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03 11:2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전체기사

장수군립도서관, 부모와 어린이 체험프로그램 호응

장수군립도서관이 ‘부모와 함께 로봇 체험’을 진행해 참여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부모와 함께 로봇체험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다양한 로봇을 직접 만들며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3회에 걸쳐 5가족 10여 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아기돼지 도니, 물개로봇 토토, 원숭이·개구리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만들고 블록을 통해 로봇의 기초와 구조에 대해 이해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부모는 “그동안 장수에서는 과학 관련 체험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저도 아이와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민규 문화체육관광과장은 “앞으로도 군립도서관과 6개 읍·면 작은도서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군민들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수군립도서관은 다가오는 3분기 ‘실실모아 마크라메 가방만들기’, ‘여름 독서교실’, ‘9월 독서의 달-전통책·전통공예 체험하기’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 장수
  • 이재진
  • 2022.06.23 16:51

장수 팔성사, 아미타불좌상 환수 고불식

장수 팔성사(주지 법륜) 성보문화재인 아미타불좌상이 도난 30년의 우여곡절 끝에 원래 봉안처로 되돌아와 7월 3일 환수 고불식을 거행한다. 장수 팔성사 아미타불좌상은 17세기 중반 4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 좌상으로 머리는 몸에 비해 큰 편이고 손가락은 유난히 길고 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계종은 서울지능범죄수사대 광진경찰서와 협력해 장기간 은닉해 온 도난 불교문화재 7건 25점을 회수하면서 아미타불좌상은 6월 21일 팔성사로 모셔졌다. 대법원은 도난 성보 관련 판결 최초로 압수물 몰수를 선고해 문화유산 환지 본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번에 회수된 장수 팔성사 아미타불좌상을 비롯한 해남 대흥사 삼존불상, 완주 위봉사 관음 지장보살상, 문경 김룡사 사천왕도 등은 1989년에서 1994년 사이 도난된 것으로 보물급 문화재로 평가받는다. 법륜스님은 “1993년 팔성사 부처님이 도난된 후 참회하는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며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성보들이 원 봉안처에 예경을 받을 수 있도록 사부대중 모두가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6년을 하루같이 언제나 재판장까지 함께 고생해주신 팔성사 신도회장님과 총무원 직원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수군 장수읍에 위치한 팔성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로 백제무왕 3년 (603)에 신라 해공대사 창건으로 진평왕 말엽 원효 의상 거주 당시 진평왕이 중수했고, 조선 세종 때 성주스님에 의해 재중수 됐다. 백제 무왕 때 당나라에 유학하고 돌아온 해감이 창건하였으며 해감과 그의 설법을 듣고 귀의한 7명의 제자를 기리기 위해 팔공산이라는 산명을 붙이고 팔성사라 칭했다고 전해진다.

  • 종교
  • 이재진
  • 2022.06.23 16:50

[리뷰] 옛이야기와 현대가 만나면 생기는 일...마당창극 '칠우전'

‘소리의 고장’ 전주 관광 명소화 및 대표 브랜드 공연 육성을 목적으로 전주브랜드공연(마당창극)을 선보 인지 10년이 됐다. 기존에 판소리 다섯 마당을 중심으로 선보였지만, 올해는 한국과 전주의 이야기를 담은 초연작을 준비했다. 그 주인공은 <칠우전(七友傳)>이다. 칠우전은 홍건적의 난으로 혼란스러운 고려를 구하고 백성을 구할 ‘무언가’를 찾아 나선 어처구니 9명의 이야기다. ‘무언가’가 전주에 있다는 삼장법사의 말에 ‘무언가’를 찾으며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다. 한글 소설 <규방 칠우전>과 전주 설화 <남고산 호랑이>를 접목했다. 옛이야기와 현대적 요소를 적절하게 섞은 연출이 매력적이다. 또 젊고 열정 있는 예술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코로나19로 무대를 잃었던 예술인과 꿈을 접었던 젊은 예술인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오디션 통해 선정한 예술인들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작창 방수미의 전통 있고 깊이 있는 소리, 작곡 강한준의 국악과 현대음악의 조화,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까지 쿵작이 잘 맞는 공연이었다. 관객도 저마다 추임새를 넣으며 함께 공연을 즐겼다. 공연자들은 ‘야외공연장’ 특성을 살려 무대 위에서만 공연하는 것이 아닌 객석에 앉아 관객과 호흡하고, 객석을 오가면서 눈 마주치고 호응을 유도하는 등 소통 공연에 집중했다. 이 공연이 더 즐겁고 반가웠던 이유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서,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이라서, 코로나19 이후 감추고 있었던 ‘흥’ 욕구를 뿜어낼 수 있어서다. 공연은 10월 15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전주 한벽문화관 마당창극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06.23 16:45

