파고라 2개소와 무더위 쉼터 2개소를 각각 조성했다. 또 여름철 더위에 흐르는 땀을 식힐 수 있도록 ‘쿨링포그’도 100m 간격으로 설치돼 사계절 모두 생태탐방로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제방공영주차장에서 차량을 주차한 경우 제방길을 따라 생태탐방로를 걷게 되면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백운호수를 구경할 수 있다. 산책로에서도 호수의 다양한 물고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다가, 겨울철에도 탄탄한 나무 데크길을 따라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생태탐방로를 걷다 보면 겨울철을 제외하고 운영되는 오리배도 볼거리다. 연인 또는 가족들이 탑승할 수 있는 2~4인승으로 구분된 페달보트와, 호수 전반을 운행하는 모터보트도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백운호수 일대는 맛집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백운호수 뷰를 만끽할 수 있는 음식점부터 베이커리 전문점, 커피숍까지 있어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다 출출할때 식사와 차를 즐길수 있다. 경인일보=송수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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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11 14:25

[팔도 핫플레이스] 한라생태숲

제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다.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등이 가득한 곳으로 해마다 1500만명 안팎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힐링의 메카다, 수많은 관광지와 함께 사려니숲길, 삼다수숲길, 절물휴양림 숲길, 붉은오름휴양림숲길, 머체왓숲길 등 걷기 좋은 많은 숲길이 있는데, 그 중 으뜸은 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은 숲이 훼손돼 방치됐던 야초지(野草地)를 원래의 숲으로 복원한 숲이다. 난대성 식물부터 한라산 고산식물까지 제주의 모든 식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음은 물론 편안한 휴식공간과 다양한 자연생태계를 경험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을 체험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지 않게 걸으며 제주의 자연생태를 즐길 수 있으며,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기에도 무난해 연중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단순한 산책 외에도 생태숲 주변으로 조성된 숫모르숲길을 걷는 운동 목적으로도 최적지다. 인접한 절물휴양림 장생의 숲길과도 연계할 수 있고, 주변 오름들도 함께 탐방할 수 있다. ▲한라생태숲의 백미 숫모르숲길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변에 위치한 한라생태숲은 구제주시내권에서 승용차로 20분 안팎이면 주차장에 도착한다. 한 시간에 5대 안팎의 버스가 다니고 있어 대중교통 접근도 용이하다. 한라생태숲은 자연생태계 복원 및 제주 자생식물들의 보전 기능, 산림 생태 휴양문화 창출로 고품질의 산림교육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조성됐다. 1997년 한라시험림(생태숲) 조성계획안이 수립되고 2000년 3월 제주 중산간지역 196㏊ 면적에 생태숲 조성 공사를 시작, 2009년 9월 문을 열었다. 주차 후, 혹은 버스에서 내리면 먼저 ‘한라생태숲’을 알리는 거대한 바위 표지석이 탐방객을 반긴다. 몇 걸음 옮기면 바로 주차장. 주차장 왼쪽에 한라산과 한라생태숲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우뚝 솟아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한라산과 백록담이 품에 안길 듯 다가오고, 고개를 돌리면 광활한 한라생태숲과 그 너머 쪽빛 바다의 절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이제 생태숲에 들어서 관리실을 지나면 눈앞에 곧게 뻗은 산책로와 숫모르숲길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숯을 구웠던 언덕’이라는 뜻의 옛 지명인 숫모르숲길은 한라생태숲의 둘레 숲을 걷는 코스로, 약 5㎞ 코스. 높고 낮은 다양한 경사가 있어 오름 트레킹과 산림욕에 제격이다. 울창한 숲이 한여름에도 뜨거운 햇빛을 막아준다. 항상 푸르른 소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수종의 활엽수림, 대나무숲길, 조릿대길, 억새밭 등으로 구성돼 있어 걷는 내내 눈이 즐겁다. 