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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정전 70년] 피란수도 부산, 1023일의 기록 (상)

1023일. 부산이 한국전쟁 중 피란수도로서 역할을 한 기간이다. 첫 번째는 1950년 8월 18일~10월 27일, 두 번째는 1951년 1월 3일~1953년 8월 15일이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던 부산은 피란민 수십만 명을 품는 포용력을 보여줬다.   △80만 피란민 품은 부산 부산일보사가 1980년대에 발간한 책 <비화 임시수도 천일>에 따르면, 한국전쟁 직전 부산 인구는 47만여 명이었다. 1945년 8·15 광복 직후만 해도 28만 명 수준이던 부산 인구는 일본과 중국 만주 등지에서 돌아온 동포 19만 명까지 더해 급증한다. 이어 전쟁이 발발하자 전국 각지에서 피란민이 몰려들어 100만 명을 넘는 사람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 맞닥뜨리게 된다. 1·4후퇴 이후 부산의 최대 인구는 120만~13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당장 살 곳을 마련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일부 시민이 남는 방을 빌려주며 도움을 베풀었지만, 피란민 수십만 명을 수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마련한 천막이나 수용소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창고와 교회 예배당, 공장, 극장 등 빈 공간이 있는 곳은 모두 피란민에게 개방됐다. ‘동아일보’ 1950년 12월 28일 자 기사에 따르면, ‘부산시 당국에서는 시내에 들어온 피란민 6만여 명을 각 가정에 분산 수용키로 결정했다. 요정, 여관 등을 일체 개방해 피란민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연구원 오재환 부원장은 “부산은 한국전쟁 시기에 직접적인 전투가 없었던 평화 도시, 밀려오는 피란민을 품은 포용의 도시였다”며 “유엔 등으로부터 국제적 지원을 받던 곳에서 이제는 이를 되돌려주는 도시로 성장해 월드엑스포 유치에까지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0년 3월 25일 <부산일보>에는 특별한 광고가 실렸다. 제목은 ‘부산 시민들께 드리는 감사의 말씀’. “저의 함경도 출신 선친과 서울 출신 어머니가 몇 번이나 하셨던 말씀은 ‘그때 부산 사람들 아니었으면 피란민들 다 얼어 죽고 굶어 죽었다. 자신들도 어려운 형편에서 대한민국 어디 사람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이었습니다.”(어느 6·25 부산 피란민과 그분들의 자식 올림) △소 막사·묘지도 집터로 전쟁 시기 부산에는 불어난 인구를 감당할 주택이 부족했다. 피란민이 지은 판잣집이 줄줄이 산자락은 물론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며 늘어났다. 마구간이나 소 막사 같은 축사까지 피란민의 거처가 된다. 대표적인 곳이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이다. 소막마을은 일본이 일제강점기에 수탈한 소를 일본으로 보낼 배에 싣기 전 검역하던 곳이다. 검역 전 소를 대기시키던 막사까지 전쟁 때 피란민 수용시설로 활용된다. 당시 이곳은 ‘적기(赤崎) 피란민수용소’라고 불렸다. 우암동이 바다에서 보면 붉은 언덕처럼 보인다고 해서 일본인이 ‘아카사키’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2021년 부산시가 펴낸 구술 채록·자료집 '피란, 그때 그 사람들'에서 우암동 출신 장두익 씨는 피란민 친구의 집과 의사소통 문제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방인지 부엌인지. 뭐 그릇 몇 개 놔두고 부엌이고. 원시생활하고 똑같지. 우암2동은 거의 다 소 막사였고. 그리고 어릴 때 들어보면 이북 말투가 좀 다르잖아요. 무슨 말인지는 잘 못 알아듣고.’ 소 막사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꺼리는 공동묘지까지 피란민 주거지가 된다.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은 죽은 자의 공간이었던 묘지까지 삶의 공간으로 바뀐 곳이다. 피란민의 강인한 생존 의지를 확인시켜 주는 사례다. 피란민은 평지에 살 곳이 부족해지자 산복도로 곳곳에 판자촌을 형성한다.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있어 사람들이 살기 꺼리던 아미동도 마다할 처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건축 자재가 부족하던 전쟁기에 단단한 묘비와 상석은 집을 지을 요긴한 재료가 돼줬다. 지금도 비석마을에 가면 담장 아래에 남은 묘비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화재·식수·오물과의 전쟁 1953년 정전 직후를 기준으로 부산 시내 전체의 판잣집은 4만여 채에 달했다. 대청동과 보수동, 용두산 산비탈 등 중구 일대에만 최소 1만 5000여 채의 판잣집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깡통을 펴서 만든 양철판과 상자 등으로 대충 지은 판잣집은 화재에 취약했다. 불이 어찌나 자주 났던지 하루 평균 3~4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섰다 하면 교회요, 났다 하면 불이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1953년 1월에는 국제시장 대화재로 상가 4200여 채가 불탔고, 이재민 3만여 명이 발생했다. 위생 문제도 심각했다.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공동 수도와 공동 변소를 줄 서서 사용했다. 이마저도 없는 곳에서는 다들 오물을 밟고 다니기 일쑤였다. ‘터질 듯한 부산은 주택난·식수난·식량난의 소동 속에 먼지와 쓰레기에 싸여있다.’ 1951년 2월 1일 자 <부산일보> 사회면 기사의 일부다. 일제강점기에 부산의 기반시설은 인구 30만 명에 맞춰져 있었다. 시내 4개 정수장에서 생산되는 수돗물은 하루 3만 3000t에 불과했다. 식수 부족으로 인한 ‘물 전쟁’이 특히 피란민을 힘들게 했다. 인심 좋은 부산 사람도 물을 나눠주는 데에는 인색했다. 오죽하면 ‘밥 한 그릇은 줘도 물 한 사발은 줄 수 없다’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우물과 수도에 자물쇠를 채우는가 하면 드럼통에 물을 넣고 다니며 파는 물장사도 등장했다. 1951년과 1952년에는 흉년이 들어 전국 각지 유랑민까지 부산으로 몰려왔다. 당시 부산YWCA 부녀회원들은 굶기를 밥 먹듯 하는 피란민을 그냥 볼 수 없어 중앙동에서 ‘우유죽’ 배급을 시작한다. 우유죽은 분유에다 푹 삶은 보리쌀을 섞어 만든 죽이다. 전쟁 시기에 생겨난 또 다른 음식은 꿀꿀이죽, 일명 ‘유엔탕’이다. 미군 부대에서 버린 음식 찌꺼기를 수거해 끓인 음식이다. 피란민들은 꿀꿀이죽 장사, 미제 깡통을 펴서 판잣집 지붕 따위를 만드는 ‘깡깡이업’ 등 각종 밥벌이 수단을 찾아 생계를 이어갔다.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차철욱 소장은 “당시 부산은 절체절명의 생존 경쟁에 내몰린 피란민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가득했다”며 “이북에서 내려온 부유층, 고학력자도 체면을 떨쳐내고 낯선 생활에 적응해야 했다. 이런 유연한 대처 역시 피란 시기 부산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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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31 15:32

