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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건축기행-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6) 경남문화예술회관

건축가 고(故)김중업 선생의 작품
1988년 준공돼 올해로 36년차
진주를 밝히는 건축적 랜드마크
도민들이 예술을 향유하는 문화예술 공간
전통과 현대 건축의 결합이 주는 웅장함
원형과 곡선 의뤄진 내부 건축적 미학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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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칠암동 남강변에 위치한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전통 건축의 기둥과 공포, 한식지붕 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모습이 대칭 형태의 비례를 이루고 있다.  경남신문=김승권 기자

경남문화예술회관은 대한민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 고()김중업 건축가의 건축학적 아름다움이 빚어낸 공간이다.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건축적 랜드마크는 물론, 도민이 예술을 즐기고 누리는 기능적 랜드마크로서 경남 대표 문화예술기관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이곳을 찾았다.

진주 도심을 흐르는 남강변을 쭉 따라가다 보면, 경남문화예술회관이 한눈에 보인다. 진주를 밝히는 건축물답게 멀리서 봐도 그 웅장함과 기개는 예사롭지 않다.

밖에서 보면 하나의 웅장한 건물로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부를 둘러보면 다양한 건축적 요소를 지닌 흥미로운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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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건축의 기둥과 공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모습이 대칭 형태의 비례를 이루고 있다.  경남신문=김승권 기자

전통과 현대 건축의 결합=경남문화예술회관은 김중업 선생이 1981년 공모에 당선돼 1984년 설계를 완성하고 1988년 준공됐다. 현상설계 공모 당시에는 건물이 들어설 부지가 진주성 내에 잡혀 있었다. 김중업은 이 건물을 설계하면서 천년의 도시인 진주의 역사성과 진주성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설계 의도를 살펴보면 그 마음이 전해진다.

"임진왜란 때 끝까지 민족수호의 아성이었고 논개의 의기와 더불어 유서깊은 진주성이 남강의 우아한 자태를 빚어 대지조건이 특이하고 매년 개천제가 열리는 오랜 전통이 더욱 보람있는 일이라 믿음직스러웠다. 그렇기에 전통과 오늘의 만남이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야하고 모이는 이들에게 뿌듯함을 던져 주려고 애썼다."

스스로 가장 아끼는 도시 중 하나로 꼽았던 진주에 세워지는 건물인 만큼 김중업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본래의 질서를 보존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고심했다.

현상설계 당선 이후 막상 건물을 지으려고 하자 고()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국립진주박물관이 이미 진주성 한편에 위치해 있고, 진주성의 공원화 사업, 문화재 보호 등으로 건물을 지을 만한 땅이 없어 최종적으로 현재 위치에 세워졌다.

건물 외관은 우리 전통 건축의 기둥과 공포, 한식지붕 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모습이 대칭 형태의 비례를 이루고 있다. 사각형의 한식 지붕 아래에는 거대한 십자형 열주를 설치했다. 네 가닥으로 갈라지는 형태의 반원형의 열주 상부는 옛날 관아건물이나 사찰, 궁궐 등에 적용된 공포를 김중업 방식의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해 지붕을 받치는 조형물로 나타나고 있다. 넓은 지붕 아래 같은 형태의 십자형 열주가 반복적으로 배치돼 있어 건물을 바라보면 리듬감이 느껴진다.

지붕과 열주들 사이 전벽돌로 둘러쌓인 원형의 공연장이 있다. 외벽 곳곳에는 전벽돌로 구워 만든 삼각 벽돌을 사용했는데, 곡선을 타고 흐르며 입체감을 준다.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 전면에 긴 계단을 설치해 열주와 함께 건물의 기념성을 높이고 있다.

또 대공연장과 관리실 등 크고 작은 원형 공간과 지붕, 사무실 등의 직각적 공간이 기하학적 형태로 대조를 이루며 조형미가 강조된다.

기단부를 살펴보면 성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우리나라 전통 성곽이 떠오른다.