'환갑' 전북예총, 창립 60주년 전북예술대제전 성황

“전북예총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오늘(22일)의 축전을 도민과 함께 우리 예술인들이 자축하는 날입니다.”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연합회(회장 소재호, 이하 전북예총)의 소재호 회장이 한 말이다. 전북예총은 환갑을 맞아 지난 2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전북예총 창립 60주년 전북예술대제전’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전북예술대제전에는 전북예총 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석정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전북일보 사장), 전북예총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환 전북도민일보 사장, 전북도 윤동욱 문화체육관광국장,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당선인 등이 자리했다. 전북예술대제전을 찾은 도민은 200여 명. 평일에 개최된 행사임에도 많은 도민들이 관심 가지고 함께했다. 전북예술대제전의 문을 연 것은 영화 <미나리> 상영이다. 이후 이어진 문화토크쇼에서는 배우 이순재가 강사로 나서 ‘문화의 힘, 예술의 가치’에 대해 강연했다. 각 협회에서 준비한 전시, 공연 등도 이어졌다. 이밖에도 우수 직원에 대한 공로상 시상식도 있었다. 주인공은 전북예총 최정미 사무과장, 전북연극협회 강지연 사무국장, 남원예총 최정순 사무국장이다. 소재호 회장은 “사실 예술이 문화고, 문화는 삶 자체를 예술로 빛내는 일이다. 예술의 시대적 변곡점에서 지난 성과를 성찰하고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려고 한다”며 “우리의 임무는 밤을 새워 신화를 짓는 일이고 우리 스스로 타는 촛불이 되어 이 땅의 예술 승화에 전력을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06.23 16:43

