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공공디자인에서 인권을 찾다] ① 모두를 편리하게,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배리어프리(barrier-free)는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 장벽을 허물자는 개념의 운동 및 정책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의미인 만큼, 배리어프리 운동은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활발히 전개됐다. 덕분에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관이 늘었고, 무장애 여행이 활발해지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배리어프리=시혜적 복지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 장애인 콜택시 증차 등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할 것들이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에 배리어프리가 단순히 사회적 약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모두가 편리하고 편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임을 소개하고, 제도적 변화와 인식 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7차례에 걸쳐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독일은 전체 인구 중 약 11%가 이동의 불편함을 겪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동할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독일 정부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대중교통의 완전한 배리어프리 구현을 실현시켰기 때문. 여객 운송법 제8조 1항에 따라 독일의 시내‧시외버스, 트램/지상철, 연방 주 내에서 운영되는 단거리 기차 등 대부분의 교통수단에 ‘배리어 프리’개념이 적용됐다. 독일은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물리적, 제도적, 심리적 장벽을 제거해 모두가 안전하고 쾌적하게 활동하는 것을 최우선순위에 둔다. 특히 누구든 마음 편하게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권리, 보편적 이동권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2023년 정부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일부 법률 개정안에 따라 '특별교통수단 도입보조 운영비' 237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2022년 인구 74만 명의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시에서 시의회와 독일철도가 서부역 한 개역의 배리어프리 확장을 위해 편성한 예산보다 더 적은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약자에게 이동의 문제는 생존과 직결된다.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투쟁이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 추락사고 이후 이동권 투쟁운동이 펼쳐졌지만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한국은 장애인이 살기 불편한 도시로 꼽힌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기반시설이 곳곳에 갖춰져 있지만, 형식적이거나 무용지물인 경우가 적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적혀 있다. 행복추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모든 기본권의 이념적 기초일 뿐 아니라, 종국적 목적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이동권은 가장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할 가치이다. 그렇기에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물리적, 제도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의미의 배리어프리 실현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7월 독일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유학생 마틴(Matin·49)은 “독일 사회는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자기결정권과 참여권을 가진 일반 시민으로 본다”며 “장애인도 비장애인이 누리는 권리를 동등하게 부여받을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모두를 편리하게 만든다"라며 "독일, 특히 베를린 주에서는 배리어프리 움직임이 너무나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1년 ‘저상버스 100% 도입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기소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공동대표가 최근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는 전장연 회원 20여명과 버스 운행을 23분간 방해하고,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집시법 위반·업무방해)로 재판을 받아야 했고, 항소심 재판에서 처음 꺼낸 말이 "죄송하다"였다. 항소심 재판 당일, 박 대표는 거듭 사과하면서도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006년 교통약자법이 제정됐고, 그에 따라 5개년 계획이 세워졌으나 저상버스 도입 이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전장연이 주장하는 권리는 왜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까. 그들의 방식이 투박하고 공격적이었으나 왜 굳이 출퇴근 시간대에 거리로 나와야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특히 지역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 조차 갖기 어렵고, 이동권 문제가 늘 후순위로 밀린다는 점을 따져본다면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문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