인정만 하면 된다. 그뿐이다.

가을이면 서로 다른 종교인이 손을 잡고 걷는다. 종교 간 화합을 말하는 세계종교문화축제, 총을 겨누는 게 아니라 손을 잡고 걷는 모습에 세계가 놀란다. 누구는 이게 다른 이를 포용하는 전북의 문화라고 말한다. 그런데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이른바 4대 종교 외에 다른 종교인도 참여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이왕이면 무슬림 손도 잡으면 좋지 않을까? 이게 진정한 화합이지 않나? 전주국제영화제를 부르는 다른 말이 있다. ‘영화표현의 해방구’. 다른 영화제에서 상영이 불허된 영화, 소수를 다룬 영화를 어떤 검열도 없이 당당하게 스크린에 올리는 영화제, 그래서 많은 영화인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칭찬한다. 누구는 이게 전주 문화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2018년 전주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던 섬뜩한 피켓을 모두가 기억한다. 전주에서도 스크린을 벗어난 표현은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혼종성>을 펴낸 피터 버크 교수는 이질적인 문화를 접하는 사회는 용인, 거부(저항·정화), 분리, 적응이라는 네 가지 특징을 보인다고 말한다. 자기 집단에 위험을 느끼는 문화는 철저하게 거부하거나 분리하지만, 위험이 적은 문화는 용인하거나 이질적인 문화에서 필요한 부분을 자기 문화에 맞게 변형하여 적응시킨다는 게 피터 버크 교수의 설명이다. 우리와 다르거나, 소수인 문화를 대하는 방식은 문화별로 다르다. 앞에서 살펴본 두 사례처럼, 어떤 문화는 용인하나 어떤 문화는 철저하게 분리하거나 내친다. 같은 소수문화라도 소수집단 간 ‘차별의 차등화’가 나타나고, ‘소수문화집단 내 소수자 문제’도 심각하다. 존재를 부정당하는 성소수자처럼 같은 소수자라 하더라도 차별의 무게가 다르다. 소수문화의 차별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민사회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비혼공동체를 단순한 ‘여자들 모임’으로 치부하며 “남자들 모아서 집단 미팅하자”라며 건네는 농담, 성소수자의 강간을 ‘교정’강간이라며 합리화하는 태도 등 특정 소수문화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아시아 관광객은 반갑지만 아시아 무슬림은 내키지 않는다. 선별적 포용과 배제, 정책에서도 나타나는 문제이다. 전북연구원 조사(2020년)에서 사회적 소외도가 큰 범주 1위는 성적지향이었다. 그런데 정책적 시급도를 묻는 말에는 장애문화가 1위로 조사되었다. 중요도가 높다고 응답한 성적지향과 종교는 오히려 정책 시급도가 낮아졌다.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고 혐오표현이 일상적인데도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정책 뒷순위로 미뤄두는 정부의 한계가 지역에서도 나타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인식은 문화정책에 반영된다. 성적지향이나 특정 종교의 표현과 관련된 사업은 지자체에서도, 지자체 출연 문화기관에서도 만나기 어렵다. 소수자는 구성원이 적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반복적인 차별과 배제를 받는 집단을 말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분배의 정치’가 아니다. 자기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정의 정치’(Politics of Recognition)를 원한다. MZ세대의 다름을 인정하듯, 우리 이웃인 그들의 문화가 다름을 인정하면 된다. 그뿐이다. 다름을 인정하면, 여러 문화가 적응되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이것이 2014년에 법률로 제정되고 2019년에 도조례로 제정되었으나 아직 갈 길이 먼 문화다양성이다. /장세길 전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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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31 14:56

