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서관의 정부 정책 한계 예산 큰폭 감소, 삭감
해외 도서관 선진 사례 국내 도서관 정책 시사점 얻어야
△국내 공공도서관 현황과 중앙정부 정책 한계
최근 시민들은 기존 엄숙하고 딱딱한 도서관보다는 카페같이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선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공공도서관의 현황과 현재 정부의 도서관 정책은 어떠한가?
먼저, 공공도서관은 국내 문화기반시설 중 가장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전국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는 약 1억 7500만 명으로서 박물관(약 6200만 명), 미술관(약 1600만 명) 등 다른 시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공공도서관 수가 양적으로 확대(‘18년 1096개소 → ’22년 1236개소)되고 있고, 도서관 공간 환경의 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러한 물리적 여건에 따라 도서관 방문자 수 역시 COVID-19 팬데믹 이후로 점차 회복되는 추세(전국 평균 1관당 방문자 수 ‘20년 7만6431명 → ’22년 14만2160명)이다. 하지만, 도서관 정책의 목표 중에 하나인 독서문화를 진흥하고 건물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서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성인 종합독서율은 43%에 그쳤는데, 이는 성인 10명 중에 6명은 한 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또한, 성인 종합독서율(‘13년 72.2% → ’23년 43.0%)과 성인 연간 종합독서량(‘13년 10.2권 → ’23년 3.9권)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도서관 예산이 축소되고, 도서관 정책이 퇴보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24년 문체부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자료를 보면 ‘도서관 정책 개발 및 서비스환경 개선’, ‘도서관 기반 조성’예산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고, ‘도서관 실감형 창작공간 조성’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그로 인해 일선 도서관 현장에서는 신규 도서 구입 축소, 도서관 환경개선 사업 연기, 인문강좌·북스타트 등 도서관 프로그램 축소, 사서 1인당 업무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고, 지역마다 특성화된 공공도서관과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관 예산이 축소되고, 사업 지원이 중단되는 것은 도서관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독서문화를 진흥하고 도서관의 공간 혁신과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도서관 정책과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두를 위한 도서관, 해외 사례
해외 도서관 선진 사례를 통해 국내 도서관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는 미국 시애틀 시에 있는 중앙도서관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렘 콜하스가 ‘모두를 위한 도서관’이라는 컨셉으로 설계하였으며, 독특한 건물 외관 디자인과 개방적인 공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도서관이다. 시애틀 중앙도서관의 특징은 누구나 차별없이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써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료실이 비치되어 있고, 장애인들이 불편없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전주시의 자매도시인 일본 가나자와 시에 있는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으로 ‘책의 아레나’라는 별명과 같이 360도 원형 홀과 서가 배치로 최근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곳에는 이시카와 현을 대표하는 도서관답게 지역의 자연환경, 역사, 전통문화, 공예품 등의 자료를 아카이빙하고 홍보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세 번째는 호주 사례로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립도서관과 시드니 시립 달링 스퀘어(Darling Square) 도서관이다. 먼저 NSW 주립도서관은 200년의 역사를 가진 그리스 신전 양식 건물로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열람실, 아트갤러리, 세익스피어룸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NSW 주립도서관에는 40개 이상의 언어로 된 도서 및 비도서 자료가 비치되어 있고, 비영어권 이용자에 대해 언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노인, 어린이, 장애인, 다문화가족 등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계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타겟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을 위한 큰 글씨 책 및 평생학습 프로그램 운영, 어린이를 위한 문해력 향상 교육, 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오디오북·DVD, 다문화 가족을 위한 컨설턴트 배치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다음으로 시드니 시립 달링 스퀘어 도서관은 일본 유명 건축가인 구마 겐고가 설계한 건축물로 광장에 인접하여 있고, 어린이 돌봄센터 및 상업시설과 복합적으로 조성된 도서관이다. 달링 스퀘어 도서관은 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하여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이주민들을 위한 도서와 비도서 자료를 비치하고 있다. 또한, 영유아를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과 청소년들 대상으로 코딩 교육, 로봇 교육, DIY 및 체험 프로그램 등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례는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오디(Oodi)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2019년 국제도서관협회(IFLA)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도서관으로 선정된 곳으로 거대한 함선 또는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헬싱키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오디 도서관은 빼어난 건축 디자인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배움과 학습의 장이다. 메이커스페이스, 음악 및 영상 제작 스튜디오, 가상현실룸, 등 다양한 공간에서 시설과 장비들을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유아, 청소년, 청년, 노인 등 모든 연령대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오디 도서관은 모든 이들에게 개방되어 있고 모든 이들을 환대하는 공간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도민이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과제
도서관은 책을 위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장소이다. 장서 보관과 대출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와서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제3의 장소’이며 교육·돌봄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가 제공되는 ‘사회적인프라’이다. 앞으로 모두가 행복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 및 기능, 공공서비스 및 프로그램, 운영인력 및 예산 세 가지 측면에서 정책적인 지원과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물리적인 환경 및 기능과 관련하여 전북 농어촌 지역에는 도서관을 비롯한 다수의 공공시설이 노후되어 있는데, 시설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전주시의 도서관 공간혁신 사례와 같이 지역 특성을 반영하여 공간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때 폐교 등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주민들의 수요를 반영하여 복지·돌봄·체육·여가·평생학습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책문화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둘째, 공공서비스 및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장애인, 고령자, 다문화가족 등 지식정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도서관 서비스를 마련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애틀 중앙도서관, 호주 NSW 주립도서관 사례와 같이 장애인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점자자료·오디오자료·독서 보조기기 등을 확충할 필요가 있으며, 고령자를 위해 큰 글자책과 건강, 노화, 여가 등에 대한 책을 비치하고, 어르신들의 고립과 고독, 치매 등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복지 파트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문화가족과 유학생의 경우 도서관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요 언어로 도서관 이용을 지원하고, 다문화가족 아이들의 모국어 자료를 비치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운영인력 및 예산과 관련하여 사서 등 도서관 운영인력을 확충하고, 노동 환경 및 처우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도서관의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마련하여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에 약 2500개의 도서관을 짓는 것을 후원한 미국 철강 기업가 앤드류 카아네기는 도서관을 ‘모두를 위한 궁전(Palaces for the people)’이라고 하였다. 전북에 있는 도서관이 누구나 찾아와서 읽고. 쓰고, 배우고, 만나고, 듣고, 발견하고, 탐험하고, 운동하고, 놀고, 쉴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궁전, 그리고 도민이 행복한 도서관이 되길 바란다.
장우연 독립연구자·전) 전주시 정책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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