<금요수필>칭찬, 신께서 주신 선물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받으면 기쁘다. ‘오늘 멋지십니다.’ ‘오늘 웃는 얼굴이 멋져요.’ ‘요즘 더 예뻐진 것 같아요.’ ‘뭐 좋은 일 있어요?’ 참, 기분 좋은 인사다. 상대를 설레게 한다. 며칠 전 고향 선배님이 ‘운을 부르는 부자의 말투’란 책을 우편으로 보내주었다. 코로나시대 내공을 쌓으며 힘을 내란다. 칭찬에 인색하거나 미숙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칭찬 테크닉을 소개한 책이다. 그것은 바로 ‘박수’라고 한다. 박수만 잘 치면 말을 한마디 안하고도 상대를 칭찬할 수 있다. 박수는 세계 공통 언어이니 말이다. 연령이나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박수의 의미를 알고 있으니 박수는 최고의 칭찬이다.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말을 하는 일이 당연한 사람이 되었을 때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신께서 인간에게 주신 최고 무기는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일’이다. 칭찬을 받으면 입 꼬리가 올라가거나 귀에 걸리기도 하여 종일 기분이 좋다. 오늘 새벽에는 서곡지구에 있는 황방산 오솔길을 걸었다. 영하4도를 넘나들었는데 가볍게 운동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높이 200m 정도의 산이다. 어둑어둑한 밤이 지나고 해가 살포시 얼굴을 내밀었다. 새벽공기는 마음까지 상큼해 황방산 오솔길에 몸을 맡기니 마음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상쾌한 공기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현실이니 입이 튀어나왔다.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하고 걷지만 비켜갈 때마다 내심 불안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까지 쭈볏거려진다. 걷는 동안 산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도 하고 ‘반갑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라며 말도 건네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썼으니 좋은 인사도 못한다. 걷는 내내 다람쥐와 까치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걸으니 어느새 종점에 이르렀다. 몇 년 전부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반에 공부할대 교수님은 수업시작 전 칭찬꺼리를 한 가지씩 말하곤 했다. 학생들이 다 끝이 나야 수업을 진행하신다. 수업시간마다 칭찬거리를 하나씩 소개하니 처음에는 남을 칭찬한다는 것이 참 어색하고 쉽지 않았다. 매번 반복되는 일이니 평소 일상생활을 하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숙제를 하며 즐기곤 했다. 인생도 배우고 칭찬도, 수필도 배우니 더없이 좋다. 아침식사 때 냉이국은 입맛을 돋우었다. 운동 뒤 식사 맛은 꿀맛이다. 아내가 준비한 냉이국은 봄도 아닌데 봄 향기로 방안이 그윽하다. 맛도 상큼했다. ‘당신은 김치도 잘 담그고 냉이국도 맛있다’며 ‘당신은 못하는 것이 도대체 뭐야?’ 라고 칭찬을 했다. 아내 표정을 보니 싫지 않은 기색이다. 얼굴 화장 뒤 거울 앞에 서서 옷단장을 하고 출근하는 아내를 보며 ‘당신은 정말 예쁘다.’며 크게 말했다. 미소 짓는 모습에서 싫지 않은가 보다.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아내에게 늘 응원했다. 눈뜨면 오늘은 아내에게 어떤 장점을 찾아 말할까 고민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을 갖고 있다. 장점을 말하면 분위기도 좋아진다. 상대방은 면전에서 칭찬을 하니 계면쩍어 하지만 싫어하지 않는다. 평소 습관을 만들어 갔다. 처음부터 습관을 잘 들여야 나의 흠결도 없어지고 이미지도 살고 상대가 말은 안하지만 나름의 잣대에 의거 나를 평가할 것이다. 하광호 수필가는 진안 출생으로 진안군청에서 퇴직했으며 「표현」에서 등단을 했다. 전주시민문학제에 수상을 하였으며 현재 신아문예대학 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6.23 16:42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월드콘' 29일 토리밴드 공연 개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문화가 있는 날-월드콘’의 두 번째 공연인 토리밴드 공연이 오는 29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열린다. ‘월드콘’은 월간 드림 콘서트의 줄임말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마련한 기획공연이다. 실력 있는 지역예술 단체를 섭외해 도민들이 무료로 건전한 문화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올해 ‘월드콘’ 테마는 195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대중음악인 ‘록(ROCK)’이다. 흑인 특유의 리듬과 블루스, 백인의 컨트리 음악의 요소를 곁들인 강한 비트의 열광적인 음악이 특징이다. 두 번째 공연의 주인공인 토리밴드는 모두가 같이 즐기는 공연 문화를 지향하는 밴드다. 실제 ‘토리밴드’라는 밴드 명도 관객과 토리밴드의 음악이 실로 연결되어 그 의미가 통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이날 토리밴드는 정규앨범 수록 곡 ‘세 가지 꿈’과 신곡을 준비해 스토리 있는 프로그램 구성으로 토리밴드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관람료는 무료. 한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월드콘’을 위해 도내 활동 기반을 둔 록 밴드 6팀을 선정했다. 토리밴드, 밴드 노야, 슬로우진, 행로난, 임효섭 밴드, 플라스틱 에이지 등이다.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에 맞춰 도내 학교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공연장에서 열정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06.23 16:42

초등생 한명에 학교 시스템 붕괴 ‘교사는 결국 학생을 포기해야 하는가’