새만금, 이차전지로 날아오르다

마침내 새만금이 날개를 활짝 펴고 비상할 순간을 맞이했다. 지난 7월 20일, 새만금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전북도민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도약을 준비해 온 새만금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다. 새만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RE100과 CF100 실현이 가능한 산업단지다. 지구 온도 1.5도의 상승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이 한창인 지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이 가진 의미는 남다르다. 30년 이상 희망고문이라 불리우던 새만금은, 이제 기회를 찾아 하나둘 모여든 사람과 기업이 넘치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 전북은 최근 3년간 LG화학, SK온 등 23개사 총 7조원에 달하는 이차전지 기업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이차전지 4대 핵심 소재 기업의 균형있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기업들이다. 투자기업들은 대규모 신규 고용을 약속했다. 이제 새만금은 많은 이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취·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이차전지 전문인력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유수의 연구진들에게는 초격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환경의 터전이 될 것이다. 이차전지의 처음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모두 새만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도 의미가 깊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총 4곳이 선정되었고, 밸류체인 안에서 각 지역들은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새만금은 핵심 광물 가공과 기초 재료 생산을 위한 클러스터이자, 이차전지 재활용의 전초기지로 도약할 것이다. ‘광물 가공(새만금)-소재(포항)-배터리 셀(청주·울산)-재활용(새만금)’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의 핵심 연결고리 또한 새만금이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다시 새만금으로 돌아와 광물로 회수되고, 새롭게 소재화된다. 그 과정에서 재활용과 RE100 실현으로 창출되는 ‘환경보호’라는 부가효과까지 새만금은 그야말로 ‘이상적인 신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제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기반으로 새만금을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의 R&D 허브이자 안정적 소재 공급기지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도는 KIST, 서울대 글로벌 R&DB센터 등 국내 우수 연구기관과 공동연구 및 인력양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실시간 고도분석센터 건립을 위한 국비 확보 등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030년에는 4대 핵심 소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전망이다. 새만금에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기업들이 생산하게 되는 핵심 소재는 새만금공항, 항만, 철도 등 물류기반을 통해 국내·해외로 공급되고, 이차전지를 탑재한 전기차는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될 것이다. 우리는 새만금에 ‘34년까지 100개의 기업·기관 유치 목표를 세웠다. 대기업은 물론 이차전지 산업에서 새롭게 시작한 스타트업도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새만금의 강점과 전북도의 노력을 더해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하고자 한다.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소식에 많은 분이 축하와 격려를 보내주셨다.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던 것도 충분히 알고 있다. 진심 어린 충고는 잘 새겨서 새만금의 아름다운 비행에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새만금의 멋진 비행이 계속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전북 역시 수많은 기대에 부응하고, 이차전지 산업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 나갈 생각이다. /김종훈 전라북도 경제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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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31 14:56

