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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벼멸구 피해 급증⋯재배 면적의 7%, 축구장 약 1만 개

27일 기준 전북 벼멸구 피해 면적 7200ha
농가 "기후 재난, 특단의 대책 마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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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 구림면 벼멸구 피해 농가 박남주(53)·김수미(49) 부부의 논. 박현우 기자

수확을 앞둔 들녘에 불청객인 '벼멸구'가 창궐하면서 최악의 수확기가 찾아왔다. 이례적으로 9월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지며 벼멸구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해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벼멸구는 볏대의 즙액을 빨아 먹어 벼를 고사시킨다. 피해를 본 벼는 잘 자라지 않거나 심하면 말라 죽는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7일 기준 전북 벼멸구 피해 면적은 7200ha로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전북 벼 재배 면적인 10만 4348ha의 약 7%다. 전주시와 완주·무주군을 제외한 11개 시·군에 벼멸구가 확산되면서 축구장 약 1만 개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주로 임실 1928ha, 순창 1460ha, 남원 1051ha 등 중간 산부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지난 22일 2707ha가 피해 본 데 이어 닷새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확할 벼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벼멸구 피해 논은 이미 전멸한 데다 군데군데 정상곡처럼 보이는 벼 아래에도 벼멸구가 자리 잡고 있는 상태다. 가을이면 장관을 이루는 황금 들녘은커녕 정상곡만 있는 들녘 찾는 것도 어려운 정도다.

순창군 구림면 벼멸구 피해 농가 박남주(53)·김수미(49) 부부는 "올해는 나락이 잘 돼서 좀 낫겠다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벼멸구가 습격하면서 다 물거품이 됐다"면서 "올해 왔는데 내년에 또 오지 말라는 법 없다. 매년 이런다면 누가 농사를 짓겠나. (기후 재난 등에 대해) 대책 안 세워 주면 포기해야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전북도청 앞에서 쌀값 폭락·벼멸구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한 전북지역 농민단체뿐 아니라 전국농민총연맹도 최근 해당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전농은 성명서를 통해 "쌀 생산량이 많은 지역에 피해가 집중돼 있고 확산세도 빨라서 앞으로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벼멸구 피해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피해 벼 수매뿐이다. 그나마도 수매 가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벼멸구 피해 벼 수매는 결정됐지만 정확한 수매 가격은 12월 말쯤 정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수매 수요·벼멸구 피해 규모 등은 지자체와 농가에 요청해 둔 상태다. 수확·도정 등 여러 요인을 보고 11월 말쯤 공공비축미 가격 대비 어느 정도로 수매할지 대략 가격이 나올 듯하다. 정확한 가격은 일단 공공비축미 매입 가격이 정해져야 알 수 있어 12월 25일쯤 돼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농민들은 "농민의 요구를 수용해 벼멸구 피해를 폭염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특별재난지역 선포, 적정 가격 매입 등 특별 대책을 즉각 수립·시행해야 한다.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반복되는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 대책 또한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29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벼멸구 피해를 재해로 인정하는 것은 지금 검토 중이다"면서 "기후변화 대응팀을 구성해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하고 대책을 만들어 12월에는 전체 품목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이번 전북 벼멸구 피해가 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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