익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충격적 학교폭력과 교권침해에 대해 전국 일선 교육계가 조례와 법 제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사가 문제 학생을 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보니 ‘교사가 학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전북지부는 23일 교육계에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교사에게까지 폭력을 가하며 모두의 수업을 망치는 행위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 4조 3항에 따르면 학생이 수업 중에 고의로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담임교사는 학칙에 의거하여 간단한 주의나 경고, 교실 뒤에 세우거나 쉬는 시간에 따로 반성문을 적게 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학생이 이를 거부할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이 학급을 교체하거나 강제 전학을 간다고 해도 환경만 바뀐 새로운 가해자가 될 뿐이며, 오히려 담임교사와 문제 해결을 위해 출동한 경찰관마저 아동학대로 고발당하기도 한다. 결국 이런 행태는 교사도 학교장도 교육청도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게 전교조의 설명이다. 미국 뉴욕주 공립학교의 경우 문제 학생을 생활지도 교사가 관할하는 정학교실에 머물게 하고, 학부모를 학교로 소환해 아이를 데려가게 할 수 있으며, 학생 간, 학생-교사 간 육체적 다툼이 일어나면 학교 내 경찰이 제압할 수 있다. 또한 학생으로부터 육체적 위협을 받은 교사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요구할 수 있고, 낙제 처리도 가능하며, 문제행동이 심한 경우는 학교장이 학부모를 아동방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도록 돼 있다. 전교조는 “도의회는 교육활동 보호조례안을 교권침해 등의 내용을 포함해 개정하고, 국회는 교사 의무에 생활지도권을 명시하는 동시에 국가교육위원회는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생활지도권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일선 학교장은 교권침해 상황시 가·피해자를 즉시 분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위기 학생의 치료를 학교장이 직접 지원, 도교육청은 위기학생 대응 전문가팀을 구성하고 학교장이 요청하면 즉각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전교조에 앞서 한국교총고 전북교총 그리고 전북교사노조 등도 일제히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 교육일반
  • 이강모
  • 2022.06.23 16:42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격몽요결擊蒙要訣 중에서

