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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미술이야기] 갤러리 숨, 고보연 작가 '정희의 일기' (하)

이 전에 내가 직접 본 것은 출산과 육아를 해야만 하는 여인의 숙명 같은 것을 보며 여인의 위대성이나 여인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느꼈었다. 이번 전시에는 여인들이 어느 날 비싼 돈을 지불하고 어느 행사에 입었을 갖가지 옷을 주제로 해서 덧없는 세월이거나 또는 추억을 부활시키는 행위들을 연상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줬다. 작가는 본인의 노트에서 이렇게 밝힌다. "그렇다면 왜 여성의 옷인가? 그건 여성의 삶 때문이다. 결혼 전까지 대가족으로 살았던 나는 여성의 지난한 삶을 무수히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여성의 몸이기에 겪는 임신과 출산, 육아로 특별한 시간을 보냈고 의미를 가졌다. 물론 삶의 고달픔과 즐거움이 반드시 여성만의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책무와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여성의 옷들을 가위로 성큼성큼 자르고 다시 말아서 연결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어지러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여성의 고된 시간을 이어주는 행위로 가치를 갖는다. 여성은 여성들로 연대 됐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연대 되었다. 그 연결의 행위는 그녀들의 삶을 보상하는 위로와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정희의 일기는 여성의 시간과 이어짐의 위로를 의미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시장 가득 머리를 땋듯 천을 꼬아 만든 입체물들이 길고 긴 행렬을 이루며 완성되었다. 이 작업을 조수 없이 혼자 했는지에 대한 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을 들으며 작업시간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세상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는, 잘못 해석되고 전파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정상적 의미의 페미니스트 중 고보연 작가가 ‘정희’로 대입되는 모든 여성을 대변하는 형식으로 기획된 전시였다고 생각된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07.17 17:20

한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성큼’

우리 한지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하기 위한 등재 신청 절차가 본격화 된 가운데, 전주 한지의 본고장인 전주시도 이를 위해 힘을 보탠다. 17일 전주시에 따르면 최근 열린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무형문화재위원회 연석회의에서 ‘한지, 전통지식과 기술’(가칭)이 2024년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대상으로 선정됐다.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계획은 지난 2020년부터 정부, 지자체,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간담회 및 정책협의체 워크숍을 통해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시는 2026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문화재청 등 정부와 한지를 생산하는 타지역 전국 지자체, 전승자간 협업을 통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필요성을 적극 알리는 등 우리 한지의 등재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2009년 중국의 선지, 2014년 일본의 화지가 각각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한지는 뛰어난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아왔음에도 등재되지 못했다. 이에 가장 우수하고 품질이 좋은 한지를 생산하는 '한지의 고장' 전주시는 한지의 무형유산 등재 방안을 선제적으로 모색해왔다. 2015년 한지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2016 전주한지문화축제’ 개최시 전주한지문화산업 컨퍼런스를 통해 무형유산 등재 방안을 추진해왔다. 또, 2021년 한지 유네스코 등재추진단에 참여하며 그해 11월 국내 세 번째로 ‘전주한지 세계화 및 한지산업 보급화’라는 주제로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전주한지는 지난 2020년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ICPAL)로부터 문화재 복원 용지로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서서학동 일원에 ‘전주천년한지관’을 개관, 국내 최대 규모의 전통한지 제조 및 문화 보급에 이바지해왔다. 시는 올 상반기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한지 전시회와 세미나를 잇달아 개최한 데 이어 오는 10월에는 국제한지산업대전도 준비중 이다. 시 관계자는 "한지의 유네스코 등재목록 선정 소식은 어렵게 온 기회인 만큼 전주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전주
  • 김태경
  • 2023.07.17 17:18