봄과 여름에는 푸르름을 자랑하고, 가을 단풍과 낙엽길, 눈 쌓인 겨울 풍경 등 사계절 다양한 모습으로 탐방객을 맞이한다. 또한 작은 계곡에 놓인 앙증맞은 목교(木橋) 위를 걷는 것도 정겹다. 체력적 부담을 느낄 때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곳곳에 목재의자와 쉼터 테크 등도 마련돼 있다. 숫모르숲길을 출발해 약 2.4㎞ 지점에는 한라생태숲과 접한 절물휴양림(장생의 숲길)으로 건너가는 이동 탐방로가 있다. 한라생태숲과 절물휴양림 사이에는 샛개오리오름(표고 658m)이 있다. 오름(기생화산)의 모양이 개오리(가오리의 제주어)와 닮다고 해서 개오리오름, 혹은 개가 달을 보고 짖는 형상이라 하여 견월악(犬月岳)이라고 불린다. 이 산체가 세 개의 오름으로 구성돼 있어 가장 큰 오름을 큰개오리 혹은 견월악으로 칭하고, 작은 산체를 족은개오리. 이 둘 사이에 이는 오름을 샛(사이)개오리오름으로 불린다. 오름 정상까지는 눈앞에 목재계단이 끊임없이 펼쳐져 있다. 마치 ‘천국으로 가는 계단’ 같다. 콧노래 부르며,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보니 어느덧 정상. 정상을 넘어서면 절물휴양림이 품은 장생의 숲길과 큰절물오름, 작은절물오름, 거친오름 등 숲길과 오름을 탐방할 수 있다. 정상서 U턴하면 다시 숫모르숲길, 여기서부터는 지금까지보다 더 큰 내리막과 오르막이 교차되고 가을이면 형형색색의 단풍과 함께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을 걷는 기분은 일품이다. ▲한라생태숲의 보물들 숫모르숲길 못지 않은 진귀한 보물들이 한라생태숲에서 탐방객을 반긴다. 숫모르숲길 입구에서부터 196㏊의 드넓은 면적에 다양한 테마형 숲이 조성돼 있고 이들 숲 사이로 ‘엄지척’ 산책로와 다양한 휴식공간이 방문객들에게 힐링과 건강을 선사한다. 한라생태숲의 중심에 자리한 수생식물원과 생태연못. 이곳은 과거에 대부분 훼손되거나 사라진 습지를 대신해 조성된 것으로 개장한 지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며 자연습지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개구리, 쇠살모사, 유혈목이 등 양서·파충류와 물장군과 물방개 등 곤충류, 갈대와 부들, 순채 등 500여 그루의 나무와 50여 종의 수생식물이 이곳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운이 좋으면 이곳에 물을 먹으러온 노루와 물 위에서 연잎 사이로 유유히 노니는 원앙과 기러기들도 볼 수 있다. 한라산 고산식물의 서식 환경을 조성해 멸종위기의 고산식물과 특산식물의 보전과 증식을 위해 암석원도 탐방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드넓은 잔디광장에 다양한 모양을 뽐내는 제주 특유의 현무암 등. 잘 가꿔진 정원 같아 “우리 집 마당이었으면”하는 소소한 바람이 절로 인다. 이 밖에도 참꽃나무숲, 구상나무숲, 꽃나무숲, 야생 난원, 단풍나무숲, 벚나무숲, 양치식물원, 산열매나무숲 등 다양한 테마로 숲이 조성돼 있다. 한라생태숲에서는 유아숲 체험 등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숲 유치원과 숲속 작은 학교 등 로그하우스(log house)의 시설도 마련돼 있다. 이 많은 숲 사이사이에 놓여 있는 산책로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탐방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고,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서도 아무 무리없이 숲을 탐방할 수있다. 한 탐방로 한 켠은 탄성재료로 조성돼 발걸음이 부드럽다. 나이 드신 부모님, 어린 자녀들과 함께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도 좋다. 또 한 켠으로 걸을 때는 ‘뽀드득 뽀드득’, 발 밑에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화산토(火山土)인 송이(스코리아)길이다, 또 다른 쪽은 자갈돌길. 걷다보면 두 나무가 하나로 붙어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서로를 꼬옥 껴안은 모습과 같은 연리목(連理木)이 눈에 들어온다. 함께 걷는 옆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담고, 계절마다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한라생태숲. 제주를 찾은 방문객이면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제주일보 조문욱 기자 사진=조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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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04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