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미술관, 매년 중앙작가 초대 기획전 열어
올해는 서정민 작가 초대…'선' 주제로 한 17점의 작품 선보여
섬유뭉치인가 했더니 아니다.
빳빳하게 펼쳐진 모습이 실들을 한데 엮어놓은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표면이 매끈하고 단단한 한지다.
한지의 질기고 단단한 물성이 공간과 시간에 따라 다르게 감각된다.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선들이 리듬감 있게 얽히면서 화면 가득 원초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강렬한 색감과 작품의 거대한 규모는 우리를 창초의 시간과 공간으로 안내한다.
교동미술관은 28일까지 미술관 본관 1, 2전시실에서 기획초대전 ‘서정민 : 선의 궤적 A LINE LOOP’를 선보인다. 매년 중앙 작가를 초대해 기획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교동미술관이 올해는 서정민 작가를 초대했다. 전주에서의 전시가 처음인 서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선’을 주제로 한 17점의 작품을 내놨다.
작가는 그림의 기본인 ‘선’에 주목하며 이를 작품으로 끄집어내 거시적 공간으로 연결한다.
단순히 미적 감각에만 몰두하지 않고, 한지의 질기고 단단한 물성에서 우리 민족성을 발견하고 무작위적이고 비의도적인 우연한 선들로 ‘무위자연(無爲自然)’과 같은 동양철학을 드러낸다.
한지를 말고, 자르고, 붙이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 사이에서 완성된 작품들은 평면 캔버스를 무한한 입체공간으로 확장시켜 2차원과 3차원을 가르는 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게 한다.
이 공간에서 작가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인생의 여정을 변화무쌍한 한지말이 모양으로 가시화한다.
특히 작가 주체의 선 긋기를 탈피하고, 서예가들의 정신성을 담아내기 위해 습작 한지를 수집해 작품으로 활용했다.
작가의 의도와 선택으로 구현된 선들은 서정민이 남긴 궤적이자 연구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서정민 작가는 전시 서문을 통해 “예술은 일종의 노동과도 같은 행위”라며 “노동으로 서체를 변환시켜 우연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선은 불교의 수행적 의미를 가진 ‘선(禪)’과 석도의 일획론에서 ‘한번 그음’을 의미하는 ‘선(線)’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