"장사 더 안 되겠네" 전통시장, 장마·무더위에 휘청

불경기에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줄어든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 이어진 물 폭탄에 소비자의 발길이 뚝 끊겨 전통시장 상인들의 고민이 깊다. 장마 기간이 지나고 다가올 무더위까지 생각하면 한숨만 푹푹 나오는 상황이다. 17일 오전 9시 30분께 찾은 전주 남부시장. 잠시 비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내리쬐면서 상인들은 겨우 우산 하나, 부채 하나에 의지한 채 몇 안 되는 오가는 사람들만 바라봤다. 가격조차 묻지 않는 사람들에 쪽파 다듬고 호박잎 줄기를 까면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만 눈에 들어왔다. 인근에 있는 신중앙시장, 모래내시장 역시 상황은 똑같았다. 가설 점포가 줄지어 있는 전주 남부시장보다 여름 나기에 더 고통받는 모습이었다. 그늘 하나 없는 곳에 자리 잡고 물건을 파는 상인도 여럿 있었다. 문제는 상인들은 땀 뻘뻘 흘리며 손님을 기다리지만 지나가는 손님 하나 없다는 것이다. 상인들의 고충은 상당했다. 장마 때문에 지난 며칠 문 닫을 수밖에 없었고 현재 도내 농작물 피해가 심각한 만큼 물건의 양은 줄고 판매 가격은 더 오를까 걱정이 많다. 17일 농산물유통정보 KAMIS에 따르면 17일 기준 배추(1포기)는 평균 4032원으로 평년(3421원)보다 17.86%, 시금치(100g)는 평균 1469원으로 평년(830원)보다 76.99%, 적상추(100g)는 평균 1791원으로 평년(1193원)보다 50.13%, 당근(무세척·1kg)은 평균 4410원으로 평년(3394원)보다 29.94%, 감자(100g)는 평균 367원으로 평년(283원)보다 29.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벌써 오른 농산물 가격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어나 상인들은 진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 모래내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송명숙(66) 씨는 "비 오니까 우리도 가져다 팔 물건이 많지 않고, 물건도 비싼 상황이다"면서 "이전에는 아무리 먹고살기 힘들어도 손님이 뚝 끊긴 적은 없다. 지금 매출은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예를 들어 전에는 매출이 100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60만 원인 셈이다. 장마가 가면 무더위가 올 텐데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 서비스·쇼핑
  • 박현우
  • 2023.07.17 17:11

상하고, 이물질 떠다니고...매년 식품 소비자 피해 증가

#최모(50대·여) 씨는 지난 6월 3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곰탕을 주문했다. 주문 2일 만에 배송된 곰탕은 변질돼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인터넷 쇼핑몰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업체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씨는 화가 나서 상담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 #김모(40대·여) 씨는 지난 5월경 인터넷 쇼핑몰에서 생수를 시켰다. 김 씨는 네 병째 마실 때쯤 침전물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고객센터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보관상의 책임으로 환불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매년 식품 관련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장마철에 접어들어 식중독 피해 예방과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에 따른 식품 보관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이하 전북소비자정보센터, 소장 김보금)가 최근 3년(2021∼2023년 6월 30일) 동안 도내 거주 소비자의 식품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총 2595건으로 집계됐다. 상담 건수는 2021년 972건, 2022년 1090건, 올해 6월까지 533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중 품질 관련 상담이 814건(31.4%)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불이행이 443건(17.1%), 청약 철회가 346건(13.3%), 계약 해제·해지, 위약금이 338건(13.0%) 등으로 뒤를 이었다. 전북소비자정보센터는 소비자 주의사항으로 △소비기한을 정확히 확인하고 구입할 것 △제품의 특성에 맞게 설정된 보관 기준을 철저히 지킬 것 △소비기한이 초과한 식품은 섭취하지 말 것 등을 요구했다. 김보금 소장은 "식품 소비자 불만의 1순위 원인은 품질 문제다.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의 영향으로 식품 안전사고의 위험률은 더욱 높아진다. 소비기한 표시 제도의 시행으로 식품 판매 기간이 유통기한 때보다 길어져 안전하게 품질 유지하려면 소비기한 내 제품의 특성에 맞게 설정된 보관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소비자정보센터는 지난 1월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시행돼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전북도민의 소비 기한 인식조사와 시장에 유통 중인 식품의 소비기한 표시 현황을 조사했다. 오늘(18일) 소비기한 표시제의 안정적인 정착과 소비자의 안전권,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서비스·쇼핑
  • 박현우
  • 2023.07.17 17:11

수자원공사, “비상식수 공급 및 용수 사용요금 감면”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사장 윤석대)가 전국적인 장마와 집중호우에 대응하며 피해지역을 위한 다양한 지원 활동에 나선다. 16일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한 전국의 18개 시·군에는 병입수돗물 10만 병(79톤)과 급수차 79대(8,107톤) 등 8,200톤의 비상급수를 지원한데 이어 집중호우로 파손된 수도시설의 복구 시까지 급수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한 피해지역 주민의 세탁·목욕 서비스 지원을 위한 이동식 세탁 차량을 긴급 투입하고, 시설 복구를 위한 기술 지원 및 수질검사 장비 지원 등 피해복구 작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추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시 해당 지역에는 댐용수 및 광역상수도 사용요금의 100% 감면도 진행해 피해지역과 주민, 기업체의 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앞서 공사는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비상용수 공급체계를 가동하며 재해지역의 신속한 복구지원과 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한 비상식수을 공급하고 있으며 한강, 금강, 영산강·섬진강, 낙동강 등 4개 유역에 위치한 병입 수돗물 생산설비를 상시 가동하고, 재해 발생 시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비상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윤석대 사장은 “피해지역 주민의 불편 최소화를 위해 가용자원 모두를 활용하며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 이행을 다 할 것”이라며 “비상식수 공급, 요금감면 등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피해지역의 복구와 주민지원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경제일반
  • 이종호
  • 2023.07.17 17:10

