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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전쟁 중⋯올해 이상기후로 '골머리'

봄 저온, 여름 화상병, 가을 벼멸구 걱정
이상기후 기승 부리며 농심 타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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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벼멸구 피해가 심각한 순창군 구림면에서 한 농부가 벼 상태를 살피고 있다. 오세림 기자

전북 농촌 곳곳이 이상기후와 전쟁 중이다. 1년 중 식재료가 가장 풍성한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왔지만 봄·여름·가을 연속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농심은 타들어가고 있다.

봄이면 저온 피해, 여름이면 과수화상병, 가을이면 벼멸구 걱정에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상저온, 잦은 비·이상고온, 이례적인 가을 폭염 등 이상기후와 복합적인 요인이 기승을 부린 영향이다.

24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 전국 곳곳에서 저온 피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당시 전북 과수 농가의 피해 규모는 3500ha에 달했다. 지난 5년(2019∼2023년) 중 가장 저온 피해가 컸던 2020년 때와 유사하지만 과수 피해 정도는 더 컸다.

올해도 지난해 저온 피해 발생했던 것을 걱정하며 봄을 맞이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5월부터다. 5월이 되면서 과수화상병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수화상병은 과수 농가가 가장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병 중 하나다. 사과·배 등 장미과에 속하는 식물이 세균에 의해 잎·줄기·꽃·열매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말라 죽어가는 병이다. 감염되면 치료제나 방제약이 없어 반경 100m 이내 나무를 뿌리째 뽑아 태운 뒤 땅에 묻는 방식으로 폐기하고 있다.

지난해 무주군 무풍면 사과 과수원 7곳이 과수화상병 피해를 입은 데 이어 올해도 무풍면 소재 사과 과수원 10곳(3ha)에서 피해를 입어 모두 폐원 조치했다.

지난 겨울철 기온이 평년 대비 높고 올해 봄부터 5월 사이 비가 잦아 병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됐다.과수 농가·농진청 등이 적극적으로 예방 활동을 벌이면서 더 확산되지는 않았다.

숨 좀 돌리나 싶었지만 이례적인 가을 폭염이 말썽을 부리면서 불청객이 찾아왔다. 수확을 한 달 남짓 앞둔 들녘에 벼멸구 떼가 습격했다.

벼멸구는 주로 6월 중하순부터 7월 중하순 사이 중국으로부터 기류를 타고 들어온다. 줄기의 아랫 부분에 서식하면서 벼의 줄기를 가해해 벼가 말라 죽게 하는 해충이다. 피해를 입은 농가는 거의 수확을 포기해야 할 만큼 치명적이다.

22일 기준 전북 벼멸구 피해 면적은 전주시와 완주·무주군을 제외한 11개 시·군에 걸쳐 도내 중산간부를 중심으로 2707ha 발생했다. 이는 축구장 3800여 개에 달하는 면적이다. 전북뿐 아니라 전남·충남·충북·경북·경남 등에서도 벼멸구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전북·전남·경남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전북도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예비비 5억 원을 긴급 편성하고 피해 논과 주변 지역에 방제를 위한 약제 구입비와 살포비를 지원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 손실을 최소화하고 저품질 쌀 유통을 조기에 막기 위해 농가가 희망하는 경우 벼멸구 피해 벼를 모두 매입할 예정이다.

전종덕 의원(진보당)은 벼멸구 특별방제대책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벼멸구가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벼 재배 논들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무사한 논이 없을 정도로 피해가 매우 심각했다"면서 "긴급방제 등 피해 대책을 서두르고 기후 재난에 따른 피해인 만큼 농업재해대책법 시행규칙에 고온에 따른 병해충 피해를 포함 시켜 실효성 있는 법, 제도 개선으로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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