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씁니다. 느티나무 그늘 속 매미 울음이 한낮 땡볕보다 더 뜨겁습니다. 누가 그 입 속에 불땀 좋다는 보릿대 불을 지핀 걸까요? 콩잎처럼 시든 삼복, 바닥 난 기력 돋우려 양은솥 걸고 무얼 구워삶고 있는 걸까요? 저 녀석 세상이 제 맘에 안 드나 봅니다. 절절 끓는 세상에 제 속도 끓는가 봅니다. 들끓는 속은 토해내지 않으면 폭발하고 말지요. 바늘귀만 한 구멍이라도 내줘야, 그 구멍으로 속엣것 쏟아내야 숨통이 트이지요. 난로 위 쉬지 않고 풀썩거리던 주전자 뚜껑처럼요.
막히면 돌아가고 모자라면 기다리고……, 물처럼 흐르지 못한 나도 속이 끓네요. “너 자신을 알라”, 아테네 델포이 신전 기둥에 새겨져 있던 글귀지요. 분수(噴水) 옆에 앉아 분수(分數)를 생각합니다. 그래요, 분수도 딱 그만큼만 분수껏 올라가네요. 물, 물이 솟습니다. 아래로 흐르지 않고 위로 솟는 물은 눈물이며 샘물이며 분수입니다. 뜨거운 눈물이 있어 찬 시절도 견딜만하고, 한 바가지 단 샘물로 쓰디쓴 세상 타는 갈증이 가시지요. 솟아오르는 저 분수는 악쓰는 느티나무 속 매미와 속 시끄러운 나를 촉촉 적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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