교사의 재인식

최근 한 초등 교사의 극단적 선택, 그것은 바로 한국교육의 현주소인 것 같다. 극단적 선택의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다만 교육부 장관의 ‘학생인권조례’를 심도 있게 손 보아야 한다거나, 서울시내에서 수천 명의 교사들이 자발적인 추모행사를 가졌다는 기사를 보면, 그 극단적 선택은 대강 짐작이 간다. 우선 그 젊디젊은 여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교육부 장관이 언급한 ‘학생인권조례’ 그것은 몇몇 진보좌파 성향 교육감들에 의하여 태어난 것이고, 그것은 또한 교수활동에서 교사의 무장해제의 도구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최근 신문 보도와 같이, “아이 모닝 콜해 달라든가, 잡담을 막자 ‘말할 권리 침해”라는 그 몰지각한 학부모의 언동에서 우리는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인식의 한 켠을 읽을 수 있다. 더이상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다. “선생님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그 말도 이제는 옛이야기만 같다. ‘교육‘은 우리 인간의 삶의 한 장면으로, 그것은 풍토적 생활유형성을 띠고 있기에 한국인에게는 한국교육이 있어야 하고, 한국인의 문화전달이라는 기능은 한국교육의 기초요, 한국교육의 특징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교육의 중요한 기능이 바로 ’문화의 전달이다‘. 학교교육에서 그 전달은 교사에 의해 주도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의 권위를 위한 교권이 학보되어야 한다. 교사의 질 문제는 차후 문제다. 그것은 꾸준히 개선되어가야 하는 진행형이다. 그 누구도 교육현장에서 교육을 주도해 가야 할 교사의 권위나 교권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는 교사가 가정교육의 장에 개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학교교육에서 학보모는 그 학교교육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후견적 입장에만 서야지, 교수활동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또한 교육의 배경이라 할 수 있는 교육의 지평(地平)이 있고, 교육의 방법으로는 뭐니 뭐니 해도 역사적으로 보면 ‘모방(模倣)’같이 제일 생명력이 긴 것도 없고, 그와 같이 좋은 교육방법도 없다. 그러니 좋은 교사에 좋은 제자가 있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교육이 정상화되고, 교육의 장(場)이 건전하려면, 교육의 지평이 반듯해야 한다. 교육의 지평이 기울 때, 모든 문제는 거기서 발생한다. 교육의 지평이 반듯해야 학생들은 사방을 바르게 볼 수 있으며, 모든 것을 곧게 들을 수 있으며, 모든 것을 자기 고유의 자유로운 사유로 판단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그것을 지켜주고, 지도해 주는 것이 교사(敎師)의 권위(權威)다. 교사의 권위도 교육의 지평이 반듯할 때 바르게 작동할 수 있고, 보호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육, 지금은! 그 지평은 왼쪽으로 기울고 있지는 않는지, 교사의 권위와 교권은 확보되었는지, 교사는 그의 권위를 위해 얼마나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학부모는 내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를 얼마나 존경하고 있는지? 그걸 알고 싶다.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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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31 14:55

아동학대는 무엇인가요?

의뢰인은 유명 웹툰 작가가 자폐아들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는 보도를 접하였다. 의뢰인은 교사의 훈육으로 보이는 사안인데, 아동학대가 무엇이길래 교사가 기소되어 재판까지 받게 되는지 물어왔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는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같은 법 제17조는 금지행위로 매매, 음란행위, 신체 손상 등 여러 행위를 열거하고 있는데, 이 중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정서적 학대행위에 대해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이라며, 4세인 피해아동을 78cm 교구장 위에 40분간 앉혀 놓은 행위를 아동학대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는 아동학대에 대해 “교육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훈육과는 구별되고, 아동에 대한 악의적·부정적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폭언과 위협, 잠을 재우지 않는 행위,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억지로 음식을 먹게 하는 행위, 특정 아동을 차별하는 행위, 방 안에 가두어 두는 행위, 아이를 오랜 시간 벌을 세우고 방치하는 행위, 찬물로 목욕시키고 밖에서 잠을 자게 하는 행위 등”으로 열거하고 있다. 웹툰 작가 사건은 수사기관이 수사 후 기소에 이른 사안이다. 사건 기록을 보지 않은 채 말을 보태는 건 ‘잘 알지도 못하는’ 제3자의 섣부른 태도이다. 하지만 교육전문가가 아닌 수사기관이 정상적인 훈육과 범죄를 얼마나 잘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사의 말 한마디를 두고, 그 시비를 검사와 판사에게 맡기고, 교사에게 교육에 대한 책임 대신 형사 책임을 우선 묻는 ‘교육의 사법화’가 맞는 길인지 생각해 본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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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31 14:55

무주군 "제27회 무주반딧불축제 무결점 축제로"

무주군이 제27회 무주반딧불축제 개최 한 달여를 앞두고 본격적인 추진상황 점검에 나섰다. 지난 31일 무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7회 무주반딧불축제 추진상황 보고회에는 황인홍 군수를 비롯한 각 국·실·과·소·읍·면장과 반딧불축제지원단 각 분야 팀장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프로그램 세부일정 및 현황, 축제장 공간배치, 편의시설 및 환경조성, 축제운영 및 행정지원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각 분야·부서별 역할 및 프로그램 등 준비 상황과 계획, 그리고 문제점 및 대책에 대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황인홍 군수는 “축제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며 “그동안 축제지원단이 구성되고 추진전략과 그에 맞춘 프로그램, 그리고 행사장 구성 등 전체적인 방향이 정해진 만큼 개최 준비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이번 축제는 마스크를 벗고 만나는 첫 축제라 기대도 크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전국적인 확산조짐을 보이면서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이 부분 염두에 두고 행사장 방역 등 예방 활동에도 주력해줄 것”을 강조했다. 또 “제27회 무주반딧불축제는 △바가지요금 없는 축제 △일회용품 없는 축제 △안전사고 없는 축제 등 “3무(無) 축제”로 개최하기로 한 만큼 각 부분에 대한 점검과 실천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며 ”차별화된 전략과 만족도 높은 프로그램 운영, 진행, 대내 · 외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홍보까지 신경을 써서 전라북도 대표축제, 대한민국 대표 환경축제의 면모를 보여주자”고 말했다. 덧붙여 “보이지 않는 사소한 부분들이 무주반딧불축제와 무주의 가치, 그리고 명성을 결정짓는 요소”라며 “결국은 주민들 한 분 한 분까지 무주군 전체가 한마음이 돼야 충족이 되는 부분인 만큼 내부적으로 축제분위기 조성과 마인드 함양에 더욱 주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제27회 무주반딧불축제는 “자연특별시 무주로의 힐링 여행”을 주제로 오는 9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반딧불이 신비 탐사’. ‘1박 2일 생태탐험’ 등 주요행사 외에도 역동적인 축제를 위해 ‘치어리딩 페스티벌’과 ‘청소년 ‘끼’ 페스티벌‘, ’신(新) 물벼락 페스티벌‘ 등 젊은 층이 참여하고 즐길만한 프로그램들을 다수 신설했다. 이외에도 개막식 입장 퍼레이드와 먹거리 장터, 농 · 특산물 판매, 버스킹 공연 등 지역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태권도의 날, 명사 초청 반디 토크 콘서트, 트롯의 날 등 주중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무주반딧불축제는 1997년 ‘자연의 나라 무주’라는 주제로 첫 선을 보인 이래로 10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우수축제, 5년 연속 최우수축제, 2년 연속 대표축제, 그리고 명예문화관광축제로서의 명성을 쌓아왔으며 2023 전라북도 대표축제로도 선정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 무주
  • 김효종
  • 2023.07.31 13:40

