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보니 드디어 봄의 소리가 들려온다 .
오늘 아침이 참 행복하다.
요한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가 생각나는 신선한 이 아침이 어쩜 이리 좋을까.
아무래도 계절의 주인공은 봄이 으뜸이 아닌가한다.
핸드폰 벨소리도 때론 그리움의 소리이기도 하다. 오늘 같은 날은 더욱더 그렇다.
저 멀리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늘 내가 그리워하는 P 선생님의 목소리인데 늘 그러하듯이 내게 활기를 주신다.
“좋은 분과 다과를 나누는데 함께 동참하여 귀담아 들어봐. 영화보다 유익 할테니까” 소녀처럼 상기된 목소리에 우린 약속을 하였다.
덩굴이 소담스럽게 늘어진 담쟁이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여 거울을 보고 화장을 하는 손길도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자주 뵙는 선생님과의 만남이라도 이렇게 항상 설렘을 주시는지 알 수가 없다.
봄 처녀가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하고 똑같을까.
담쟁이 정원에는 동백꽃이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었고 그곳에 들어서니 아름다운 선율이 나를 반겨주었다.
화사하게 웃고 계시는 선생님과 함께계신 그분도 인자하신 모습이셨다. 전직이 방송 PD이셨다는데 청년 같으신 분이셨다. 선생님의 젊은 날에 함게 일하셨다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 이야기 속으로 마치 나도 동반자 인양 추억을 불러오는 듯 하였다.
꼭 마음에든 책 한권을 읽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긴 세월이 흘러 이젠 고향으로 돌아와 칼럼을 쓰시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나는 곁에 앉아 두 분의 이야기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말았다. 아! 영화 한편 같구나 라는 생각도 떠오르곤 하였다.
두 분의 인연에 대해 듣다보니 만남의 소중함과 관계유지에 대해 새삼 다시 느껴보는 순간이다.
선생님께서는 가끔씩 주변에 좋은 분들을 만나는 날에는 꼭 나를 불러 주시며 소중한 인연을 내 잘못으로 인연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오늘도 이 순간이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무릇, 삶에 있어서 제자리에 그냥 머문다는 건 슬픈 일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긍정적인 삶이 무엇인가를 바라볼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이 육십은 인생의 분수령이라고 했는데 어느덧 내가 그 즈음이다. 살아오는 동안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뒤돌아보게 되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나눔으로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게 익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깨달음으로 가슴에 들어온다.
지난 겨울밤을 지새운 이유도 봄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사람이 그리워서라는 걸 앓고 난 후에야 사람들은 알았을 테니까.
그러므로 봄은 봄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온다는 이야기가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발소리 또한 봄이 오는 소리를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떠오른다.
어느덧 성질 급한 매화들은 꽃을 틔웠다는 꽃소식이 들려오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만큼 날씨가 풀린다는 경칩도 지났다. 날씨는 한결 봄날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마치 영화의 한 컷처럼.
저 멀리서 오는 봄바람은 그냥 머무르는 것만이 아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줄 또 하나의 특별한 봄날로 그렇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잠깐 짬을 내어 오늘은 나의 애송시를 입안 가득 머금고 읊어보고 있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 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나직하게 시에 취해보고 있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 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 걸스카우트 연맹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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