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치매인식도조사 70% '미실시', 15개 마을 치매안심가맹점 '0곳'
물리적인 안전 환경 조성도 미흡..."위험하다는 표지판이라도 설치해야"
마을 특성 반영한 실질적인 차별화 없어...형식적인 운영이라는 비판도
전북지역은 전주시를 제외한 13개 시·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기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 수도 늘고 있는데 그 수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준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들을 돕고 지역 구성원이 함께 환자를 돌본다는 취지로 조성되는 '치매안심마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안심'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치매안심마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북일보는 전북 지역의 ‘치매안심마을’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일상적인 사회활동을 돕고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치매안심마을’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을 주민 대다수가 자신들이 사는 곳이 치매안심마을인지도 모르고 있으며, 물리적 안전 환경이나 마을별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 차별화도 부족한 실정이다.
14일 전북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도내 치매안심마을 46곳 중 사전 치매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곳은 단 14곳(30%)에 불과했다.
사전 치매 인식도 조사는 치매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이해도를 사전에 파악해 사업 기획과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절차이며, 사후 치매 인식도 조사 결과값과 대조해 치매안심마을 운영 등을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사전 조사를 실시한 14곳의 마을 중 9곳이 2022년 이후 치매안심마을로 선정된 곳이었다. 이는 '사전·사후 치매 인식도 조사' 관련 내용이 2022년 치매안심마을 운영 매뉴얼(보건복지부)과 정책 지침에 새롭게 삽입되면서, 그 이전 선정된 마을에는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8년 8월과 2020년 1월에 각각 치매안심마을로 선정된 남원시 노암동과 진안군 군상리 등은 사전 치매 인식도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또 치매안심망 구축을 위한 치매안심가맹점이나 치매극복선도단체가 지정돼 있지 않은 마을도 15곳(33%)이나 됐다. 치매안심마을 10곳 중 3곳 이상의 마을이 이조차도 없이 운영되는 셈이다. 모두 마을 내 지정 가능한 기관이나 가게 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마을 주민도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 ‘치매안심마을’인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낙상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마을 내 물리적인 안전 환경 조성도 미흡한 수준이었다.
실제 최근 진안군 진안읍 단양리 원단양마을에서는 식사를 마친 노인들이 하나둘 마을 산책에 나서고 있었지만, 인도가 조성돼 있지 않은 탓에 옆으로 차량이 지나는 등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2022년 2월 ‘치매안심마을’로 지정됐다. 하지만 노인들이 산책 도중 쉬어갈 수 있는 벤치나 의자마저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노인은 하천과 도로 사이를 막고 있는 가드레일에 몸을 기대 쉬고 있기도 했다.
어머니와 산책을 나온 박영임 씨(58)는 “이 마을이 치매안심마을인지 오늘에서야 알았다”며 “서울에 살고 있어서 엄마와 연락이 안 되면 걱정이 크다. 그런 마을이라면, 적어도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이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치매안심마을인 임실군 임실읍 갈마마을도 상황은 비슷했다. 마을 길 주변으로 농수로가 이어져 있었지만, 추락에 대비한 사고 방지시설은 마을 밖으로 나가는 3~4m 남짓의 다리에만 설치돼 있었다.
마을 주민 임정순 씨(76)는 “산책을 해도 농수로나 개울 주변으로는 안간다”며 “적어도 위험하다는 표지판은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치매안심마을이 마을의 특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차별화는 커녕 치매 친화적 환경 조성도 이루지 못한 채 형식적인 운영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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