"예도인 진주시만이 아니라 경상남도의 상징이어야 하고 예술성에서도 유니크한 장소이어야 했다. 그러기에 원통 공연장에 넓고 당당한 지붕을 높고 우아한 기둥으로 받쳐 넓고 시원한 계단이 더욱 상승감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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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1층과 1층의 나선형의 계단과 아치형 통로는 공간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  경남신문=김승권 기자

내부 공간의 건축적 미학=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지하부터 옥상까지 계단을 따라가면서 공간의 미학을 경험할 수 있다.

나선형의 계단, 아치형 통로, 외부의 경관을 편집하는 원형의 창문들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경험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실내외 곳곳에 구성돼 있는 곡선과 아치 형태는 외부의 웅장함과 별도로 아늑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계단을 타고 올라온 옥상에는 야외공연장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지붕에 올려져 있는 전통 형태의 한옥 기와가 보인다. 한옥이 가지는 지붕의 선을 살리기 위해 밑을 깎아 올린 형태를 볼 수 있다. 남강과 뒤벼리 암벽, 새벼리 등 진주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옥상에서 한층 내려가면 예술 관련 협회들과 회관 사무실 등이 마련돼 있다.

흥미로운 건 밖에서 바라봤을 때 해당 층이 보이지 않는데, 바로 사각형의 한식지붕 안에 숨어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내부가 아닌 외부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복도 양쪽에는 원형 천창이 나있다.

바로 아래에는 전망대다. 전망대는 지붕처마 밑에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마찬가지로 외부 형식이다. 전망대에서는 마치 촉석루에서 바라보듯 기둥과 처마와 함께 흐르는 남강과 뒤벼리, 산과 하늘을 감상할 수 있다. 옥상과는 또다른 풍경이 가슴 벅차게 다가온다. 지붕 아래 곳곳에 마련돼 있는 물이 내려오는 곡선 형태의 우수관도 발견할 수 있다.

대공연장 로비는 남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투명한 공간으로 이뤄졌는데, 2009년 기존 건물에 강화유리를 적용하는 리모델링을 거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지하부까지 계단을 걸어내려가 아치를 빠져 나오니 선큰가든이 보인다. 예전에는 이곳에 연못 형태의 수공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다.

"선큰가든을 두어 공연이 없을 때도 옥상에서 진주성과 남강을 보게함을 물론 마당놀이 등을 즐길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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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경남신문=김승권 기자

경남 대표 문화예술 공간 가치도= “더 예술 속으로, 더 도민 속으로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 미국 뉴욕 링컨센터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장들은 한 도시의 문화예술 브랜드이자 문화 품격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올해로 36년을 맞은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전통과 현대를 교차하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전시, 교육프로그램 등으로 경남도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해 함께 해오면서 존재 의미를 각인시켜 왔다.

우리나라 공연장 역사로 보더라도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의미는 남다르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문화예술회관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최초의 공연장으로, 1988년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과 같은해 개관했다. 이전까지 국내 공연장으로는 국립극장, 부산시민회관, 세종문화회관 등이 있었다. 실제로 당시 지역에서 현 규모의 공연장을 만든다는 건 예술단체, 문화예술 인프라 등의 환경으로 봤을 때 매우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현재 경남문화예술회관은 1528석 전문 공연장과 2개의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뮤지컬, 발레, 오페라, 연극, 클래식, 콘서트, 전통예술,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기획공연을 연간 30여건, 대관공연 포함 연간 100여건의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기준 가동률 89%, 이 기간 동안 13만여명이 이용한 경남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의 기획공연은 상하반기로 나눠 ‘GREAT SEASON’ 으로 브랜딩해 운영하고 있다. 시즌제는 유럽 등 주요 공연장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한시즌을 설정하고 그 기간 중 모든 공연을 일괄 오픈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백건우, 조성진, 정경화, 조수미, 윈튼마살리스, 강미선, 유키 구라모토 등 세계적 아티스트가 경남문화예술회관 공연장 무대에 올랐으며, 국립발레단, 덴마크로얄필하모닉, 모스크바필하모닉, 도이치방송교향악단 등 유수의 공연단체도 관객과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경남신문=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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