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이 지났다. 그해 여름 전북이 성난 민심의 화살받이가 됐다. 지난해 8월 1일, 열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극한 폭염 속에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숱한 논란을 남겼다.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고, 국민 몫이 된 부끄러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다. 정부·여당에서 작정하고 지방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전북이 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SOC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진작 번듯한 ‘수변 관광도시’가 돼 있어야 할 곳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30년 넘게 공들인 이 기회의 땅에 생각지도 않은 야영장이 설치됐다. 행여 개발에 도움이 될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정부가 새만금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지역사회 응어리진 설움이 폭발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삭발을 하고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도의원들도 삭발 단식투쟁을 이어나갔다. 시민단체와 종교계까지 나서 ‘도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치공세를 멈추고 책임규명에 나서라’고 외쳤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대폭 삭감된 새만금 국가예산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단계에서 일부 복원됐다. 그리고 그사이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도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실추된 도민의 명예와 자존심, 전북의 위상은 회복됐을까? 우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 책임 소재 규명이 필요했다. 논란 직후 감사원에서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다. 김관영 도지사도 “이제 법과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고 교훈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곧바로 잼버리 파행의 원인과 책임소재가 드러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세월이다. 감사원에서 즉각 감사에 돌입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김 지사가 공언한 자체 감사는 예견됐던 것처럼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중단됐다. 그러면서 뜨거웠던 잼버리 논란은 도민의 관심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어쨌든 세계인의 눈이 쏠렸던 새만금 야영장 부지는 지금 잡초만 무성한 채 적막감이 감돈다. 잼버리를 유치하면서 밝힌 국제행사 이후의 계획은 모두 어그러졌다.
기후재난으로 가뜩이나 힘들었던 지난해 여름, 전북도민들은 무기력에 빠져 상실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게다가 최근에도 ‘국토부 SOC사업 전북 차별’, 여당 전당대회에서의 ‘전북 무시 발언’ 등을 놓고, 지역 정치권에서 1년 전의 외침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시 상실감이 밀려온다.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치인의 단식은 오래갈 수 없고, 잘린 머리털도 금세 자라난다. 현실을 바꿔낼 힘과 의지가 미약한 분노는 오래가지 못한다. 보여주기식 결의와 호소만으로는 안 된다.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포함된 그들의 ‘지역 홀대·차별’ 주장도 이제 식상해진다. 지역의 내재적 발전 역량, 지역혁신 역량을 키우는 일이 우선이다. 지금 지역정치권과 지자체가 주어진 역할을 되새겨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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