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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의 '빛과 그림자'] (하)대안은 있나 - 노사정 대타협이 '열쇠'

일본 등 해외사례, 한국형으로 개선 적용
임금체계 개편⋯'계속 고용' 등 고려 필요

나이를 먹는 게 죄라면 모든 사람은 죄인이다. 아직 젊으니 '늙어가는 사회'는 남의 일이고, 내 노후는 아름다울 것이라며 눈 감고 나 몰라라 할 수 있다. 돈 걱정 없는 사람들 얘기다. 대다수는 부모 봉양·자식 양육에 살기 바빠 진중하게 고민할 겨를조차 없이 귀밑머리 하얗다.

그러나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 초고령화의 파장은 무시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초고령화에 따른 경제·복지안전망 구축은 촌각을 다툴 문제고, 한걸음 물러나 멀리 보면 국가 명운이 달려있다. 

그러니 정년 문제를 풀어가는 것도 큰 틀에서 국가가 주도해야 하는게 마땅하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와 그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경사노위는 지난달 6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본위원회를 열고 △정년연장 △산업전환 △근로시간 등 3대 의제를 논의하기로 의결했다. 노사정이 대타협에 도달할지는 미지수지만,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한 골든타임임에는 분명하다.

앞서 짚은 '정년 연장의 어려움과 필요성'에 이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해외 사례 등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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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노총 창립 78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날에서 왼쪽부터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정년제 살펴보니⋯'정년 선택제' 주목

일부 선진국들은 인구 감소 추세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거나, '나이 차별'을 우려해 진즉 없앴다.

미국과 영국은 정년 자체가 없다. 미국은 지난 1967년 정년을 65세로 정한 뒤, 1978년 70세로 상향했다. 이후 '나이를 이유로 한 또 하나의 차별'이라는 여론이 일면서 1986년 정년제를 폐지했다. 65세 정년이었던 영국도 2011년 정년제도를 폐지했다. 

독일은 정년이 65세이지만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더 진행된 일본의 정년은 아직 60세다. 하지만 65세까지 '고용확보조치 의무', 70세까지 '취업확보조치 노력의무' 등 '계속 고용' 형태로 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일본 근로자는 60세가 됐을 때 연장할지 은퇴할지를 정할 수 있으며, 연장을 원하면 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근로자 자신의 은퇴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셈이다. 임금은 회사나 근로자의 능력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기존 임금에서 30%가량 삭감되고 관리직 등 직책에서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정년 연장 부작용이 만만찮았다. 단박에 정년을 늘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일본 사례 등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춰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만하다. '정년 선택제'가 그것이다.

 

△핵심가치는 '노사 상생'⋯'임금체계 개편' 과제

그간 거론됐던 정년 연장의 주요 걸림돌은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 및 청년 고용 감소였다. 노사정 모두 고령자 고용 대책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각차는 분명하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 연장', 기업은 '임금체계 개편 선행 및 재고용', 정부는 '정년 연장과 재고용 등을 포괄한 계속 고용' 입장이다.

향후 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 과정이 본격화되면 여러 방향성을 열어두고 논의하겠지만, 임금체계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성과 중심으로 손질하거나 노조 반발로 도입이 저조했던 '임금피크제' 등이 검토 대상이다.

기업이 문을 닫으면,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고용 방식이든 임금 체계든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제 밥그릇만 챙긴다면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수 있다.

한국노총 전북지역본부 관계자는 "생산가능 인구가 줄면서 전문성과 숙련도가 높은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한다는 데에는 많은 이가 동의할 것이다"며 "한국노총과 노동계는 법적 정년연장을 주장하고, 정부나 사용자는 유연하게 선택적으로 하길 원한다. 큰 틀에서 필요성을 서로 인식하고 있고, 방식의 차이일 뿐이므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자연스레 수용되는 부분이 생길 것이다"고 강조했다.

노사 양쪽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동의하는 것이다.

 

△'급한 불'이지만⋯ 차근차근 단계적 도입 필요

정년 연장 등을 포함한 '고령자 고용 대책' 구체화는 발등의 불이다. 초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대응도 서둘러야 한다. 자칫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노동자는 일자리를 못 찾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사정이 입장차를 좁혀 절충안을 도출해야 하고, 정책 결정 및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는 법·제도 정비 등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중장기 단계적 추진과 도입이 필요하다.

한국노총 전북지역본부 관계자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책이 도출되기에는 중장기적인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된 일자리에서 쌓였던 숙련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근로조건 계약 및 임금 규모 개편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정년 연장의 여부 상황에 반영해 발생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인식개선"이라고 덧붙였다.

경사노위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 없다. 문제는 사람에 있고, 해법 또한 사람에 있다. 법정 정년 연장, 재고용, 계속고용 등을 두고 부지런히 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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