격몽요결은 조선 왕조 때의 학자이자 신사임당의 아들인 율곡 이이가 지은 초보 후학의 학문으로 어리석음을 쳐내는 방법을 논한 글이다. 학문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음을 스스로 버리게 하고 학문의 중요함을 새기며 배우도록 하고자 하는 율곡의 뜻과 의지가 담겨있다. 오늘은 그중 필자가 항상 애독하며 간직하는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제3장 "지신(持身) 올바른 몸을 가지는 법"으로 우리 자신을 지키고 세워주는 원론적 사회 강령이라 하겠다. 먼저 첫째. 두용직(頭容直)이다. 머리를 곧게 세워라. 아무리 어려운 시대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엔 고개 떨어뜨린 사람이 너무 많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아직 끝이 아니다. 끝인 듯 보이는 거기가 새 출발이다. 우리는 끝이 아닌 시작점에 서 있다. 둘째. 목용단(目容端)이다. 눈은 바르게 가져야 한다. 눈매나 눈빛은 중요한 만큼 눈매는 안정시켜 흘겨보거나 곁눈질하지 말며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야비한 맘을 갖지 말고 품지도 말며 내색하지 말라 그리고 세속과 거래하지 말고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지도 말라. 가식적인 당신의 눈은 이미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셋째. 기용숙(氣容肅)이다. 기운을 엄숙히 하라. 우리는 예외 없이 세상 속에서 기 싸움을 하고 있다. 기 싸움은 무조건 기운을 뻗친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상대방을 눌러 이기는 법도 있지만 누르지 않고 승리하는 기운도 많다. 아우르라. 기운을 바르게 갖고 품어라. 넷째. 구용지(口容止)이다.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 물고기가 입을 잘못 놀려 미끼에 걸리듯, 사람도 입을 잘못 놀려 화를 자초하는 법이다. 입구<ㅁ>자가 세 개가 모이면 품<品>자가 된다. 자고로 입을 잘 단속하는 것이 품격의 기본이라 하였다. 그대는 왜 입을 함부로 놀리는가? 그대만 모르고 있다면 그것은 세상이 당신을 버린 것이다. 다섯째. 성용정(聲容靜)이다. 소리는 조용하게 품고 논하며 가져야 한다. 말을 할 때는 시끄럽게 해서도 안 되며 바른 형상과 기운으로 조용한 말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 크게 유색을 떨며 웃지 말라.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천만의 말씀이다. 그것은 당신을 낮추는 최대의 단점이다. 여섯째. 색용장(色容張)이다. 얼굴빛은 항상 씩씩하고 밝게 하라. 주변 사람의 얼굴빛이 어둡다, 어렵다고 찡그리지 말고 애써 미소를 지어라. 긍정과 낙관이 부정과 비판을 이기게 할 것이다. 그것은 영원불변의 법칙이다. 일곱째. 수용공(手容恭)이다. 손은 공손하게 가져야 한다. 손을 사용할 때가 아니면 마땅히 단정히 손을 맞잡고 공수(拱手)해야 한다. 겸손이 당신을 높인다. 여덟째. 족용중(足容重)이다. 발은 무겁게 가져야 한다. 즉 처신을 가볍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발을 디뎌야 할 곳과 디디지 말아야 할 곳을 구별할 줄 알라는 말이다. 입지를 위한 처신의 방법은 그렇게 단순하지만 어려운 판단이 앞선다. 아홉째. 입용덕(立容德)이다. 서 있는 모습은 의젓하게 가져야 한다. 중심을 잡고 바른 자세로 서서 덕이 있는 기상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참고로 서 있을 자리와 물러설 자리를 아는 것도 덕의 근본이요 처신의 기본이다. 격몽요결은 서두에 말했듯이 초보 후학을 위한 지침서로 어리석음을 쳐내는 방법을 적은 글이다. 하지만 이 글은 초보가 아닌 중견 지식인에게도 귀히 정독 되는 글로 그만큼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인가를 알려주는 글이라 하겠다. 조금이나마 율곡 선생의 글이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이 되었으면 한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06.23 16:41

전주근영중 13년 만에 전국대회서 우승

전주 근영중이 13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배구의 명가' 부활을 알리고 있다. 근영중은 23일 오전 10시 정읍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정향누리배 전국 중.고 배구대회'에서 풀세트(중학교는 3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대1로 경기 원곡중학교를 꺾고 우승했다. 근영중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적은 지난 2009년 전국소년체육대회로, 현재 KGC인삼공사 배구단 레프트이자 국가대표인 이소영 선수가 주축이 됐었다. 이번 대회에서 근영중은 1세트를 25대 23으로 이겼지만 2세트를 25대 21로 내줬다. 3세트에서는 15대 8로 이기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근영중은 선수들 중 최우수선수상에 센터 정솔민(3학년, 167cm), 세터상에 반예빈(3학년, 172cm), 공격상에 레프트 김윤하(3학년, 172cm), 우수수비상에 레프트 진수민(2학년 164cm)이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예선 조별리그들을 모두 2대 0으로 승리한 근영중은 인천 부평여중을 2대1로 꺾고 결승에 올랐고 이날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 첫게임에서 주전센터가 부상을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단합하면서 사기를 끌어올리면서 이날 결과를 만끽했다. 윤희성 춘봉학원 이사장과 신정엽 근영중 교장이 배구에 관심이 많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지난해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감독을 맡았던 양철호 감독이 영입됐고, 근영중은 명가 재건을 꿈꾸기 시작했다. 지난해 소년체전에서 3위, 태백산배 2위, 정향누리배 2위를 기록하며 시동을 건 근영중은 올해 소년체전에서 3위에 올랐다. 또한 중산초등학교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계속 진학하면서 선수단의 질도 높아졌다. 특히 3학년 정솔민, 반예빈, 김윤하의 3각편대가 근영중을 이끌고 있다. 양철호 감독은 "아이들이 너무 열심히 해줬다. 서로 믿는 모습과 승리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 제가 오고나서 좋은 성적이 많이 나고는 있지만 아이들이 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지금대로만 노력한다면 아이들이 더큰무대에서 활약할수 있을 것"이라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배구명문 근영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선배들이 노력한 모습을 후배들이 많이 봐왔기에 더 좋은 성적을 낼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 스포츠일반
  • 백세종
  • 2022.06.23 16:26