정읍시 공공배달앱 '위메프 오' 성공적 자리매김

민선8기 정읍시 핵심공약으로 추진한 정읍형 공공배달앱 '위메프 오'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 지역경제과에 따르면 지난5월 출시 이후 각종 할인 혜택으로 현재까지 1만8000여건 이상의 주문 건수(매출액 4억 6000여만원)를 기록했다. 공공배달앱을 출시했던 지난 5월의 주문건수는 4310건(매출액 1억 550여만원), 6월에는 6872건(매출액 1억 7100여만원)을 기록했다. 7월(23일 기준)에는 7481건의 주문건수(매출액 1억8700여만원)를 기록하며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따라 시는 8월 한달 동안 공공 배달앱 특별 할인 이벤트를 실시한다. 한 달 동안 매일 1회 최대 3000원까지 배달비 할인 쿠폰, 8월 첫 구매자에게는 50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하고, 두 번째 주문 시 4000원 페이백을 지급하는 소비자 특별 할인 이벤트를 시행한다. 특히 8월에는 전통시장 발전을 위해 ‘위메프 오’로 전통시장 상품을 묶음 배송할 수 있는 '전통시장관'을 개설했다. 시는 전통시장관 첫 주문고객에게 5000원 할인쿠폰, 매일 1회 배달비 4000원 할인 쿠폰을 지급하는 전통시장관 특별 할인 이벤트도 병행한다. 또, 할인 이벤트와 별도로 정읍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면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결제금액의 1%를 페이백 받을 수 있는 등 풍성한 혜택이 제공된다. 이학수 시장은 “공공배달앱이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영 안정과 전통시장 활성화 계기가 되었다"며 “8월 할인 행사를 통해 시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읍형 공공배달앱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정읍
  • 임장훈
  • 2023.07.31 13:39

군산시립도서관, 이희영 작가 초청 특강

군산시립도서관은 오는 8월 12일(오후 2시 30분) 이희영 작가를 초청해 ‘십대 자녀와 부모,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개최한다. 이번 강연은 10대 청소년과 부모는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는지, 또 좋은 부모와 좋은 가족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부모와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희영 작가는 지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 수상으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청소년들이 많은 책을 접하고, 그 속에서 지혜를 찾을 수 있도록 ‘테스터’, ‘보통의 노을’, ‘나나’ 등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활동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강연 참여자 접수는 8월 1일 오전 10시부터 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lib.gunsan.go.kr) 및 전화로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이번 강연으로 청소년과 부모들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미래를 함께 고민하며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세한 사항은 군산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군산시립도서관 도서진흥계(454-5630)로 문의하면 된다.

