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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마주하다…이화정 소설집 '야생의 시간'

표제작 야생의 시간을 비롯해 당신, 엄마의 진심 등 7편 소설 수록
쉬운 단어를 골라 짧게 연결한 문장, 역설로 가득 찬 인물 감정 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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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소설집 '야생의 시간' 표지/사진출처=교보문고 

이화정 소설집 <야생의 시간>(아시아)은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부조리한 세계가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예정된 파국에 이르는 인간의 근원적 슬픔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소개하면, 뻔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안다고 생각했던 주변 인물의 낯선 모습이다. 그런 지점에서 소설집 <야생의 시간>은 신선하고도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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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소설가 

소설집 <야생의 시간>에는 표제작 ‘야생의 시간’을 비롯해 ‘당신’, ‘엄마의 진심’, ‘문’ 등 7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집에 담겨있는 다수의 작품은 독자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그중에서도 ‘야생의 시간’은 끝없이 고독에 시달리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파고든다. 

남편과의 관계가 소홀해지고 일상에 권태를 느끼던 ‘나’는 여행지에서 만난 ‘샤’에게 충동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저 속으로만 들끓는 감정인 줄 알았으나, 여행지에서 돌아온 후 ‘나’의 감정은 동요한다. 예전과 같은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고 해도 삶의 의미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마주한 ‘나’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그럼으로써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에 독자들이 이입할 수 있도록 한다. 가치관의 극복을 이해하고 소설 인물의 감정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아마 문장의 힘일 것이다. 

“어두운 거실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야생에 대해 생각했다. 경련처럼 찾아오는 그 순간을, 힘들게 거역하던 그 시간을 떠올렸다. (중략) 그래서 나는, 내가 기쁜지 슬픈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그것이 실은 거대한 실체를 숨기고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안다. 사납고 거센 고요가, 온 집 안에 가득하다. (‘야생의 시간’ 중에서)”

이화정 작가는 쉬운 단어를 골라 짧게 문장을 만들어냈다. 단문으로 연결한 작가의 문체는 역설로 가득한 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득시키고, 음악적 리듬을 자아낸다. 

7편의 소설에 드리워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작가의 짧고 유려한 문장이 빚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 대해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일들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사랑이 똬리를 틀고 밑바닥에 자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앞으로 쓰일 나의 소설은 상처 입은 자들에 관한 넓고 아득한 탐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에서 활동중인 이화정 작가는 2018년 단편소설 ‘천사의 손길’이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23년 심훈선생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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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시간 #이화정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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