전북 출신 검사⋯대검 주요보직 전진배치

전북 출신 ‘칼잡이’ 검사들이 대검찰청 주요보직에 전진배치됐다. 특히 이번에 중용된 전북 출신 검사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다. 법무부는 지난 22일 검사장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부임일은 27일이다. 이번 인사로 수사와 재판 등의 총괄 업무를 모두 전북 출신 검사들이 맡는다. 먼저 완 주출신 신봉수(52·사법연수원 29기) 서울고검 공판부 검사는 전국 검찰청의 반부패 수사를 컨트롤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승진 내정됐다. 신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이던 시절 각각 특수1부장과 서울중앙지검 2차장 역임하는 등 ‘특수통’ 검사다. 그가 수사에 참여한 사건은 2018년 다스(DAS)를 둘러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횡령 및 뇌물혐의 수사를 맡았으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사건을 지휘했다. 신 검사는 전주 영생고와 건국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2000년 서울지검 북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전지검 서산지청, 광주지검, 서울중앙지검, 서울서부지검, 대구지검 등을 거쳐, 2013년 대구지검 부부장,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 광주지검 특수부장, 광주지검 해남지청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특수1부장, 2차장 검사, 수원지검 평택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익산 출신 황병주(48·29기) 서울고검 검사는 전국의 형사사건을 총 지휘하는 대검 형사부장에 중용됐다. 황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첨단 범죄수사 2부장을 역임했고, 대검 특별감찰단장을 지내면서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익산 남성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황 검사는 2003년 인천지검에서 검찰조직에 발을 딛었다. 이후 법무부 국제법무과,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이어갔다.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대검 검찰연구관,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법무부 범죄예방기획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 청주지검 형사1부장, 대검 특별감찰단장,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 단장 등을 지냈다. 순창 출신 김선화(53·30기) 제주지검 차장검사는 재판과 양형, 형 집행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김 차장검사는 이번 승진으로 역대 6번째 여성 검사장의 반열에 올랐다. 김 차장검사는 과거 중앙지검 공판3부장으로 윤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바 있다. 그는 서울 성신여고와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 광주지검 목포지청, 수원지검, 서울서부지검, 대구지검에서 근무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대구지검 공판부장,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장, 서울중앙지검 공판3부장,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교수, 대전지검 천안지청 차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 법원·검찰
  • 최정규
  • 2022.06.23 16:24

'반공법 위반' 억울한 옥살이 어부 52년만에 무죄

북한 찬양·고무죄로 억울하게 옥살이한 어부가 52년 만에 혐의를 벗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정성민)는 23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정길(72)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남씨는 1970년 4월 중순께 전남 신안군 흑산도 해상에서 조업하던 중 다른 선원에게 '김일성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의 위대한 항일 투쟁사가 쓰여 있었고, 사진을 보니 똑똑하게 생긴 위대한 인물이더라' 등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법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남씨에게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검찰 기소 전 남씨는 경찰로부터 고문, 가혹행위, 협박을 받아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의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 피고인은 이미 군산경찰서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며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에 대한 가혹행위, 협박, 회유 등이 있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신문조서는 모두 증거능력이 없고 피고인의 혐의를 인정할 다른 증거도 없다"며 "이 사건은 공소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 법원·검찰
  • 최정규
  • 2022.06.23 16:22

익산 중견기업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설에 ‘익산시 촉각’

