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 중심 인물, 김지회와 연인 조경진의 사랑과 항쟁, 죽음과 구원 서사
사건 입체적 기록 위해 작가 4년간 취재와 답사 과정 거쳐 집필 마쳐
소설가 최산의 신간 뜨거운 젊은 피를 태양에 힘껏 뿌려 <김지회>(목선재)는 끔찍한 국가 폭력이 담긴 장편소설이다.
제주 4·3 사건에서 여수·순천 10·19 사건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굴곡진 역사를 다룬다. 동시에 여수·순천 사건(이하 여순 사건)의 중심 인물인 김지회와 그의 여자 조경진의 사랑과 항쟁, 죽음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여순 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 진압 출동을 거부하고 봉기를 일으킨 사건이다. 이후 전북과 전남, 경남 일부 지역의 1만여 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제대로 규명조차 되지 않았다.
“짐승과 벌레에 먹혀 부패한 시체로 변해버린 지회의 모습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부턴 그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외롭게 버려진 기회가, 그이의 몸뚱어리가 눈앞에 어른거려 눈물이 차올랐다. 뜨거운 젊은 피를 태양에 힘껏 뿌려 한 백년 빛내 보리라 외쳤던 지회는, 김지회는 그렇게 처참히 죽어갔다.”(578쪽)
작가는 굴곡진 역사의 중심에 있는 인물 ‘김지회’의 생애와 그의 여인 ‘조경진’을 둘러싼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사를 풀어낸다. 인물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 보니 사실을 토대로 정확하게 기술하고, 작가적 상상력을 덧대 서사적 신뢰성을 갖춰냈다. 특히 역사 속 잊힌 인물을 발굴하고, 입체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작가는 4년간 취재와 답사 과정을 거쳐 집필을 마쳤다는 후문이다. 실제 어떠한 역사서나 문학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여순 사건의 세밀한 밑그림을 복원해 독자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순간을 기록했다.
최산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김지회에 관한 검증된 사료는 존재하는 게 별로 없었다”면서도 “오히려 소설가의 상상력을 펼치기에 좋은 조건이었고, 백지에 가까운 소설 공간이 주어져 자유롭게 채워갈 수 있었다”고 작품 후기를 밝혔다.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와 UCLA를 다녔다. 전공은 법학과 정치학이었다. 교수로 있는 동안에도 <창작과 비평> 편집위원을 지내거나 ‘경향시민대학’의 창설과 운영을 주도하는 등 전공과 무관한 일을 자주 했다. 지난 2015년부터 혼자 소설 쓰기를 시작하여 2018년에 첫 장편 <청년의인당>을 선보였고, 2021년에는 ‘2020 ARKO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된 <파란나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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