  • 군산
  • 이환규
  • 2023.07.31 13:38

전주시의회 오해살만한 출장 없게끔해야

지방의원들의 출장이 오해를 사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명쾌한 원칙과 규정에 입각한 집행이 필요하다. 선출직 공직자인 지방의원의 경우 일반 시민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의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않는 게으른 의원 보다는 좀 잘못을 하더라도 뭔가 성취하기 위해 이리뛰고 저리뛰는 지방의원의 모습이 더 바람직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본래 의도는 그렇지 않더라도 주민들의 시각으로 봤을때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제12대 전주시의회 출범이후 나홀로 국내 출장이 20건이나 된다.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10대때 당시 서난이 전주시의원은 혼자 해외 출장을 가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국내 출장을 불투명하게 다녀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문제다. 큰 돈은 아니지만 공무원 출장급여 기준 맞춰 출장비를 받으면서도 출장보고서 하나 없다는 것은 효율성이 의문시될뿐 아니라 자칫 바람 쐬러 다녀온 것은 아닌가 하는 오해의 소지도 있다. 제12대 전주시의회가 출범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시의원들이 국내 각 지역으로 혼자 출장을 간 건수는 모두 20건이었다. 김동헌,김윤철, 최서연 의원이 각 3건으로 가장 많이 나홀로 출장을 다녀왔고 다음으로 송영진, 박혜숙, 이보순 각 2건, 최명철, 최지은, 최용철, 양영환, 이성국, 최용철 의원 각 1건이었다. 11대때 의원 혼자서 출장을 다녀온 경우는 전무했는데 12대때 1년만에 20건이나 된다는 것은 의욕적인 의정활동의 한 단면으로 볼 수도 있으나 자칫 오해의 소지도 없지않다. 의원들은 국내 출장의 경우에도 교통비와 숙박비,식비 등 체재비를 공무원 출장여비 지급기준에 맞춰 지급받는데 대략 하루 평균 10~20만원 정도다. 물론 출장 기간이 길수록 액수는 더 커진다. 의원들이 홀로 출장을 다니면서 과연 무엇을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20건의 국내 출장을 다녀온 뒤 출장보고서를 작성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개인적으로 물어보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하겠으나 혼자 출장을 다녀왔다는 해명에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공식적인 출장이라면 당연히 보고서가 제출돼야 하고 적어도 시의회나 시청에서는 공유돼야 한다. 열정적인 의정활동이 폄훼됐다면서 억울해하는 의원도 있겠지만 향후 사소한 문제로 인해 잡음이나 오해를 사지 않도록 전주시의회는 확실히 처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7.31 13:16

맨발걷기, 그리고 ‘맨땅’

‘맨발걷기’가 대유행이다. 영어로는 접지(接地)를 뜻하는 ‘어싱(Earthing)’이다. 지구 표면과의 맨살 접촉, 즉 맨발로 맨땅을 걷는 운동이다. 모악산‧건지산 등 도시 인근 등산로나 산책로에 나가면 신발을 벗어 들고 살포시 발걸음을 내딛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열풍이다. 각종 질병 치유와 건강 유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맨발걷기를 통해 말기 암을 극복한 사례까지 속속 발표되면서 너도나도 신발을 벗는다. 어렵지도 않다. 지구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맨땅과 굳은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정작 그 맨땅을 찾기가 쉽지 않다. 회색 도시를 벗어나 녹색 공간, 산에 가면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곳도 만만치 않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등산로는 어김없이 거적과 파쇄석으로 덮여 있다. 경사 구간에는 목재 데크나 돌계단이 놓인 지 오래다. 등산객 안전과 토사유실 방지를 위해서다. 이로 인해 폭우나 인간의 발길에 의해 흙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막았지만, 그 흙을 밟을 수는 없게 됐다. 어지간한 높이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말이다. 또 몇 년 전부터는 전국 각 지자체가 ‘무장애 나눔길’ 조성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경치 좋은 숲길과 산책로는 빠짐없이 합성목재 데크로 뒤덮였다. 장애인과 노약자‧임산부 등 보행약자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자는데 제동을 걸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나 단체는 없었다. 그때는 미처 몰랐을 것이다. 편리함과 안전을 얻기 위해 진짜 소중한 것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포기했다는 사실을. 그런 지자체들이 이제는 무장애 나눔길 대신 황톳길‧흙길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맨발걷기 열풍에 발 빠르게 편승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주변에서 맨땅, 흙길을 지금보다 수월하게 접할 수 있을까? 기대하기 어렵다. 각종 개발사업이 중단될 리 없고, 이상기후로 극한호우‧슈퍼태풍 등 대규모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이수(利水)’보다 ‘치수(治水)’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사태가 우려되는 비탈면과 절개지, 그리고 하천 제방은 다시 두꺼운 콘크리트로 도배될 게 뻔하다. 또 생활공간에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투수층을 보기도 더 힘들어질 것이다.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빗물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물순환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수층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땅의 숨구멍을 막고 있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도시 침수의 원인으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데도 맨땅은 갈수록 줄어든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고 했다. 선인들은 ‘사람은 본디 흙에서 나서 평생 흙을 딛고 살다가 다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고 여겼다. 사람뿐만이 아니고 만물이 다 그렇다. 지구의 맨살, 흙을 밟지 못하고 사는 삶이 과연 건강할 수 있을까.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7.31 13:07