속보= 익산 소재 중견기업 일진머티리얼즈(주)의 매각설이 흘러나오면서 익산시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자 6면 보도) 익산 석암동과 삼기면의 공장은 큰 동요 없이 정상 가동 중이지만, 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관련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면서 투자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창립 이후 전자제품의 핵심소재인 일렉포일(Elecfoil, 동박) 생산에 매진해 왔던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 전지 산업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2002년 일렉포일이 2차 전지의 5대 소재 중 하나로 채택된 이후 전체 제품 중 2차 전지용 일렉포일 비중을 크게 늘리고 관련 R&D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사업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갔다. 현재는 국내 최고 일렉포일 전문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한편,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5G용 소재의 확장을 통해 첨단 소재산업의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 하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익산시도 이러한 일진머티리얼즈의 성장을 계속해서 지원해 왔다. 지난 2013년 석암동 2공단 투자시 시비 보조금으로 22억원을 지급하면서 투자를 유도했다. 또 2020년 정부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삼기면 제3일반산업단지 추가 투자를 이끌어 냈고, 전체 보조금 125억원(국비 100억원, 도비 7억5000만원, 시비 17억5000만원) 중 100억원을 선지급했다. 나머지 25억원은 올해 말까지 기 계획된 투자가 차질 없이 이뤄지면 지급할 예정이다. 다만 시는 보조금 지급 대상 기업의 투자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지분 매각으로 인한 대주주 변경 등 주요사항 변동이 있는 경우 보조금 지급 전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보조금이 지급된 투자 유치 기업들의 경우 사후관리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동향을 파악하고 있고,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만약 매각이 이뤄져 대주주가 변경되면 해당 기업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시에 변동사항을 보고하고 전북도를 거쳐 산업부의 승인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익산 공장 현장은 전과 다름없이 가동 중이며 이미 주문이 접수된 물량에 대한 제품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기 계획된 투자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지만,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익산
  • 송승욱
  • 2022.06.23 15:30

익산지역 지방선거 당선인들, 지역 위한 소통·화합 ‘한목소리’

6·1 지방선거 익산지역 당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 발전을 위한 소통과 화합을 다짐했다. 익산상공회의소(회장 김원요)는 23일 익산 영등동 웨스턴라이프호텔 그랜드볼룸 홀에서 6·1 지방선거 당선인 및 출마자 초청 시민 화합 교례회를 개최했다. 지방선거 당선 축하와 동시에 선거 과정에서 야기된 대립과 앙금을 털어내고 지역 발전을 위한 화합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이 자리에는 정헌율 익산시장을 비롯한 지방선거 시·도의원 당선인들과 김원요 익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지역 상공인들, 주요 기관·단체장,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오찬과 참석자 담소 등 교례시간에 이어 익산시립풍물단의 축하 공연이 펼쳐졌고 당선인 소개 및 기념패 전달, 당선 인사, 축사, 사진 촬영 등이 진행됐다. 김원요 회장은 “많은 출마자분들이 선거 과정에서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좋은 정책 대안들을 제시해 주셨다”면서 “이제는 정당과 이념,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으로 모두가 하나가 돼 지역경제 발전과 익산시 미래를 활기차게 열어나가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원로 대표인 주방식 익산시원로회장은 “익산의 미래가 당선인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다”면서 “잘 사는 익산, 행복한 익산,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익산을 만들기 위해 혼연일체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정헌율 시장은 “오늘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익산상공회의소 측에 감사드린다”면서 “이제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익산시민과 익산의 미래를 위해 합심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그 여건이 만들어졌다. 지난 6년보다 더 많은 성과를 앞으로의 4년 동안 이뤄내 시민 여러분들께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 익산
  • 송승욱
  • 2022.06.23 15:30

