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거울의 유리와 같다.’ 19세기 스위스 철학자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이 남긴 말이다. 사람 사이의 믿음은 유리처럼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하나가 될 수 없고, 깨진 신뢰는 유리 파편처럼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한번 무너진 믿음을 회복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서로 노력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 노력도 없이 서로가 자신의 입장만 내세운다면 불신의 벽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 교육현장이 그렇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간 불신·갈등의 골이 깊다. 급기야 소송전으로까지 번졌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5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제기로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부모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2건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학교 교육력을 훼손하는 일부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조처”라고 했다. 전북교사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도 전북교총의 대응에 뜻을 함께 했다. 전북지역 교원단체들이 하나로 뭉쳐 학부모들의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학부모는 교사·학생과 함께 ‘교육의 3주체’로 꼽힌다. 현행 ‘교육기본법’에서도 학부모를 보호자라 칭하며 학습자, 교원, 교원단체, 학교 설립자·경영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교육 당사자’로 규정해 놓았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정책도 ‘교사와 학부모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지향하고 있다. 양측의 신뢰관계가 굳건하지 않다면 수평적 협력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교육의 3주체인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 상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갈수록 멀어지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급하다. 그런데 그 길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교권침해가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면서 교사와 학부모는 긴장과 대립의 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해 ‘학부모 상담예약제’를 도입하고, 학교 전화기에 녹음장치를 설치했다. 물론 교권보호 대책의 일환이지만 학부모와 교사의 거리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바람직한 교육현장은 학생인권과 교권이 함께 존중받으며 조화를 이루는 학교다. 교사와 학부모간 대립·갈등의 관계가 고착되어서는 안 된다. 당장 시급한 교권회복을 위해 교육당국과 교원단체의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학부모와 교사, 학교의 신뢰 회복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부모는 학교와 긴밀하게 소통·협력하면서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교육의 한 주체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도 학부모의 교육활동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현장에 단단하게 쌓인 불신의 벽부터 허물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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