새만금 특별지자체, 정치권 역할에 달렸다

전북도가 지난해 말부터 새만금을 끼고 있는 군산, 김제, 부안 등 3개 시·군을 묶는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새만금 인근 지자체간의 관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다. 오히려 새만금 신항만 등의 관할권을 놓고 지방의회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지난 1월 13일부터 시행된 개정 지방자치법(제199조)은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광역적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특별지자체는 법인 형태로 설치되며, 해당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가입과 탈퇴, 그리고 해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행정구역 통합과는 다르다. 지난달 말 새만금지구에 조성될 첫 번째 도시인 스마트 수변도시 매립공사가 마무리됐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분양을 시작해 오는 2027년에는 첫 입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전북도민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장밋빛 미래도시가 새만금에 들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냉철하게 따지면 전망은 밝지 않다. 그런데도 지역사회가 완전히 갈라져 관할권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역 국회의원들도 분쟁을 중재하거나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역구 입장을 대변하면서 갈등을 키우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새만금 수변도시가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군산·김제·부안 등 3개 시·군을 통합한 ‘새만금 메가시티’로 가야 한다. 새만금 메가시티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 공약이다. 지역에서 추진동력을 먼저 만들어내야 한다. 당장 어렵다면 특별지자체를 설치해 지역 분쟁의 불씨를 없앤 후 새만금의 미래를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같은 당 소속인 신영대(군산)·이원택(김제·부안) 의원이 새만금 특별지자체 설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함께 천명한다면 지방의회 간의 이견과 갈등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 이해관계를 떠나 전북이 30년 넘게 매달린 새만금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7.30 18:15

국민의힘, 진정으로 전북의 ‘볼매’가 돼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북을 자주 찾고 있다. 지난 25일 익산의 수해 현장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린데 이어 27일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개막을 앞두고 군산 새만금개발청을 찾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보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3월, 전주을 재선거 직전에 김경민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대표 취임 이후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바 있다. 전북에 관심을 갖고 자주 방문해 준 국민의힘 지도부를 크게 환영하며 이러한 행보가 지속되길 기대한다. 물론 이러한 행보는 집권 여당으로서 낮은 지지율의 진원지인 호남민과의 접촉을 통해 이를 회복하려는 뜻이 없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내년 총선을 겨냥해 민심을 추스리려는 속내도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여당 대표의 빈번한 방문과 주민과의 스킨십은 좋은 일이다. 진심어린 말 한 마디가 돌부처도 돌아앉게 한다지 않던가. 사실 여당이나 야당의 영호남 방문을 통한 화합 제스처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여당은 한나라당 시절 서진(西進)정책을 통해 호남 껴안기에 적극 나섰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열린우리당 시절 ‘대구를 사랑하는 국회의원 모임’ 등 동진(東進)정책을 통해 영남에 구애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정책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국 정당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예전보다 옅어지긴 했으나 아직도 밑바닥에 깔려있는 지역감정을 희석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2020년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이 없는 호남에 현역의원을 배치해 지역현안을 챙기는 등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치적으로 전북은 그동안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국회의원 선거는 1988년 13대 총선부터, 지방선거는 1991년 첫 출발부터 민주당의 독무대였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은 매너리즘에 빠져버렸다. 지금 전북은 10명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무기력에 불신과 피로감이 높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에 선뜻 마음을 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전북도민에게 다가오느냐 여부다. 김 대표의 말대로 국민의힘이 전북의 '볼매(볼수록 매력있는 사람)'가 돼,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 전북도민들도 진정으로 이를 바라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7.30 17:44

전라북도 도민과 새만금과의 대화

새만금을 의인화해 도민과의 대화 형식으로 새만금의 진실을 알리고자 합니다. 도민: 새만금씨 당신을 소개해보시죠? 새만금: 나는 자연의 모든 상태를 가지고 있다오. 바다∙갯벌∙해수욕장∙섬∙조수 간만차∙강∙평야∙산∙도시∙댐∙호수∙긴 방조제∙항만∙공항∙고속도로∙철도 등과 봄∙여름∙가을∙겨울을 가지고 있다오. 근거리에 모든 것들을 가지고 있는 곳은 전세계에서 나 새만금 뿐이지요. 도민: 우리가 당신을 어떻게 만들면 될까요? 새만금: 기본적인 자연법칙을 지키면서 나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으로 만들면 됩니다. 깨끗한 물과 깨끗한 공기, 많은 나무가 있고 새만금 나만의 장점을 가진 좋은 숙식∙즐길거리∙볼거리를 만들어 모든 사람이 오고 싶은 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보호하고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병들게 만들고 있어요. 도민: 어떤 점이 당신을 병들게 한단 말이요? 새만금: 새만금개발청이 땅을 만들기 위해 호소 바닥을 깊이 파서 매립토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나를 병들게 하고 다른 곳도 아프게 합니다. 깊이 파인 곳은 만경강 동진강 상류에 있는 도시와 산 그리고 농경지의 비점오염원의 쓰레기가 계속 쌓이는데 이 사실을 알면 누가 나 새만금에게 오겠습니까. 도민: 큰일이네요. 어찌하면 좋겠소? 새만금: 자연의 법칙과 상식을 따르면 되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높이차가 크면 유속이 빠르고 물의 흐름은 힘이 있어 쓰레기나 흙을 낮은 곳으로 이동시킨다는 것과 고인 물은 썩고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문제점 원인을 찾고 그 해결책을 찾으면 됩니다. 원 호소바닥은 상류가 높고 구배가 완만하게 형성되어 있어 바닥이 세굴되거나 토사나 쓰레기가 쌓이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니 원상태로 두는 것이 환경적 측면으로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도민: 원상태로 두면 매립토를 구하지 못하는데 새만금 개발을 중단하거나 방치하자는 것인가요? 어찌하자는 거요? 새만금: 너무 간단합니다. 쓰레기 매립장이 되어가고 환경파괴의 주원인인 파인(준설) 부분을 민물 저수지로 만들고 판(준설)흙을 매립토로 사용하면 됩니다. 나머지 호소는 해수유통시키면 비점오염원 문제와 수질 문제를 해결할 뿐만아니라 갯벌을 복원시킬수가 있습니다. 도민: 저수지로 만들려면 새만금에서 저수지가 필요하고 시공이 가능하고 경제성이 있고 환경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가능합니까? 새만금: 해수유통하면 저수지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시공은 기존 공사방법을 사용하면서 위치만 변경하면 되고 저수지 조성과 매립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저수지 조성비용은 공짜이거나 토사를 판매해 수익을 낼 수도 있고 가장 큰 유익은 환경파괴의 원인인 파인 곳이 저수지 자원으로 바뀌는 것이죠. 도민: 아주 간단한 논리인데 왜 사용하지 않지요? 새만금: 나 새만금의 자연 여건을 알지 못하는 외지 분들이 새만금 기본계획을 처음부터 잘못 수립했기 때문입니다. 도민: 무엇을 잘못 수립했단 말이요? 새만금: 나를 좋게 만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용수, 호수 수질, 매립토 확보 계획이 잘못됐지요. 특히 매립방법은 최악의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천을 만들고 있지요. 이것만은 막아주세요. 나 새만금를 사랑하는 도민여러분, 제가 원하는 것은 나 새만금이 세계 최고의 명소가 되기를 바랍니다. 타지인에게 나를 맡기지 말고 도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세요. 타지인은 내가 잘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를 열심히 관리하는 분에게는 격려를 하시고 복지부동하는 자에게는 질타를 해 나를 빠른 시일에 완성하도록 도와주세요. /오광식 새만금을 사랑하는 도민∙토목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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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30 17:43