아버지와 아들

“재벌 집안에 아들과 아버지가 있는 줄 알아?” 집안 문제를 아버지와 상의해보라는 내 권유에 재벌 회장 아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동안 그가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낼 때면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에둘러 표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부터 그를 만나고 나면 뭔가 허전했다. 한번은 임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했다. 그러자 “저렇게 굽실대기만 하는 놈들이 회사에 꽉 차 있다. 저놈들 보는 것도 지긋지긋하다”며 빨리 점심 먹으러 가자고 했다. 겉치레 겸손을 수없이 보며 자랐을 재벌 아들 자리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영화를 보면 부잣집이 부러웠다. 널따란 정원에서 아빠가 사다 준 멋진 자전거를 타는 아들, 생일이면 선물을 한 아름 들고 나타나는 아빠… 내 아버지는 한 번도 그런 선물을 해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늘 내 곁에 있어 주었다. 나와 바둑, 장기를 두었고 어려운 산수문제도 같이 풀었다. 가끔은 돈을 걸고 화투도 쳤다. 한약방을 하는 아버지가 저울을 들고 한약을 지으면 나는 작두로 약재를 썰었고, 내가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면 아버지는 연필을 깎아주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버지부터 찾았고, 어떤 시험 문제를 어떻게 틀렸는지까지 다 말했다. 손님이 많아 한약방 서랍에 돈이 모이는 날이면 내 주머니가 든든한 듯 기뻤다. 그렇게 나와 아버지는 하나였다. 그런데 그 재벌 아들에게는 그토록 많은 것을 이룬 아버지가 그런 존재라니… 세월이 흘러 아들이 회장이 되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수사를 받거나 구설에 오르는 그를 본다.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중학생 때 섬마을에 2년이나 가뭄이 들었다. 나는 물 긷는 사람들이 드문 한밤중에 십여 리 떨어진 샘터에 가서 졸졸졸 나오는 물을 한참 동안 모아 길어 와야 했다. 물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물지게를 지고 걷다가 쉬고 걷다가 쉬곤 했다. 그래도 아버지와 함께 가는 날이면 그 고된 일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내가 힘들어하면 아버지가 물지게를 지고, 아버지가 힘들어하면 내가 물지게를 지고 걷던 그 길… 나는 수십 년 전 옛날로 돌아가 밀항을 해서라도 일자리가 많은 일본으로 건너가 막노동이라도 하며 공부하고 싶었다던 아버지의 꿈도 듣고, 아버지의 아픈 가슴도 느낄 수 있었다. 집에 와 항아리에 물을 부으면 우리는 부자가 된 듯했다. 한 그릇 물로 세수하고, 그 물을 아껴두었다가 발도 씻고 걸레도 빨고… 나는 그렇게 절약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도회지에 나와 돈이 떨어져도 걱정되지 않았다. 아껴 쓰면 되고 하나를 여러 용도로 쓰면 되기에! 요즘 결혼할 자녀들의 집 장만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런데 아이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부모들은 의외로 적다. 일본에 가면 가끔 아버지를 떠올린다. 돌아가시기 전 한번 모시고 왔더라면! 언젠가 동경대학을 구경갔다가 교정에서 밝은 달을 보았다. 등록금을 못 내 초등학교를 겨우 1년만 다니다 말았지만, 한학은 물론 일본말에도 능통했던 아버지가 이런 대학에서 공부를 했더라면 무언가 이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와 물지게 지고 오던 그 달 밝은 밤이 스쳐 갔다. 달빛으로 물든 고요한 바다를 보며 조각배를 저어 아버지와 조그마한 섬으로 물 길으러 갔던 뱃길도 다가왔다. 아버지는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은 못했지만 아들인 내게 너무나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났다. 내가 뭔가 못마땅해 화를 내면 입을 실룩거리며 한마디 하려다 그만두곤 했던 선량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친구처럼 살았던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서울대학을 나오고 변호사에 법학박사도 되었지만 나는 내 아이들에게 그렇게 다정했던가. 재판 준비를 한다, 책을 만든다, 칼럼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고 건물을 짓는다며 그 재벌 회장처럼 수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정작 내 아이들과는 달빛으로 물든 바다를 함께 보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눈 시간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아버지는 아들을 기다리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아들들도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윤학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2.06.23 15:18