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가 뜨겁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몰고 온 독자들의 행렬 덕분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주목받는 것은 또 있다. 번역의 힘이다. 2016년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을 즈음해서도 번역가의 역할은 큰 관심을 모았다.
데보라 스미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30대의 영국 번역가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직업으로 번역가를 선택하면서 번역가가 거의 없던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소아스런던대학 에 들어가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채식주의자>는 그의 첫 영문 번역소설이다. 한국어를 배운지 3년 만에 이 작품을 번역하기 시작한 그는 한강의 다른 작품 <소년이 온다> <흰> <희랍어 시간> 등도 번역했다. 이중 <흰>은 부커상을 수상한지 2년 만인 2018년, 다시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2016년 <채식주의자>를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던 뉴욕타임스는 한강과 함께 부커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의 품격 있는 번역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부커상을 수상한 그해, 서울국제도서전 초청으로 서울에 온 그는 인터뷰에서 “더 많은 한국문학이 좋은 번역으로 해외에 나가야 하지만 노벨문학상에 대한 한국사회의 집착은 당황스럽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경란과 피에르 비지유.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공동 번역한 번역가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어 <불가능한 작별‘(Impossibles Adieux)>로 번역되어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올해는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안겼다. 1990년대부터 번역을 시작한 최경란은 초기에 주로 프랑스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했으나 김영하의 소설을 계기로 한국문학 작품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30년 넘게 출판업에 종사해온 피에르 비지유는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등을 이미 자신의 출판사에서 프랑스어로 출간했을 정도로 한강의 소설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번역가이자 출판인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번역의 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작가들이 국제적인 문학상을 받으면서 번역에 관심이 커지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한국문학 번역의 물살이 밀려오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들여다보면 한국문학 번역을 이끌어온 것은 문화체육부 산하 한국문학번역원과 교보생명의 대산문화재단이다. 그러나 시작은 국가기관이 아닌 대산문화재단이 먼저였다.
이제 세계가 한국문학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을 위해서는 번역의 힘이 필요하다. 번역의 동력을 키우는 일, 국가의 역할이 명료해졌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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