새만금 세계잼버리 스카우트와 세계 시민교육

8월 1일부터 12일간 새만금에서 열리는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는 코로나 이후 처음 개최되는 대규모 국제 청소년 행사다. 전 세계 150여개 국가에서 4만 3000여 명의 미래 주역들이 함께 야영을 하며 국가와 인종, 종교 등을 초월해 어우러지고, 또 다양한 영외 활동과 열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우정을 증진하고 심신을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는 참가자들이 전북의 아름다운 자연과 유구한 역사·문화 그리고 따뜻한 인정을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북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지역 경제와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필자는 이에 더해 이번 잼버리 스카우트를 계기로 우리 청소년 교육 전반을 되돌아 보고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논의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전쟁의 폐허와 빈곤에서 벗어나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그 바탕에는 국민적 교육열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 입시 중심의 과열된 사교육과 취업 준비까지 이어지는 교육 환경은 국가적 문제로 지적되어 오고 있다. 이제는 우리 교육도 좁은 시야에서 탈피해 글로벌 시민 양성을 도모하는 단계로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전라북도만 해도 이주 외국인 증가로 문화적 다양성이 일상화되었다. 인종과 피부색을 넘어서 상호 존중과 배려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지역 학교에서부터 지구 환경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민으로서 이에 걸맞은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난민 문제와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기후 변화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지구 공동체의 성원으로 책임감과 유대감을 함양하는 것이 중요 과제가 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세계 시민교육은 ‘보다 정의롭고, 포용적이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가치, 태도, 지식, 기술을 길러주는 교육’을 의미한다. 2015년 유엔 총회가 전 세계의 목표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국제 교육 의제에도 반영되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명예조직위원장인 반기문 前유엔사무총장은 지난 7월 6일 주한 외교단이 참석한 잼버리 준비 회의 기조연설에서 “본인이 외교관으로서 필요한 덕목들을 어릴 적 보이스카우트 경험을 통해 배웠으며, 불확실하고 격변하는 세계에서 스카우트 경험이야말로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필요한 자질들을 함양할 수 있는 소중한 동력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새만금 잼버리 스카우트야말로 우리 전북도의 청소년들이 세계 각국의 또래 청소년들과 직접 어울려 세계 시민교육을 현장에서 실제 몸으로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에 각국의 스카우트들이 우리 청소년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영외 활동도 예정되어 있다. 특히 8월 3일부터 운영되는 잼버리 스카우트 일일방문객 프로그램에 도내 많은 청소년들이 적극 참여할 것을 권하고 싶다. 도민의 염원을 담아 많은 시간 준비해 온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이제 성대한 막을 올린다. 바다에서 육지로 변모한 새만금에 모인 참가자들이 대회 기간 동안 땀과 열정, 우정을 경험하고 또 세계 시민으로 소중한 꿈을 품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우리 전북의 청소년들에게도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세계 시민으로 보다 글로벌한 시각과 마음가짐을 함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류창수 전라북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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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30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