구기섭 전 전북체육회 사무처장, 760여점 유물 기증

구기섭 전 전북체육회 사무처장이자 현 고문이 전북 체육 역사기념관 건립에 동참했다. 17일 전라북도체육회에 따르면 이날 구기섭 원로는 수십 년간 고이 간직하고 있던 760여점의 체육 유물을 기증했다. 구기섭 원로가 기증한 유물은 올림픽 및 각종 국제·국내대회 기념품과 기념 메달, 체육 역사 사진, 기념 배지 등이다. 평생을 레슬링과 함께 했던 구기섭 원로는 레슬링을 전북에 정착시키고 진흥시키기 위해 선수 생활을 비롯해 감사, 전무이사 등 협회 활동을 활발하게 펼쳤으며, 그 결과 전북 레슬링이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맹위를 떨쳤다. 또 전북체육회 사무처장을 역임하면서 레슬링을 넘어 전북 체육 발전을 이끌어 왔다. 현재는 전북 체육 역사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TF팀)에서 활동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정강선 전북체육회장은 구기섭 원로에게 감사를 전하며 유물기증증서를 전달했다. 구기섭 원로는 “기증하는 유물들이 체육 역사기념관 건립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면서 “많은 분들이 체육 유물 기증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체육회는 전북 체육의 발자취를 기념하고 보존·관리하기 위해 체육역사기념관 건립사업을 역점 추진하고 있다. 전북 최초이자 우리나라 복싱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신준섭 현 사무처장의 유물 기증식을 시작으로 전·현직 체육 영웅, 원로, 프로선수 등의 체육 유물 기증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 스포츠일반
  • 강정원
  • 2023.07.17 16:40

민선 8기 김관영 지사 1년, 공약 이행률 15.3%

민선 8기 취임 1년을 맞은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공약 사업 124개 가운데 19개를 완료했다. 17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공약 이행률은 15.3%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도는 민선 8기 공약 사업 이행도를 이행 완료 4개, 이행 후 계속 추진 15개, 정상 추진 103개, 일부 추진 2개로 분류했다. 이행 완료 사업은 새만금 국제투자 진흥지구 지정,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전북 서해안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대기업 계열사 유치 추진 전담조직 구성 및 거버넌스 구축 등 4개 사업이다. 이행 후 계속 추진 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금융 공공기관 유치 추진, K-스마트팜 확대 조성 추진, 치유농업 기반 조성 등 15개 사업이다. 예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일부 추진 사업으로는 완주·전주 통합 추진 지원, 코로나19 겪으신 어르신 폐 CT 촬영 지원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 도는 "완주·전주 통합 추진 지원은 상생협력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어르신 폐 CT 촬영 지원은 사회보장제도 협의가 성립되지 않아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전북도는 정상 추진 사업으로 103개를 분류했다. 그러나 일부는 실적이 지지부진하거나 전무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새만금 SK데이터센터 조속 추진,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 조성,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 육성,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 부안∼고창 간 노을대교 조기 착공, 전주∼대구 간 고속도로 건설 등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도민과의 약속인 공약 사업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 자치·의회
  • 문민주
  • 2023.07.17 16:36

“누군가의 심장 뛰게 할 작품 남기고 싶어요” 청년 화가 김연경

“누군가의 심장이 뛰게 할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고전 명화 속 인물을 개로 의인화하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해 작품을 만드는 청년작가로 유명한 김연경 작가(33)의 말이다. 김 작가는 올해 4월 전북도립미술관의 ‘전북청년 2024’ 회화 부분에 선정되는 등 전도유망한 지역 청년작가다. 김 작가는 “잠시 창작활동을 멈춰야만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다시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전북청년 2024' 선정은 큰 의미가 됐다”며 “그 원동력으로 다양한 창작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고 소회를 전했다. 특히 개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유명한 김 작가는 과거 키우던 반려견과의 이별이 주제 선정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릴 적 반려견의 존재는 가족 이상의 매우 특별한 삶의 동반자였다”며 “엄마의 긴 투병이 시작되면서 오랫동안 기르던 반려견 ‘콩이’를 다른 집으로 떠나보내게 됐는데 그 후 ‘콩이’의 소식을 듣지 못하면서 가족과 같았던 ‘콩이’와의 인연은 끝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 ‘인간은 왜 개를 키우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가족이라 단정하면서 쉽게 떠나보낼 수 있는 인간의 모순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며 “현재는 반려견과의 상실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확장해 ‘반려’라는 주제로 다양한 표현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그의 두 번째 개인전인 ‘BLACKDOG’로 당시 그는 고전 명화를 개로 의인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친숙한 명화를 개로 표현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김 작가는 “BLACKDOG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고전명화를 차용한 시리즈 작품들의 타이틀"이라며 "인간관계의 흐름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순위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데 반려견과의 관계는 상대적으로 상하 수직적인 구조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고전 명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숭고하고 절대자의 모습을 가진 것이 보편적인데 개의 얼굴로 변해버린 고전 명화의 형상들은 보편적인 생각이 전복돼 불편한 감정이 들게 되고 이때 상하 수직적인 관계를 역전시키고자 차용의 기법을 사용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모습을 정물화 형태로 표현하는 ’플라스틱 정물화‘ 시리즈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 작가는 익숙한 풍경 안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김연경 작가는 “어린시절 영국 yBa에 속하는 글렌 브라운(Glenn Brown)의 ‘건축과 도덕(Architecture and Morality)’이라는 작품을 보고 심장이 뛰고 소름이 돋는 경험을 받아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며 “저 또한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익숙한 풍경 안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전북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 김연경 작가는 동대학에서 미술교육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석·박사과정을 수료했다.

  • 사람들
  • 엄승현
  • 2023.07.17 16:31

기후 위기, ‘극한(極限)’의 시대

연일 물폭탄이 떨어졌다. 전북에서는 하루 400mm 가까운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난리다. 폭우나 집중호우 같은 기존의 용어로는 이 맹렬한 강우현상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없다. 기상청은 올여름 ‘극한호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지난해 서울에 시간당 14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1시간 강수량 50mm 이상,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동시에 관측될 때를 이른다. 1시간 강수량이 72mm를 넘을 때는 즉시 극한호우로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의 기준이 시간당 30mm이니 그 정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기상청은 올여름부터 이 같은 극한호우가 발생해 인명피해가 우려될 때 수도권을 대상으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로 했다. 올해 수도권 시범운영 후 내년 5월에는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지난 1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동과 영등포구 신길동 등에 처음으로 극한호우 발생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물론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을 충족하는 극한호우는 예년에도 전국 곳곳에서 수차례 발생했다. 그리고 그 빈도가 해마다 급격하게 늘면서 기상청이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결국 기후변화가 원인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슈퍼 엘니뇨’를 예고했다. 한반도를 비롯한 전세계에 역대급 폭염과 폭우 등 기상이변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리고 우려가 현실이 됐다. 물폭탄이 쉴 새 없이 쏟아지면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극한의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이제 홍수와 가뭄 등 재해예방 시스템도 전면 재검토 돼야 할 것이다. 기존의 기상자료로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까지 고려한 재해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의 시대다. 이 요란한 장마가 지나가면 가마솥더위·찜통더위 단계를 넘어서는 ‘극한폭염’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질 수 있다. 앞서 기상청은 수년 전 가뭄의 단계를 ‘가뭄’, ‘매우가뭄’에서 ‘보통가뭄’, ‘심한가뭄’, ‘극한가뭄’으로 조정했다. 그야말로 ‘극한(極限)’의 기후다. 극한은 궁극의 한계점을 의미한다. 더 심한 상황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최악의 단계다. 하지만 지금 극한으로 이름 붙인 기현상이 지구촌 이상기후의 마지막 단계라고 확언하기 어렵다. ‘극한’의 기준을 훌쩍 넘어서고, 그 빈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새로운 용어를 붙여야만 하는 폭우·폭염·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절대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지만, 이보다 더한 비가 오고 그 빈도가 점차 높아진다면 과연 또 어떤 용어를 새로 만들어 쓰게 될지 궁금해진다. 더 갈 곳 없는 마지막 단계를 뜻하는 ‘극한’이라는 표현까지 이미 끌어와 써버렸으니 말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인류를 위협하는 기상이변이 어디까지 갈지 새삼 걱정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7.17 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